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의 법률톡톡' 분식회계, 화장한다고 예뻐지나?

2019.01.09 10:21 입력 2019.01.14 09:53 수정

[영상뉴스]'김경수의 법률톡톡' 분식회계, 화장한다고 예뻐지나?

생활 속 궁금했던 법률상식을 알려주는 ‘김경수의 법률톡톡’ 제20회 분식회계, 화장한다고 예뻐지나? 편. 대구 고검장을 끝으로 법복을 벗은 ‘마지막 중수부장’ 김경수 변호사(법무법인 율촌)가 해박한 지식으로 명쾌하게 궁금증을 풀어준다.

회계에도 화장할 수 있을까? 회계는 재무적 정보를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꾸밈없는 화폐액으로 나타내 줘야 하고, 일명 ‘쌩얼’처럼 치장하지 않아야 한다.

기업의 재무상황이나 영업실적을 고의로 부풀려 작성하는 것을 분식회계(粉飾會計)라 한다. 얼굴에 분(粉)을 발라 예쁘게 하듯이 회계장부를 멋지게 꾸민다는 뜻이다. 영어로는 화장품을 뜻하는 코스메틱(Cosmetic)과 회계(Accounting)가 합쳐져 코스메틱 어카운팅이라고 한다. 혹은 메이크업 어카운팅(Make-up Accounting)이나 윈도 드레싱(Window Dressing)이라고도 한다.

분식회계는 보통의 경우, 기업이 실적을 좋게 보이려고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이나 특허권 등 자산 가치를 실제보다 높게 장부에 기재하거나 영업이익이 적은데도 재무제표상 이익이 많이 나는 것처럼 기록한다. 확인이 어려운 외부 거래처나 해외의 자회사 등을 개입시켜 회계를 부풀리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분식회계를 하는 이유는 기업이 더 가치가 있고,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함이다. 돈을 많이 벌고 성장하는 기업으로 보여야 대출이나 외부투자를 받기 유리하다. 주식시장에 상장하거나 상장자격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일정한 실적이 필요하다. 좋은 조건으로 회사를 매각하거나 합병할 때도 회사의 실적이 중요하기 때문에 분식회계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분식회계와는 달리 일부러 매출을 누락시키거나 영업실적을 낮게 기재하는 역분식회계도 있다. 일반적으로는 기업이 법인세나 보험료 등을 적게 내기 위해 역분식회계를 한다. 노조의 임금 인상 요구를 막기 위해 실적을 고의로 낮추는 수법을 쓰기도 한다. 비자금 조성이나 횡령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서도 역분식회계를 수단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분식회계든 역분식회계든 부정한 목적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당연히 행정 제재를 받거나 형사 처벌로 이어진다.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은 외부감사를 받게 되어 있다. 분식회계를 통해 거짓 재무제표나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해 공시한 경우에는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처벌받는다. 또한 분식한 회계를 근거로 금융기관이나 타인으로부터 돈을 빌리면 사기죄가 성립된다.

주식시장 상장과정에서 허위의 회계장부를 제출하거나 상장주식회사가 분식회계를 하여 허위 공시를 하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실적을 축소하여 세금을 적게 내려는 역분식회계의 경우에는 조세포탈로서 조세범 처벌법위반으로 처벌될 수 있고, 회사자금 횡령의 경우에는 업무상횡령죄가 된다.

분식회계가 대표적으로 문제가 된 경우는 미국의 엔론 사태다. 엔론은 미국의 천연가스와 에너지 관련 금융상품을 거래하는 회사로 잘 나갈 때 미국 재계 서열 7위였다. 그러나 결국 분식회계로 파산했다. 분식회계가 드러나기 전인 2000년 시가총액 80조원, 주당 가격이 10만원이던 회사가 파산 신청 당시 주가가 100원으로 폭락하고 결국 상장폐지 됐다. 당시 회장과 대표이사는 각각 24년형을 선고받고 수감되었고, 부회장 두 명은 권총 자살했다.

우리나라에도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분식회계로 문제가 되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자회사로 보고 회계처리를 하고 있었는데 2015년 관계사로 변경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자회사의 경우 자회사에 대한 투자금액을 기준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해 가지는 지분을 평가하게 된다. 그러나 관계사로 변경되면 지분가치를 시장가격에 따라 평가할 수 있다. 결국 관계사로 변경되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분가치가 2900억원대에서 4조 8천억원대로 재평가되고 회계상 투자이익을 장부상 반영하게 된 것.

이로 인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1년부터 4년 연속 적자를 내다가 2015년 1조 9천억원의 순이익을 내게 되었다. 이렇게 회계처리한 것이 적법한지가 문제가 된 것이다. 자회사이냐 관계사이냐의 구별은 지배력을 기준으로 판단하는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했다고 판단한 것이고 분식회계를 주장하는 쪽은 여전히 지배력 있는 자회사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분식회계를 막기 위해 어떤 제도가 있을까. 상법과 자본시장법,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등에 따르면, 먼저 기업 내부적으로 회계처리의 적정성을 감시할 감사제도를 두고,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의 경우에는 회계법인에 의한 독립적인 외부감사를 받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외부 회계법인의 회계사들이 분식회계에 관여하거나 방임하는 경우 처벌하는 규정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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