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와 영상통화 공짜인 줄 알았다”…알뜰폰, 7~8년 쓰기도

2019.05.07 18:26 입력 2019.05.07 21:26 수정

KT엠모바일 고객센터 상담전화로 본 65세 이상 고령층 ‘통신 생활’

‘요금제’ 문의 최다…‘통신과 무관’한 개인 신변 이야기도 많이 해

직접 요금 내는 경우 “청구일 하루이틀 미뤄달라” 요청 적지 않아

“손주와 영상통화 공짜인 줄 알았다”…알뜰폰, 7~8년 쓰기도

70대 알뜰폰 사용자 ㄱ씨는 최근 다급한 목소리로 KT엠모바일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평소보다 3배가량 많은 3만원의 요금이 명세서에 찍혀 있었기 때문이다. 놀러 온 손주들이 와이파이(Wi-Fi)가 없는 ㄱ씨 집에서 ㄱ씨 휴대전화로 인터넷을 많이 사용한 게 이유였다. ㄱ씨는 “자식들이 힘들게 번 돈으로 휴대전화 요금을 내주는데, 내가 함부로 쓰면 안된다”고 말했다.

KT의 알뜰폰 자회사인 KT엠모바일에서 65세 이상 고령층을 전문 상담하는 박미정 상담사(30)는 ㄱ씨와 같은 전화가 자주 걸려온다며 “‘손주들과 나눈 영상통화에 요금이 나오는지 미처 몰랐다’거나 ‘요금을 대신 내주는 아들이나 며느리에게 미안하다’는 말씀들을 많이 하신다”고 전했다.

경향신문은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7일 노인전문 상담사를 운영하는 KT엠모바일에 걸려오는 상담전화를 통해 고령층의 ‘통신 생활’을 들여다봤다. 알뜰폰 전체 가입자 810만명 중 440만명이 내국인이고, 이 중 30~40%(132만~176만명)가 65세 이용자로 추정된다.

본인이 직접 요금을 내는 경우 1만~3만원 요금의 청구일을 하루 이틀 미뤄달라는 요청 전화가 적지 않다. 요금 청구일을 신용카드 대금 청구일(가령 매달 14일)보다 하루 이틀 늦추면 이번달 휴대전화 요금을 다음달 카드 대금으로 치를 수 있기 때문이다. ‘요금 청구일을 국민·기초연금이 나오는 날로 맞춰달라’는 요청도 들어온다. KT엠모바일의 65세 이상 노인 고객들은 주로 월 8800원, 1만4300원, 1만9000원 요금제를 쓴다.

휴대전화 평균 교체주기가 2년이라고 하지만 7~8년까지 쓰는 노인들도 있다. 서비스 업데이트가 안되는 건 물론이고 충전기를 빼자마자 전원이 꺼지는 경우도 흔하다. 이럴 때 상담사들은 단말기 서비스센터 위치와, 서비스센터로 가는 버스 번호 또는 서비스센터까지 가는 택시비를 알려준다. 박 상담사는 “물건을 최대한 아껴써야 한다는 아버님·어머님들의 습관 때문인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모든 65세 이상 알뜰폰 사용자가 이런 모습은 아니다. 한 달에 통화 1000분을 넘게 쓰는 경우도 있고, 해외여행을 앞두고 로밍을 신청하는 일도 많다. 요즘은 2G·3G요금제에서 1만6500원, 2만7000원 요금제인 LTE(4G)로 갈아타는 사례도 많다. 카카오톡으로 사진을 받아보거나 영상통화를 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2016년 4월부터 노인전문 상담을 해온 KT엠모바일 상담원들은 최대한 ‘쉽게, 천천히, 반복해서’ 설명한다. 노인전담 상담사 1명이 하루 평균 70통의 상담 업무를 처리하며 KT엠모바일 누적 상담 건수는 5만3000건이 넘는다.

노인들이 가장 많이 어려워하는 통신용어는 데이터 용량이다. ‘데이터 300메가바이트(MB), 500메가바이트’라고 말하면 “그래서 몇 시간 동안 쓸 수 있는 건데?”라는 질문이 돌아온다. 그러면 상담사는 “선명한 사진을 받아볼 때와 흐릿한 사진을 받아볼 때 등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알려준다. 상담사들은 “우리 자식들도 와이파이가 무슨 뜻인지 안 알려줬는데, 알려줘서 고맙다”는 답변을 듣기도 한다.

상담전화를 하는 노인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자기 이야기를 많이 한다는 점이다. ‘아파서 병원에 가야 한다’거나 ‘아들과 딸이 대기업에서 일한다’ ‘과거에 내가 높은 지위에서 일했던 사람이다’ 등 통신과는 무관한 이야기들이 상당수다. 김국현 KT엠모바일 실버전담상담팀장은 “유독 자기 말씀을 많이 하시는 이유가 말동무가 필요해서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박 상담사는 “스마트폰을 어떻게 끄는지 모르는 분들도 많이 계시지만, 노인분들도 편하고 저렴한 통신 서비스를 원하는 건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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