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맞춤 항암치료, 암유전자 검사부터

2011.07.07 21:03
장세진 | 울산대 의대·서울아산병원 병리과 교수

“무슨 무슨 항암제가 그렇게 효과가 좋다는데, 왜 저에겐 처방을 하지 않나요?”

암을 치료하는 의사들이라면 한번쯤 받아보았을 법한 질문이다. 환자들은 좋은 약이면 누구에게나 효과가 뛰어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개인마다 다른 유전자에 따라 약물의 효과 역시 조금씩 다르다. 이 때문에 동일한 약물요법을 사용해도 어떤 환자는 치료 효과가 좋은 반면 다른 환자는 효과가 미약하거나 오히려 부작용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개별 환자의 특성을 검사로 파악하여 가장 적절한 투약을 하는 ‘개인맞춤 약물요법’이 최상의 치료다.

[의술 인술]개인 맞춤 항암치료, 암유전자 검사부터

암세포는 정상세포와 다르다. 여러 종양유전자 또는 종양억제유전자가 변이가 일어나 정상적인 통제 또는 조절을 받지 않고 자라는 특징을 보인다.

개인에 따라 암세포에서 일어나는 유전자 변이도 다르다. 또한 암세포의 특성도 다르므로 항암치료 효과 또한 개인차가 크다. 암의 유전자 변이 특성을 알아낸 후 변이유전자를 표적으로 하는 약물을 환자에게 투여하는 전략은 폐암과 유방암 등 여러 암에 적용되고 있다.

개인맞춤약물요법의 대표적 약물인 비소세포성폐암 치료제 ‘이레사’를 예로 들어보자.

이 약은 암세포 활성화에 관여하는 ‘표피성장인자수용체’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는 암세포만을 선택적으로 공격하는 표적치료제다. 표피성장인자수용체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는 폐암 환자들에게 효과가 우수하지만 다른 폐암 환자에게는 효과가 미미하다.

따라서 암 유전자 검사를 통해 이 유전자 돌연변이 양성으로 판정 받은 환자들은 처음부터 고통스러운 화학요법을 쓰지 않아도 된다. 1일 1회 복용하는 경구용 표적치료 약물 이레사로 치료를 시작하여 높은 삶의 질을 보장받게 된다.

한국인에서 특히 발현율이 높은 표피성장인자수용체 유전자 돌연변이는 폐암에 대한 특정약물의 치료효과를 예측할 수 있는 생체지표 즉, ‘바이오마커’다.

폐암 외에도 유방암, 대장암, 전이성 위암, 위장관기질종양 등의 바이오마커가 발견됐다. 이로써 암의 조직검사 시 암 조직의 유전자 검사를 통해 특정 표적항암제의 치료 효과를 사전에 판단하여 불필요한 치료를 줄이고 항암효과를 높이는 길이 열리고 있다.

표적항암제(환자 맞춤식 약물) 치료는 무엇보다 환자에게 ‘행복한 치료’를 제공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 표적항암제는 암을 유발하는 변이유전자의 분자생물학적 특정 경로만을 차단, 암세포만을 공격하기에 부작용이 적다. 환자들의 신체적 정신적 고통도 그만큼 줄게 된다. 긴 투병 속에서도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표적항암제로 치료받기 위해서는 암 확진 시 조직 검사와 함께 암조직의 유전자 검사를 통해 바이오마커 보유 유무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부 환자의 경우 유전자 검사라는 용어 때문에 개인 유전정보 유출을 염려하여 유전자 검사를 꺼리는 경우가 있으나, 바이오마커를 찾는 유전자 검사는 암세포의 유전자 돌연변이를 검사하는 작업으로, 환자의 개인 유전 정보와는 관련이 없다. 따라서 환자들에게 안심하고 받아도 무방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표적항암제의 개발은 수술이 불가능한 4기 이상의 암환자들에게 당뇨와 고혈압과 같은 만성질환처럼 암을 관리하며 생활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었다.

이러한 희망이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개개인마다 다른 표적항암제의 효과를 예측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표적치료의 성공률을 높이는 바이오마커들을 발견해야 한다. 이와함께 암조직 유전자 검사가 일반화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암을 예방하는 건강한 생활습관을 지키고 정기검진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면 한국인 사망률 1위인 암을 극복할 날도 그리 머지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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