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사한 봄’ 춘곤증일랑 날려버리자

2011.03.24 19:11 입력 2011.03.24 19:13 수정
이한민 근로복지공단 안산산재병원 내과 과장

“봄철이 찾아들어 시절이 화창하면 꽃들도 한결 빛을 땅에 깔고 새들도 또한 아름답게 지저귀나니, 선비가 다행히 이 세상에 두각을 나타내어 편안하게 지내면서도 좋은 말과 좋은 일을 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면 비록 이 세상에서 백 년을 산다 해도 하루도 살지 않음과 같으니라.”

중국 명말(明末)의 도인 홍자성(洪自誠)의 어록집인 <채근담>에 나오는 글이다.

햇빛이 너무 많아 눈물이 난다는 이 좋은 봄에 좋은 생각과 좋은 말은 고사하고 왜 내 몸이 이리도 무겁고 피곤하게 느껴지는 걸까. 뚜렷하게 아픈 곳이 없는 데도 온 몸이 나른하고 식욕이 떨어지며 시도 때도 없이 졸음이 쏟아지면 춘곤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춘곤증은 의학교과서에 실린 전문적인 단어는 아니다. 불면증, 소화불량, 어지럼증, 두통, 눈의 피로감, 무기력증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가슴이 뛰며, 얼굴이 달아오르는 등 갱년기 증세와 비슷한 신체적 변화를 겪기도 한다.

그렇다면 왜 많은 사람들이 만물이 소생하는 봄철에 이 같은 피로증상을 느끼는 걸까? 여러가지 복합적인 원인으로 설명할 수 있겠지만 먼저 생리적 불균형을 꼽을 수 있다. 우리 몸은 겨울동안 추위라는 스트레스를 이겨내기 위해 호르몬을 왕성하게 분비하게 되는데, 봄이 되고 기온이 따뜻해지면 호르몬 분비 패턴도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 기간에 인체는 쉬 피로를 느끼게 된다.

그 다음으로는 수면시간이 줄고, 겨울철보다 야외활동이 늘어나는 등 활동량 변화를 들 수 있다. 기온이 올라가면서 혈액 순환량이 늘어나고, 신진대사가 활발해지므로 비타민, 무기질 등의 영양소 필요량이 증가한다. 이들의 필요량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결핍증으로 춘곤증을 느끼게 된다.

봄철 피로감을 이기기 위한 방법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우리 몸의 리듬이 깨질 때, 그 틈을 비집고 찾아오는 게 춘곤증이므로 과로를 피하고, 적당한 운동과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봄철에는 신진대사가 활발해지면서 평소보다 비타민 소모량이 3~5배 늘어난다. 특히 뇌의 활동을 돕는 단백질을 섭취하고, 하루에 필요한 영양소와 열량이 세끼 식사에 골고루 분배되도록 아침 식사를 거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아침을 거르면 피로를 쉽게 느낄 뿐 아니라, 점심을 많이 먹게 되어 ‘식곤증’까지 겹치게 된다.

봄철 피로는 휴식을 취하라는 신호이므로 잠을 충분히 자는 것도 중요하다. 이런 저런 이유로 밤잠을 설쳤다면 점심식사 후 30분 이내로 낮잠을 자는 것도 좋다. 늦잠을 자기보다는 일찍 잠자리에 들고 일어나는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졸립다고 커피를 자주 마시거나 음주, 흡연을 하면 피곤을 누적시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건강한 사람이라면 춘곤증은 1~3주 지나면 저절로 사라진다. 그러나 충분한 영양섭취와 쉴 만큼 쉬었는데도 증상이 오래간다면 우울증, 간질환, 갑상선 기능저하, 빈혈, 당뇨, 결핵, 만성피로는 아닌지 전문의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올 봄 인생의 춘곤증까지 포함해서 훨훨 날려버리고 만물이 생동하는 계절을 제대로 즐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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