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가루 때문에…’ 봄이 괴로운 사람들

2019.05.14 21:18 입력 2019.05.14 21:19 수정
오재원 | 한양대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의술인술]‘꽃가루 때문에…’ 봄이 괴로운 사람들

신록의 계절 5월은 가족이나 친구들끼리 야외 활동을 하기에 참 좋다. 하지만 이때 꽃가루가 많이 날리기 때문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알레르기 비염이나 결막염, 기관지 천식, 그리고 아토피 피부염 등으로 건강에 적색 신호등이 켜진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약 15%가 알레르기를 가지고 있다. 어린 연령에서는 그 비율이 더 높아 25%에 육박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이들 중 꽃가루 알레르기가 20~30%를 차지하며, 이런 비율은 매년 증가 추세이다.

필자가 미국 농림부 루이스 지스카 박사와 13개국 17개 지역 연구진과 함께 올해 3월 국제 의학학술지 랜싯(Lancet)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지난 26년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공기 중 꽃가루 지속기간이 매년 0.9일씩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은 지구 온난화 영향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매년 꽃이 빨리 피고 늦게 지면서 꽃가루가 날리는 기간이 길어지면 그만큼 꽃가루에 더 많이 노출되면서 알레르기 환자들도 늘어나고 증상도 더 일찍 나타나고 더 악화될 수 있다. 실제로 많은 꽃가루 알레르기 환자들이 병원을 찾아와 증상을 호소하는 시기가 예전엔 5월이었는데 최근에는 3월 말이나 4월로 점점 빨라지고 있다.

대기 중에는 여러 식물에서 생산되는 많은 꽃가루가 존재하지만 이 모든 꽃가루가 사람에게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식물은 수정방법에 따라 크게 풍매화와 충매화로 나눌 수 있다. 충매화는 향기나 아름다운 꽃으로 곤충을 유혹해 꽃가루를 전파시키므로 화분의 생산량이 적고, 크고 무거우며, 공기 중에 잘 날아다니지 못해 알레르기 질환을 (거의) 유발하지 않는다. 반면 풍매화는 바람에 의해 꽃가루를 전파하기 때문에 공기 중에 잘 날아다닐 수 있도록 크기가 작고 가벼워서, 비염이나 결막염, 그리고 천식을 유발하게 된다.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꽃가루의 직경은 20~40㎛로, 눈에 보이지 않고 코나 입으로 들어간다. 이런 꽃가루가 침에 섞여 10분 내로 위장기관으로 흡수되는데, 이 중 일부 항원은 위장으로 가기 전 점액에 용해돼 코나 기도의 점막에 흡착돼 증상을 유발한다.

꽃가루는 계절성 항원이라 봄이나 가을 등 특정 계절에 날아다니는데, 이를 회피하기란 쉽지 않다. 특히 나무나 잡초 등 꽃가루가 발생하는 근원지를 제거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항상 마스크 등을 착용해도 꽃가루를 회피하기가 어렵다. 그렇더라도 외출했다가 돌아올 때 옷에 묻은 꽃가루를 털어내고, 꽃가루 유행 시기에 환자가 마스크를 착용하거나 창문 등을 닫으면 원인 항원에의 노출을 어느 정도 막을 수는 있다. 유행 시기에는 꽃가루가 집 안 먼지의 일부분을 차지한다고 보고됐다. 에어컨이나 공기청정기 등을 이용해 꽃가루 등을 제거하는 것이 좋다. 지속적으로 꽃가루 알레르기 증상을 보이면 전문의와 상담하고 적절한 약제를 처방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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