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적 대북지원, 정치와 연계하지 말아야… 정부보다 민간단체 나서서 인권개선 요구”

2012.11.14 22:13
특별취재팀 전병역·손제민·송윤경·심혜리 기자

실질적 대안은 없나

보수와 진보 성향의 북한 전문가들은 ‘정부-민간단체의 역할 분리’와 ‘북한의 시민사회 양성과 민주화’가 북한 인권 개선의 실질적 대안이라는 데 대체로 인식을 같이했다. 전체적으로는 인도적 대북지원을 정치와 연계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하지만 보수 전문가 중에는 “북한이 인권을 개선하는 것을 조건으로 지원하자”는 의견이 많았다.

경향신문이 지난달 진보(6명)와 보수(5명) 성향의 북한 전문가들에게 북한 인권 개선의 실질적 대안을 직접 설문한 결과 정부는 나서지 말고 민간단체를 통해 인권 개선을 요구하는 방안을 가장 많이 꼽았다.

설문 결과 진보의 3명과 보수의 2명이 “정부가 직접 나서지 말고 민간단체의 활동만 필요하다”고 답했다. 정부가 나서서 인권문제를 제기하면 북측의 반발로 인권 개선이 이뤄지기보다 남북관계 악화 등 부작용이 더 클 것이란 판단이 깔려 있다. 전문가들은 또 ‘인도적 지원을 정치와 연계하지 않아야 한다’는 항목에 절반 이상(진보 4명, 보수 2명)이 공감을 표했다.

‘북한의 시민사회 양성과 민주화’ 항목은 진보 3명, 보수 2명이 꼽았다. 북한의 시민사회 양성과 민주화는 보수 측이 줄곧 북한 문제 해결책으로 제시해온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이런 설문 결과는 다소 의외였다.이 항목을 북 인권 개선 대안으로 꼽은 진보 전문가들은 “다만 점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건을 제시했다. 또 진보 전문가 2명은 여야 공동으로 북한인권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 응답했다.

진보·보수 간 이견이 뚜렷한 항목이 더 많았다. 먼저 진보 전문가들이 선호하는 방안을 보수는 반대하는 경우로, 체제 전복을 전제로 하지 않는 ‘헬싱키 프로세스의 단계적 적용’은 3명의 진보 전문가가 꼽았고, 보수는 1명이 선택했다.

또 ‘북한의 개방 등 국제사회에 참여 유도’ 항목도 진보 전문가 5명이 지목한 반면 보수는 1명만 지목했다. 이는 ‘북한이 내부 인권 관련 규정을 자발적으로 준수하도록 유도’ 항목을 대안으로 꼽은 진보 인사가 3명인 반면 보수 인사는 한 명도 없는 설문 결과와 맥락이 같다.

반대로 보수 진영 전문가가 더 비중을 두는 방안을 진보는 반대한 항목도 있었다. 예컨대 ‘정치범 수용소 해체 등 인권 개선 시 조건부로 대북 지원을 하자’ 항목은 진보(1명)보다는 보수(3명)가 더 많았다. 보수(3명)는 북한 인권을 전담할 독립된 민간기구 설립에 적극적이었으나 진보는 찬성자가 한 명도 없었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해제’나 ‘정전체제의 평화체제로의 전환’ 항목에서는 다소 뜻밖의 결과가 나왔다. 이 항목을 대안으로 꼽은 진보 전문가는 각각 1명에 불과했다. 또 보수 인사 1명은 대북제재 해제가 인권 개선에 중요하다고 답했다.

보수 인사들이 모두 북한 정권 붕괴가 근본 해법이라고 보면서도, 그것을 ‘실질적 대안’으로 꼽지는 않은 것도 눈길을 끌었다. 현실성을 고려한 답변으로 풀이됐다.

■ 특별취재팀 전병역·손제민(정치부), 송윤경(사회부), 심혜리(국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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