사설

장마 시작됐는데, 서울 반지하 이주 2% 뿐이라니

2024.07.03 18:28

서울 시내 한 반지하 주택에 지난 1일 수해예방용 물막이판(차수판)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반지하 주택에 지난 1일 수해예방용 물막이판(차수판)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극한 호우에 서울 반지하 주택 시민들이 희생된 후 정부·지방자치단체가 이주 대책을 내놨지만, 여전히 많은 가구가 반지하 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일 경향신문이 보도한 한국도시연구소 집계를 보면, 정부·서울시 지원으로 반지하를 벗어난 가구는 서울 전체 반지하 23만7619 가구 중 4982가구에 그쳤다. 약 2%에 불과한 수치다. 정부·지자체의 ‘반지하 퇴출’ 선언과 여론이 떠들썩했던 것치곤, 실행이 늦어도 너무 늦다. 장마가 막 시작됐는데, 올해도 침수 피해가 반복될까 조마조마하다.

반지하 가구는 대부분 서울에 집중돼 있다. 도시연구소가 국토교통부 등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2∼2023년 서울시내 반지하 주택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를 통해 임대주택으로 이주한 가구는 3290가구였다. 여기에 국토교통부 전세자금 대출을 받은 906가구, 월세 20만원(최장 72개월)을 지원하는 서울시 바우처를 받은 786가구까지 합쳐도 반지하에서 지상층으로 옮긴 가구가 5000곳이 채 안 된다. 지난해부터 정부·지자체 중복 수혜가 가능해져 실제 이주는 더 적을 수 있다.

반지하 이주 계획이 더딘 이유는 같은 거주 비용으로 옮길 집이 별로 없어서다. 우선 반지하 가구의 주거 문제를 공공 임대주택으로 해결하기엔 공급 물량이 턱없이 부족하다. 월세 20만원을 준다고 지상의 주택으로 옮기기엔 형편이 여의치 않아 이주 못한 집들이 많다고 한다. 전세 보증금 지원도 수도권 기준 한도는 1억3000만원에 그쳐 저소득층에겐 ‘그림의 떡’이다. 모두 대책을 내놓을 때부터 지적됐던 문제들인데, 당국만 몰랐단 말인가. 실효성이 의문시된 탁상행정의 한계를 넘지 못한 셈이다.

폭염·폭우·산사태 등 기후재난이 겹쳤을 때 취약계층에게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 우리 사회는 생생히 목격했다. 2022년 신림동 반지하 참사 현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왜 대피를 못했답니까”라고 물었다. 폭우·침수 시 탈출이 어려운 현장 상황을 모르는 질문이었다. 그 후 부랴부랴 반지하 퇴출 정책이 나왔지만, 성과도 예산도 용두사미가 된 격이다. 현실성 없는 급조된 대책을 내놨다가 흐지부지해서는 일상이 된 기후위기에 제대로 대비할 수 없다. 당장 다음주까지 전국에 국지성 호우가 쏟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와 지자체는 침수 예방 대책부터 비상대피 매뉴얼까지 재난 대비 태세에 만전을 기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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