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착은 ‘수술 후유증’… 수술보다 금식이 효과

2014.11.06 20:59 입력 2014.11.06 21:24 수정

수술 상처 나을 때 자연적 발생… 복통 없이 지나가는 경우도

1차 치료는 금식·위장 비우기… 극심한 경우에만 수술 고려

인체의 복부에는 6~7m의 소장과 1.5m가량의 대장이 복막 안에 싸여 있다. 음식물이 통과하는 소화기관이다. 장이 같은 장이나 다른 장기, 복벽 등에 들러붙는(유착) 현상을 장유착이라고 한다.

강북삼성병원 소화기암센터 정경욱 교수(소화기외과)는 “장유착은 수술, 염증, 출혈 등으로 인해 복강 내 위치하는 장과 장간막 및 주변 조직에 손상이 발생한 후 이를 수복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적인 치유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복부 수술을 복강경으로 시행하게 되면서 장유착이나 장협착 등 부작용의 빈도가 많이 낮아졌다. 강북삼성병원 소화기암센터 의료진이 하이브리드 복강경 수술을 하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복부 수술을 복강경으로 시행하게 되면서 장유착이나 장협착 등 부작용의 빈도가 많이 낮아졌다. 강북삼성병원 소화기암센터 의료진이 하이브리드 복강경 수술을 하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장유착은 주로 개복수술 후에 발생한다. 수술 시 배를 째고 들어간 부분에 상처가 남고, 내부 장기의 절제한 부위에도 역시 상처가 남는다. 또 장을 만지고 옆으로 치우는 등 조작을 하는 과정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부위가 서서히 아물면서, 해부학적으로 상처와 이어져 있는 소장을 끌어당기면 결국 장유착이 생기는 것이다. 상처가 클수록, 손상이 많을수록, 수술을 하면서 조작을 많이 할수록 유착 가능성이 크고 증세도 심하다.

배에 구멍을 뚫고 하는 복강경 수술 역시 배를 관통하는 상처를 내는 것이며, 배 안에서 시행하는 조작은 개복수술과 거의 동일하므로 장유착의 가능성은 복부 수술을 받은 모든 사람에게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장유착이 생겨도 음식물이 통과하는 데 큰 지장이 없으면 그 사실을 모른 채 살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소장에 들어 있는 음식물은 소화가 거의 다 되어 액체 성분인 경우가 많다. 복벽이나 주변 장에 들러붙어 이상한 각도로 접혀 있다고 해도 소장이 완전히 막히지 않는 한 천천히 액체가 흘러가듯 밑으로 통과한다.

그런데 소장은 고정된 장기가 아니라 계속해서 연동운동을 한다. 어느 순간 유착된 부분을 중심으로 꼬여서 완전히 내경이 막혀버리거나, 통과가 원활하지 않은 상태로 접혀 유착이 계속 진행되면 음식물이 고정되는 경우가 나타난다.

장유착에 의한 음식물 통과장애가 발생했을 때는 금식해서 음식물이 더 이상 쌓이지 않게 해 주고, 배액관(흔히 말하는 콧줄)을 꽂아 식사를 하지 않아도 계속 생성되는 위액과 이미 섭취해 쌓여 있는 음식물을 뽑아내주는 것이 1차 치료다. 이렇게 한 뒤 기다리다보면 소장이 운동하면서 저절로 풀리고 방귀가 나오고 변이 나오고 복통이 사라진다.

정 교수는 “수술을 통해 현재 붙어 있는 부위의 유착은 해결할 수 있지만, 유착을 치료하기 위한 수술 또한 복벽 및 기타 부위에 상처를 만들게 되므로 또 다른 유착의 가능성이 생긴다”며 “장유착에 대한 외과적 수술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착이 심해 아무리 기다려도 풀리지 않거나, 꼬인 것이 심각해 장이 꼬인 부분으로의 혈액 공급이 좋지 않아 장이 썩거나 터질 것으로 우려되거나, 장에 음식물이 많이 차 심하게 늘어나 있는 경우에는 수술을 고려한다.

한솔병원 정춘식 진료원장(대장항문외과)은 “장 자체가 좁아져(장협착) 폐색을 유발할 수도 있는데 선천적으로 생긴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염증성 장질환에 의해 좁아질 수도 있다. 정 원장은 “복부 수술 후 발생하는 장유착의 빈도는 과거 10~30%로 높았으나 복강경 수술이 많이 시행되는 현재는 10% 정도”라고 밝혔다.

비에비스나무병원 민영일 대표원장(소화기내과)은 “장유착이나 장협착(폐색) 증상은 주기적인 복통이 가장 흔하며 방귀나 변이 나오지 않고 배가 점점 부풀면서 구토가 생긴다”며 “때때로 극심한 통증이 동반될 수 있으며 식은땀, 두통, 현기증도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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