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속의 건강학

한쪽 머리만 지끈지끈…침 놓으면 안정

2017.10.17 21:51 입력 2017.10.17 22:23 수정

‘명불허전’ | 편두통 침 치료

드라마 <명불허전>에서 허임이 갑자기 편두통이 발생한 선조의 풍지혈에 침 시술을 하고 있다.

드라마 <명불허전>에서 허임이 갑자기 편두통이 발생한 선조의 풍지혈에 침 시술을 하고 있다.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명불허전>은 침을 든 조선 한의사 허임(김남길)과 메스를 든 외과의사 최연경(김아중)이 400년을 뛰어넘어 펼치는 극적인 장면(일명 메디활극)으로 인기를 모았다.

조선시대 침의(현재의 침구과 전문의)였던 허임은 조선 중기 임진왜란부터 선조와 광해군 2대에 걸쳐 26년간 두 왕과 왕실의 침구치료를 담당하며 명성을 날렸다. <동의보감>을 쓴 어의 허준보다는 20년 이상 어렸지만 평소 허준조차도 침에 대해서만큼은 허임을 자신보다 높게 평가할 정도였다. 75세의 나이인 1644년 <침구경험방>이라는 불후의 명저를 남겨 침구학 지식을 후세에 전하기도 했다.

드라마 초반에 보면 허임이 선조의 두통을 치료하기 위해 침을 들었으나 갑자기 손 떨림으로 치료하지 못하는 장면이 나온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조선왕조실록> 등에 따르면 허임은 선조의 편두통을 침술로 치료, 이후 더 두터운 신임을 받게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선조의 편두통을 치료한 일화는 매우 극적이다.

드라마 <명불허전>의 한 장면. 최연경(오른쪽)이 허임을 치료하고 있다.

드라마 <명불허전>의 한 장면. 최연경(오른쪽)이 허임을 치료하고 있다.

실록을 보면, 선조 37년(1604년) 9월23일 밤에 선조에게 갑작스러운 편두통이 온다. 선조가 허준에게 “침을 맞는 것이 어떻겠는가” 물었다. 허준은 “허임이 평소 말하기를 ‘경맥을 이끌어낸 뒤에 아시혈(촉진하여 아픈 곳)에 침을 놓을 수 있다’고 하는데 이것이 일리 있는 것 같습니다”하고 아뢴 뒤 허임에게 침을 놓도록 한다. 한달 후 선조가 편두통을 치료한 공로로 허임에게 후한 포상을 내렸다.

하지만 실록에는 아시혈이란 표현만 나오고 구체적으로 어디 부위에 침을 놓았는지는 기록돼 있지 않다. 한의학계는 지금의 침 치료법에 의거해 당시 허임이 선조의 머리 주변 주요 혈자리(백회, 신정, 솔곡, 풍부, 풍지)와 아시혈(촉진하여 아픈 곳), 그리고 통증이 있는 곳에 침을 놓았을 것으로 본다.

심한 편두통으로 내원한 젊은 환자의 풍지혈에 한의사가 실제 침을 놓고 있다. 청연한방병원 제공

심한 편두통으로 내원한 젊은 환자의 풍지혈에 한의사가 실제 침을 놓고 있다. 청연한방병원 제공

그렇다면 현대 한의학은 편두통을 어떻게 치료할까? 우선 편두통이 생긴 부위에 따라 경맥이 흐르는 곳을 분류한다. 이마 부위의 머리 앞부분 통증은 양명두통, 머리 옆부분의 통증은 소양두통, 정수리 부근의 통증은 궐음두통, 머리 뒷부분의 통증은 태양두통으로 나눠 그에 따른 몇 가지 혈자리에 침을 놓는다. 예를 들어 두통 부위가 머리 옆쪽이라고 한다면 해당 통증 부위의 혈자리와 함께 손목의 외관혈, 무릎 주변의 양릉천혈 자리에 침을 같이 놓는 식이다.

편두통은 머리 한쪽으로 통증이 나타나는 두통을 말하는데, 일반적인 두통과 다르게 맥박이 뛰듯 박동성 통증이 일정 시간 지속되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구토 증상 등을 동반하기도 하며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의 극심한 통증도 흔히 나타난다.

서울 목동 동신한방병원 김현호 병원장(침구과 전문의)은 “환자의 증상과 상태에 따라 편두통이 발생한 원인을 분석하고 열결혈, 외관혈, 합곡혈, 곤륜혈, 태충혈 등을 조합해 치료하면 편두통의 빈도와 강도를 감소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편두통의 침 치료 효과를 입증하는 논문이 국내외 학술지에 계속 실리고 있으며, 한약 역시 편두통의 빈도와 강도를 효과적으로 감소시킨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다. 광주광역시 청연한방병원 김지용 병원장(한방재활의학과 전문의)은 “편두통은 상당 기간 혼자 앓다가 뒤늦게 한방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며 “진통제 등으로 버티는 것보다 발병 즉시 한의학 치료를 통해 관리를 받으면 좋은 치료와 예방 효과를 얻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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