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공단, 도토리 저금통 설치 밤 등 주운 열매 자진 반납 유도“청설모 등 야생동물들 겨울 식량”
가을철 산행을 하다보면 등산로 한쪽에 다람쥐가 애처로운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이 담긴 현수막, 입간판과 함께 작은 열매 수집함이 놓여 있는 광경을 종종 볼 수 있다. 바로 등산객들에게 도토리나 밤 등 산에서 주운 나무 열매를 자진 반납할 것을 호소하는 ‘도토리 저금통’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나 지자체들이 등산로에 도토리 저금통 또는 도토리 수집함이라는 이름의 나무 열매 반납함을 가을철마다 운영하는 이유는 겨울철 먹이 부족으로 굶주릴 가능성이 높은 야생동물들을 위해서다. 특히 다람쥐와 청설모 같은 설치류와 어치, 곤줄박이 등 새들에게 도토리는 추운 겨울을 이겨내는 데 필수적인 먹이자원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 북한산국립공원도봉사무소는 지난달 말부터 도토리 등 임산물 채취가 금지돼 있음을 홍보함과 동시에 야생동물 먹이 확보를 위해 공원 내에 도토리 저금통 3개를 설치, 운영한다고 3일 밝혔다. 도토리 저금통 설치 장소는 원도봉탐방지원센터, 도봉탐방지원센터, 오봉탐방지원센터다. 도봉산 외에 경기 구리시 아차산, 고양시 호수공원 등 여러 곳의 산림, 공원에서도 도토리 저금통 또는 도토리 수집함이 운영되고 있다. 연세대에서도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도토리수호대’가 학교 내에 서식하는 야생동물들을 위해 도토리 저금통을 설치하고, 도토리를 모아 학교 곳곳에 놓아두고 있다. 북한산국립공원도봉사무소는 도토리 저금통 운영 이유에 대해 “자연공원법을 인지하지 못해 공원 내 도토리 등 임산물을 소량 채집한 탐방객이 자발적으로 도토리 등을 반납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연공원법은 불법으로 임산물을 채집해 가져갈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립공원 측은 정기적으로 도토리 저금통을 회수해 저금통에 모인 도토리를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야생동물들이 겨울 식량으로 활용하도록 야생동물 출현 빈도가 높은 지역 곳곳에 뿌릴 계획이다.
사실 도토리 저금통은 야생동물의 생존을 위해서뿐 아니라 산림 주변 지역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북한산, 도봉산의 멧돼지들 역시 겨울철 도토리를 먹잇감으로 삼는데 사람들이 도토리를 모두 주워가 먹이가 부족해지면 멧돼지들이 도심으로 내려올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멧돼지가 서울, 경기 의정부 등 도심에 자주 출몰하는 이유 중 하나로 먹이 부족을 꼽고 있다. 야생동물이 먹이를 찾아 도심으로 내려오는 과정에서 빈발하는 로드킬 역시 동물뿐 아니라 사람의 안전을 위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