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들은 말한다 “○○딸기 주세요”라고…내 입에 맛는 ‘빨간 맛’을 찾아라

2024.02.23 15:00 입력 2024.02.26 10:41 수정

500g 한 팩에 1만5000원. 몇번 만지작거리다 눈 딱 감고 집어 든다. 주머니가 얄팍해도 기꺼이 감수할 수밖에 없다. 빨갛고 영롱한 빛깔. 정신을 아득하게 만드는 마성의 향과 맛. 그렇게 딸기 앞에 속절없이 굴복하고 만다. 딸기는 겨울인 지금이 절정인 과일이다. 시장과 마트 매대의 널찍한 자리는 딸기 차지다. 호텔마다 경쟁적으로 내놓는 ‘딸기 뷔페’는 1인당 10만원대인데도 사람들로 북적인다. 카페나 디저트 업계를 휩쓸고 있는 것도 딸기다. 망고니 샤인머스캣 등 특정한 절기를 풍미하는 과일들이 제법 있지만 뭐가 됐든 딸기의 적수는 되지 못한다. 호불호가 거의 없고 가장 수요가 높은 과일이라는 딸기. ‘국민 과일이 딸기인가’라고 질문한다면 그렇다고 답할 수 있겠다. 딸기의 연간 시장 규모는 생산액 기준으로 1조5000억원이다. 이는 과일과 채소류 중에서 가장 큰 규모다. 충남농업기술원 딸기연구소 이인하 육종팀장은 “단위면적당 소득이 높은 작물이라 귀농하는 분들이 가장 많이 택하는 작목이 딸기”라며 “이 때문에 딸기에 대한 연구와 투자는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설향을 필두로 장희·비타베리 등 다양한 품종 등장
‘딸기 뷔페’ 1인당 10만원 넘어도 ‘북적’
제철에 먹어야 새콤달콤한 풍미 제대로 맛볼 수 있어

(왼쪽부터)설향, 금실, 킹스베리. 사진 컬리 제공

(왼쪽부터)설향, 금실, 킹스베리. 사진 컬리 제공

(왼쪽부터)죽향, 장희, 비타베리. 사진 컬리 제공

(왼쪽부터)죽향, 장희, 비타베리. 사진 컬리 제공

과거만 해도 시장에서 팔리던 딸기는 그냥 딸기였다. 그런데 2005년 설향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시장은 달라졌다. 일본 품종이 주류이던 시장에서 한국 품종 설향이 성공적으로 안착하면서 설향은 맛있는 고품질 딸기의 대명사가 됐다. 외식업계에서도 ‘설향 딸기를 사용한~’을 주요한 마케팅 요소로 내걸었다. 설향을 탄생시킨 충남농업기술원 딸기연구소뿐 아니라 각 지자체의 산하 농업기술원에서도 딸기 품종 개발의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죽향, 금실, 킹스베리, 아리향, 하이베리, 알타킹 등 저마다 풍미와 개성을 자랑하는 딸기가 시장에 등장했다. 예를 들어 경남농업기술원에서 개발한 금실은 설향보다 당도와 경도(과육의 단단한 정도)가 더 높아진 품종이다. 경도가 높아 수출 고소득 상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주요 품종 중 죽향은 당도가 가장 높아 지지층이 꽤 탄탄하다. 몇년 전에 나온 킹스베리는 맛도 맛이지만 크기로 승부한다. 설향 같은 딸기가 1알에 20g 정도라면 킹스베리는 40g으로 2배에 이른다. 조금 과장을 하자면 거의 주먹만 하다. 맛은 새콤달콤함이 잘 어우러졌고, 과육은 무르고 부드러운 편이다. 두리향은 몇년 전 방탄소년단(BTS) 멤버가 구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BTS 딸기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처럼 크기와 당도, 경도, 당도와 산도의 밸런스, 향기 등 항목별로 차별화되는 딸기 품종이 등장하면서 소비자들은 반색하고 있다. 취향에 따라 기꺼이 비싼 값을 지불하는 기호품이 된 셈이다. 2022년만 해도 온라인쇼핑몰 마켓컬리에서 팔리는 딸기의 90%가 설향이었지만 지난해부터 이 비중은 70%로 줄었다. 30%는 다양한 다른 품종으로 채워졌다. 특히 인기가 높고 재구매가 많이 이뤄지는 것은 금실과 죽향이다. 설향에 비해 죽향이나 금실의 가격은 많게는 2배에 달하는데도 마니아가 뚜렷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SSG닷컴과 같은 다른 쇼핑 플랫폼에서도 양상은 비슷하다. 지난해 말 서울 강남의 한 백화점에서 첫선을 보였던 신품종 은향은 한 팩에 2만5000원이었는데도 없어서 못 팔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딸기 뷔페로 경쟁하는 호텔가에서도 주요 포인트로 삼는 것은 품종이다. 2007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딸기 뷔페를 선보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은 2019년부터 품종 마케팅을 실시하며 고객들의 취향을 저격했다. 품종과 수확 시기에 따라 맛의 차이가 있다는 점에 착안해 호텔 측은 설향을 기본으로 금실, 죽향, 장희, 비타베리 등을 기간별로 내놨다. 이번 시즌에 호텔 측이 발 빠르게 메뉴에 올린 품종은 홍희다. 충남 홍성군이 10여년에 걸친 개발 끝에 2022년 처음 수확한 홍희는 과즙이 풍부하고 청량한 맛이 특징이다.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은 킹스베리를 내세웠다. 딸기 뷔페를 운영하는 그라넘 다이닝 라운지 김준형 셰프는 “킹스베리는 은은한 복숭아 향이 나는 데다 먹음직스러운 색감과 크기를 갖고 있어 디저트를 만들기에 제격일 뿐 아니라 생딸기 자체도 탐스러운 비주얼 때문에 젊은층에게 인기가 많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재배되는 딸기 중 가장 생산량이 많은 것은 설향이다. 재배면적으로 봤을 때 80% 이상이다. 2022~2023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자료를 보면 설향 비중이 82.1%, 금실 7.5%, 죽향 2.9%, 장희 2.2%, 매향 1.2%, 기타 4.1% 등이다. 설향이 지배적인 품종으로 자리 잡은 것은 개발·보급된 지 20년 가까이 됐을 뿐 아니라 병충해에 강하고 재배가 쉽다는 점 때문이다. 하지만 단일 품종만으로는 시장 확장이나 안정적 생산에 한계가 있다는 점에는 정부나 지자체, 농가 모두 인식을 같이하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품종 개발과 보급은 꾸준히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딸기는 한 시즌에 4~5차례 수확한다. 첫 번째 꽃이 핀 뒤 따는 열매를 1화방이라 하는데 보통 11월 말이나 12월 초다. 3월 말까지로 따진다면 4~5화방 정도를 수확하게 된다. 맛은 1화방이 제일 좋다. 갈수록 크기는 조금씩 작아지고 맛도 떨어진다. 2월 말~3월 초 3화방이 나올 때가 물량이 가장 많은 편이다. 딸기가 고부가가치 작물로 자리매김했다는 점은 분명하나 올겨울엔 유난히 비싸게 느껴진다. 단순히 물가가 올랐기 때문일까. SSG닷컴 과일바이어 우민성 부장은 “1화방, 2화방을 거치면서 생산량이 늘어야 하는데 이번 시즌에는 날씨가 춥고 작황이 좋지 않아 전년에 비해 양이 많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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