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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들의 지옥’ 애린원 새 출발…사설 동물보호소 문제 해결 첫발

2019.11.07 21:00 입력 2019.11.07 21:02 수정
버려진 동물을 위한 수의사회 명보영 수의사

[기고]‘개들의 지옥’ 애린원 새 출발…사설 동물보호소 문제 해결 첫발

전국 최대 규모 사설 동물보호소 ‘애린원’이 지난 9월 말 폐쇄됐다. 국내 동물보호 역사상 의미 있는 일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애린원에서 구조된 개체 수는 대략 1300두였다. 과거 애린원에서 매일 어떤 이유로 죽었는지 모르는 개체들이 발생했고, 개체 분류가 되지 않아 교상이 빈번했으며 매일 새끼들이 태어나는 실정이었다. 또 소독·방역, 예방접종 등이 제대로 실시되지 않아 파보바이러스장염 등 바이러스 질환이 상시 발병하고 아픈 동물들이 의료 조치를 제대로 받을 수 없는 실정이었다. 토지도 오염돼 개선충이나 바이러스가 지속적으로 동물들에게 악영향을 주고 있었다.

지난달 20일 ‘버려진 동물을 위한 수의사회’에서 애린원 개체들에 대한 예방접종을 실시했다. 전염성 질환 방어가 질병관리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종합백신, 광견병, 인플루엔자 등을 최대한 많은 개체들에게 접종했다. 고맙게도 ‘메리알’, ‘조에티스’, ‘BFA’, ‘바이오노트’ 등 업체가 백신과 검사키트를 후원해줬고 ‘세니메드’에서는 사료를 후원해주었다. 사람 손을 타지 않아 야생성이 있는 개들에게 접종 작업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애린원 폐쇄 후 임시견사를 쓰면서 병원 치료를 받아야 할 동물이 우선적으로 치료를 받았는데 이제 공사가 완료되고 임시견사에서 벗어난 동물들은 새로 지어진 견사에서 생활하게 된다. 개체 분류가 되면 심장사상충 검사부터 개체 검진 등이 수월하게 이루어질 것이다. 개체 상태 등이 업데이트가 되면 사람들에게 동물에 대한 정보가 전달될 예정이어서 입양활동이 탄력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올해 케어, 애린원 등의 사태로 인해 사설 동물보호소 문제가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됐다. 사설 동물보호소는 지방자치단체에서 관여하지 않는 민간 동물보호단체, 일반단체, 개인이 운영하는 형태이며 단체 등록을 한 곳도 있지만 토지 용도 신고조차 하지 않은 곳도 많다. 개인이 키울 수 있는 개체 수에 대한 제한이나 시설 기준 등 어떤 기준도 적용되지 않고 있으며 기본적인 관리조차 이루어지지 않는 곳도 있다.

여기서 ‘애니멀 호더’(Animal Hoarder) 가능성이 있는 곳도 존재한다. 애니멀 호더는 많은 수의 동물을 부적절하게 과다 사육함으로써 질병·행동학적 문제를 일으키고 죽음에 이르게 하는 사람을 말한다. 애니멀 호더의 경우 대부분 소유강박장애를 가지고 있으며 이 성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모두 동물을 무생물인 물건으로 취급한다고 한다. 소유하고 있는 동물이 질병에 걸려 있건 죽음을 당하건 말건 그리 신경 쓰지 않는다.

정부는 사설 동물보호소에 대한 대책으로 올해 실태조사를 마무리했고, ‘사설 동물보호소 시설, 운영기준’ 등을 마련하려 하고 있다. 제도권으로 편입시켜 지원 및 행정체계를 만들 예정이다. 사설 동물보호소마다 규모, 수준이 모두 제각각이라 표준화 작업은 쉽지 않겠지만 제도권에 편입해 관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며 개인별 사육 개체 수에 대한 제한, 애니멀 호딩 성격의 사설 동물보호소는 폐쇄하도록 해야 한다. 앞으로도 개 농장, 사설 동물보호소 폐쇄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정부, 지자체, 동물보호단체, 수의사단체 등이 이에 대한 대책 논의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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