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호이동 때 마일리지 못 써 연 100억 피해

2011.11.01 21:18

이통사 변경과정 양쪽 모두 사용 거절… 방통위 개선 요구엔 버티기

직장인 박모씨(33)는 지난주 LG유플러스에서 SK텔레콤으로 휴대전화 번호이동을 했다. 그는 LG유플러스 사용기간에 쌓은 마일리지로 잔여요금을 일부 결제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SK텔레콤은 “번호이동 시에는 타 이통사 마일리지 조회나 사용이 안된다”며 거절했다.

다음날 박씨는 LG유플러스에 문의했지만 “이미 번호이동을 했기 때문에 마일리지가 모두 소멸됐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박씨는 결국 2년간 쌓은 5000여점의 마일리지를 고스란히 날렸다. 요금 2500원을 결제할 수 있는 양이다.

이동통신사들이 번호이동 과정에서 마일리지를 쓰지 못하도록 막아놓고 있어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번호이동을 하는 순간 이전 이통사에서 쌓았던 마일리지는 모두 자동 폐기되기 때문이다. 매년 번호이동을 하는 국내 휴대전화 가입자는 1000만명이 넘는다.

1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3사 모두 번호이동 시 마일리지를 쓸 수 없도록 해놨다. 이통사들은 “전산망이 서로 달라 조회나 호환이 안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번호이동 시 대리점에서는 전산조회를 통해 이전 통신사의 가입기록을 모두 열람할 수 있다. 잔여요금을 이동하는 쪽 이통사에서 대신 청구하는 ‘구상권’을 쓰기도 한다. 이 같은 시스템에서 마일리지 조회나 사용이 안된다는 것은 설득력이 별로 없다.

이통사들이 마일리지 사용을 막아놓은 이유는 수익보전을 위해서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통계를 보면 지난해 이통3사간 번호이동을 한 가입자는 1094만명에 달한다. 예컨대 1인당 마일리지를 1000원씩만 잡아도 마일리지 전체 규모가 연간 100억원이 넘는다. 번호이동 시 마일리지로 요금결제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경우 이통사들은 연간 100억원가량의 요금 수입이 줄게 된다.

한 이통사 대리점 관계자는 “소비자들 대부분이 마일리지를 모아서 한꺼번에 요금결제로 쓰려는 경우가 많다”며 “이 때문에 번호이동 과정에 마일리지를 못 쓰도록 이통사들이 막아놓은 것”이라고 밝혔다.

번호이동 외에 휴대전화를 해지할 때 마일리지로 즉석에서 요금결제를 할 수 있는 곳은 SK텔레콤뿐이다. KT와 LG유플러스의 경우 마일리지로 요금결제를 하려면 한달 전에 미리 신청해야 한다. 해지할 때도 마일리지 사용을 못하도록 막아놓은 것이다. 지난해 이통3사의 전체 누적 마일리지가 3241억원에 달하지만 실제 사용된 금액은 10%인 327억원에 그쳤다. 이통사들이 교묘하게 마일리지 이용을 막아놨기 때문에 작년 한해에만 1000억원이 넘는 마일리지가 자동 소멸됐다.

방송통신위원회도 이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도록 이통사에 요구했지만 이통사들은 요지부동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마일리지 사용의 핵심이 번호이동시 사용이 가능하게 하는 것”이라며 “올초부터 6개월여간 이통사들을 설득했지만 반발이 심해 개선에 실패했다”고 말했다. 올 9월 발표된 정부의 마일리지 제도 개선안에서도 이 문제는 제외됐다.

번호이동 마일리지 문제로 집단소송을 추진했던 법무법인 나우의 김영준 변호사는 “이통사들이 요금인하 효과 운운하며 마일리지 제도를 만들어놓고도 실제로는 쓰지 못하도록 막아놨다”며 “이는 소비자들의 권익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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