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20억 가축이 내뿜는 ‘메탄’…육식 못 줄이면 ‘온난화’ 가속

2020.07.19 21:22 입력 2020.07.19 21:35 수정

이산화탄소보다 대기 중 농도 적지만 86배 더 센 초강력 온실가스

목축 60%·화석연료 40% 발생…사육 ‘소·양의 트림’ 가장 큰 문제

고기 식단 개선돼야 메탄 방출량 감축…‘인공 단백질’ 개발도 대안

캐나다 앨버타주 목장에서 사육 중인 소들. 전 세계 10억 마리에 이르는 소가 소화과정에서 내뿜는 메탄은 강력한 온실가스이다.<br />동물복지단체 그리너 월드 제공

캐나다 앨버타주 목장에서 사육 중인 소들. 전 세계 10억 마리에 이르는 소가 소화과정에서 내뿜는 메탄은 강력한 온실가스이다.
동물복지단체 그리너 월드 제공

2011년 촬영된 미국 알래스카 해안의 영구동토층이 기온 상승으로 붕괴돼 있다. 과학계에선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내부에 갇혀 있던 메탄이 대기 중으로 방출될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다.  미국지질조사소(USGS) 제공

2011년 촬영된 미국 알래스카 해안의 영구동토층이 기온 상승으로 붕괴돼 있다. 과학계에선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내부에 갇혀 있던 메탄이 대기 중으로 방출될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다. 미국지질조사소(USGS) 제공

2001년 세계적인 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승용차 한 대를 산다. <타이타닉>으로 시대를 대표하는 스타가 된 그가 눈길을 빼앗긴 차는 바로 일본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자동차 프리우스다. 준중형 해치백인 프리우스는 미국인들 기준에는 비교적 작은 차다. 타인에게 과시할 만한 비싼 차도 아니다. 그런데도 디캐프리오 이후 카메론 디아즈와 줄리아 로버츠 등 당대의 유명 배우들이 프리우스 오너가 되기 시작했다.

배우들에게 프리우스가 인기를 끈 건 이전의 자동차에는 없던 친환경 이미지 때문이다. 석유를 마시다시피하며 매연을 내뿜는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전기 모터에서 상당한 동력을 얻는 프리우스는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미래지향적이며 이타적인 차라는 인상을 풍겼다. 실질적인 혜택도 줬다. 석유를 쓰는 차보다 연비가 좋았다. 당시 프리우스는 새로운 세기를 여는 상징이었던 것이다. 프리우스의 인기는 이후 꾸준히 이어졌으며 최근엔 테슬라 전기차를 대상으로도 비슷한 붐이 일고 있다.

그런데 사람들이 하이브리드나 전기차로 이산화탄소를 줄이자는 생각을 하던 사이, 실은 ‘복병’이 지구를 벌겋게 데우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바로 메탄가스다. 지난주 미국과 프랑스, 호주 과학자로 구성된 연구진은 국제학술지 ‘환경연구회보’를 통해 2017년 기준 지구 대기에는 6억t의 메탄이 흡수돼 있으며, 이는 2000~2006년 평균치보다 9% 증가한 수치라고 밝혔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대기 중 메탄 농도는 1875ppb(1ppb는 0.0000001%)이다. 이산화탄소보다 대기 중 농도는 적지만 지구를 데우는 위력은 훨씬 강하다. 방출 뒤 20년을 기준으로 할 때 이산화탄소의 86배에 달하는 온난화 능력을 보인다. 그야말로 초강력 온실가스이다. 메탄은 산업화 뒤 2.6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에 1.7배 늘어난 이산화탄소보다 증가세가 가팔랐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미국 스탠퍼드대 지구·에너지·환경과학대의 로브 잭슨 교수는 영국 매체 가디언을 통해 “메탄을 적극적으로 줄여야 이산화탄소 증가에 대처할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제는 메탄 방출의 원인이다. 지구 대기에 흡수되는 메탄의 절반은 인간 활동에 의한 것인데, 논문에 따르면 인공적인 메탄 방출의 60%가 목축과 폐기물 등에서, 40%가 화석연료에서 나왔다. 전 세계에 각각 10억마리씩 퍼져 있는 사육용 양과 소가 트림을 통해 내뿜는 메탄이 큰 문제인 것이다. 포유류 사육을 통한 육식 위주의 식단을 바꾸지 않으면 근본적인 변화가 요원한 셈이다. 이준이 부산대 기후과학연구소 교수는 “인공 단백질에 대한 추가 연구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가축 사육을 줄이면 고기 운송이나 성장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를 줄이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북극 지역의 메탄 방출이 큰 변동을 보이지 않고 있는 점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17년 기준으로 메탄의 64%는 열대인 저위도에서, 32%는 온대인 중위도에서 배출됐고 북극을 포함한 극지방은 4%에 그쳤다. 북극에선 2000~2006년 메탄 농도 평균치와 2017년 사이에 별 변동이 없었다.

하지만 이 같은 추세가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불투명하다. 과학계에선 날로 치솟는 북극 기온이 영구동토층을 녹여 땅속에서 잠자던 메탄을 대기로 밀어낼 것이라는 견해가 굳어지고 있다. 인간 때문에 방출된 메탄이 기온을 높여 영구동토층에서 자연 메탄을 끄집어내는 최악의 상황이 나타날 수도 있는 것이다. 연구팀의 일원인 프랑스 기후환경연구소의 마리엘레 사우노스 연구원은 뉴욕타임스를 통해 “메탄 농도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원인 또한 파악돼 있다”며 “현재 인류가 걷는 길이 올바르지 않다는 자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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