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고요? 갑자기 한쪽 귀가 잘 안 들리네, 돌발성 난청

2024.03.23 06:00

갑자기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 ‘삐’ 하는 이명이 계속되기도 한다. 특별한 이유 없이 발생하는 ‘돌발성 난청’의 대표적 증상이다. 돌발성 난청은 빠르게 치료를 받으면 정상 청력을 회복하기도 하지만, 환자 중 3분의 1은 떨어진 청력의 대부분을 회복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또한 회복되더라도 부분적으로만 청력이 되돌아오는 비율 역시 환자 중 3분의 1가량을 차지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뭐라고요? 갑자기 한쪽 귀가 잘 안 들리네, 돌발성 난청

돌발성 난청이란 이름처럼 어떤 전조증상 없이 수 시간에서 2~3일 이내에 갑자기 청력이 떨어지는 질환을 가리킨다. 초기 치료 여부에 따라 청력 회복 정도가 달라진다는 점에서 응급질환으로 분류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보면 2018년 8만4049명이던 돌발성 난청 환자 수는 2022년 10만3474명으로 약 23% 증가했다. 특히 같은 기간 20대 환자 수가 8240명에서 1만1557명으로 40% 이상 급증해 젊은 연령층에서 더욱 주의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에게는 느닷없이 발생한 것처럼 느껴지는 이 질환은 특별한 원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 정밀검사를 진행해도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는 ‘특발성’에 해당하는 환자가 전체 돌발성 난청 환자 중 80~90%를 차지한다. 다만 현재까지 여러 연구를 통해 알려진 원인으로는 바이러스 감염에 따른 염증 반응이나 혈관장애로 인한 달팽이관 저산소증, 외상, 면역성 질환, 메니에르병, 종양성 질환 등이 꼽힌다.

원인을 쉽게 찾기 어려우므로 왜 최근 들어 젊은 연령대에서 크게 늘어나는지도 밝혀지진 않았다. 심대보 명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20대의 급증 원인도 정확히 알 수는 없다”면서도 “시끄러운 소음에 노출된 환경이나 이어폰을 통해 고음을 장시간 듣는 음악 청취 습관, 휴대전화 사용, 스트레스와 불안 같은 요인들이 작용했을 걸로 추측한다”고 말했다.

특별한 원인 없는 ‘특발성’이 대부분
귀 먹먹함·이명·어지럼증 등 동반
떨어진 청력 회복, 조기 치료가 관건

환자 3명 중 1명은 원상태로 안 돌아와
“이어폰 등 사용 땐 귀 피로도 감안을”

돌발성 난청의 특징은 한쪽 귀에서만 소리가 잘 들리지 않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정상 청력을 0~20㏈(데시벨)이라고 할 때, 돌발성 난청으로 진단하는 청력의 기준은 순음청력검사를 시행해 3개 이상 연속된 주파수에서 30㏈ 이상의 난청이 발생하는 경우가 해당한다. 일상생활에선 보통 30~40㏈ 이상 청력이 떨어지면 대화할 때 소리가 또렷하게 들리지 않는 정도가 된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갑자기 나타나는 이명을 들 수 있다. 또 귀가 먹먹하게 느껴지는 느낌(이충만감)도 자주 나타난다. 돌발성 난청 환자 3분의 2 정도는 이명을 동반하기 때문에 갑자기 이명이나 이충만감이 지속되면 돌발성 난청을 의심해볼 수 있다. 일회성으로 잠시 증상이 발생하면 괜찮지만, 반나절 이상 계속되는 경우 바로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명이라는 증상만 놓고 봤을 땐 난청 때문에 생긴 것인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명은 외부의 물리적인 음원이 없는 상태에서 소리가 들리는 증상이다. 보통 일시적으로 한쪽 귀가 멍해지면서 ‘삐’ 소리나 매미 소리, 바람 소리 등이 수 초 동안 들렸다 사라진다. 주된 원인이 난청인 ‘감각신경성 이명’이 대부분이지만 다소 원인이 다른 경우도 있다. 이세아 순천향대 부천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감각신경성 난청 외에 귓속 근육의 경련 등에 의한 이명과 혈관 때문에 발생하는 박동성 이명도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난청이 있을 때 이명이 나타나기 쉬운 이유는 뇌의 청각 영역으로 들어가는 청각 정보가 결핍될수록 일종의 보상 작용으로 뇌에서 소리 신호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난청 환자는 스스로 청력이 정상이라 느끼더라도 검사를 하면 고음역대 난청이 동반됐을 경우가 많다.

돌발성 난청은 특히 빠른 치료가 필요한 데다, 일부 환자들은 어지럼 증상을 함께 겪기 때문에 응급실로 내원하는 사례도 많다. 응급실에서는 정확한 청각검사를 바로 시행하기 어려우므로 정밀검사는 다음날 시행하는 때도 있지만, 치료 골든타임을 고려할 때 증상이 나타나고 나서 늦어도 14일 이내에는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통상 3~7일 이내에 치료를 시작했을 때 효과가 좋다는 연구 보고가 나와 있다.

돌발성 난청에 대한 가장 보편적인 치료 방법인 스테로이드 치료는 먹는 약이나 혈관주사, 고막주사 등으로 약제를 투여한다. 다만 스테로이드 부작용으로 혈당이나 혈압 상승, 안면홍조 및 부종, 위장장애, 간이나 신장 손상, 녹내장 악화 등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는 주의가 필요하다. 스테로이드 외에도 경우에 따라 추가로 항바이러스제, 혈관확장제, 혈액순환 개선제 등을 처방하기도 한다.

고압산소치료는 2기압 이상 높은 압력으로 고농도 산소를 몸 안에 공급해 청각 기능 회복을 돕는 방법이다. 고압산소치료는 별도 약물을 사용하지 않고 산소만을 이용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적지만 높은 압력으로 고막이 팽창돼 귀 통증이 발생할 수 있고, 기흉이 있는 경우 시행이 어렵다.

이명이 심할 때는 증상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이명 재훈련 치료’를 받을 수도 있다. 주변에 백색소음을 깔아주는 식의 소리치료를 통해 이명을 중요하지 않은 소리로 인식하고 집중하지 않도록 돕는다. 이세아 교수는 “이명 증상은 그 소리에 집중하고 신경을 쓸수록 악화하며, 앞으로도 계속 들릴 것이라는 생각에 불안과 우울을 호소하는 환자들도 많다”면서 “약물치료는 이런 우울감이나 불면 등을 완화하는 목적으로 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돌발성 난청은 증상 초기에 치료를 받지 않았거나 치료 후에도 3개월 이상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청력 회복이 어려울 수 있다. 이 시점에서는 보조기기를 통한 청각재활이 필요하다.

특별한 원인이 없는 만큼 예방법 역시 뚜렷하게 제시돼 있지는 않다. 다만 평소 귀의 피로도를 낮추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심대보 교수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선 청력 보호를 위해 휴대용 음향기기 사용 시 최대 음량의 60% 이하로, 하루 60분 이내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며 “술·담배·커피 등은 귀 신경을 자극하고 혈관 수축에 영향을 줄 수 있으니 섭취를 줄이고, 주기적인 청력검사를 통해 자신의 귀 상태를 점검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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