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률 낮은 폐암 ‘치료 희망’ 보인다

2011.06.30 19:00
박근칠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암이 더 이상 불치병이 아닌, 관리가 가능한 만성 질환으로 개념이 바뀌어가고 있다. 다양한 원인들이 규명되고, 급속도로 의학이 발달하면서다.

유전자 분석을 통해 특정 암을 유발하는 요소인 유전자 변이의 유무를 발견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최근의 항암 치료는 생체표지자 검사를 통해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방법을 찾는 ‘맞춤형 치료’로 발전했다.

최근 수년 사이 놀라운 치료 효과를 보이는 혁신적인 표적치료제들이 도입되기 시작됐다. 표적치료제들의 등장은 환자의 생명연장은 물론 당뇨병이나 고혈압과 같이 관리만 잘 하면 삶의 질을 높이면서 사회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다 줬다. 표적치료제는 이전 치료법에 비해 효과가 높을 뿐만 아니라 구토나 탈모, 식욕부진 등의 부작용이 없어 내약성이 우수한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의술 인술]생존률 낮은 폐암 ‘치료 희망’ 보인다

치료율이 높지 않은 폐암은 ‘공포의 암’으로 불린다. 국내 암 사망자수 가운데 단연 1위, 전체 암 사망자의 21.4%를 차지한다. 완치를 의미하는 5년 생존율 또한 전체 암(평균 44%)에 비해 12.7%로 매우 낮다. 폐암 사망률이 높은 것은 초기 증세가 전혀 없거나, 있더라도 기침·가래 등이 발생해 감기로 오인해 조기 진단이 힘들어 이른바 말기 상태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표적치료제가 폐암에도 효과를 보는 것으로 확인돼 눈길을 모은다. 특히 폐암의 85%를 차지하는 비소세포폐암 치료제가 개발돼 임상에 적용되고 있다. 표피세포성장인자 수용체(EGFR) 돌연변이가 있는 환자에게만 선택적으로 듣는 ‘이레사’와 ‘타세바’가 대표적이다.

같은 폐암 환자라도 EGFR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있는 경우 이들 약제가 양호한 치료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최근 조사 결과 나타났다. EGFR 유전자 돌연변이 발현율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인에서는 30~40%, 서양인에서는 10% 정도로 동양인이 훨씬 높다.

폐암을 일으키는 또 다른 유전자인 역형성 림프종 키나아제(ALK) 유전자 변이를 억제하는 표적치료제 ‘크리조티닙’도 개발됐다. 국내 연구자 주도의 다국적 임상시험 결과가 최근 나왔는데, 해당 유전자 변이 환자의 87%에서 종양이 줄거나 암 진행이 억제되는 치료 효과가 나타났다. 조만간 실제 임상에 도입될 전망이다.

이처럼 환자의 유전적 특성에 맞는 좋은 치료제들이 속속 개발돼 절망적 상황에서 치료를 포기해야만 했던 다수의 폐암 환자들이 희망을 얻고 있다. 그러나 환자들이 보다 신속하고 수월하게 새로운 치료법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은 여전히 미흡하다.

이러한 연구 성과가 국내에 신속하게 도입, 적용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임상 연구에 대한 국내 암환자 및 가족들의 이해와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적이다. 더불어 약제의 효과 및 안전성이 의학적으로 입증된 혁신적 항암제들의 경우 국내 허가 및 보험 급여 등에 대한 제도적, 정책적 뒷받침도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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