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셰프의 프랑스 정찬, 할머니 손맛 콩국수, 토박이들이 찾는 흑돼지… 음~ 뭐부터 먹을까

2015.07.01 21:40 입력 2015.07.01 21:50 수정

제주는 다르다. 자연이 다르니, 삶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다. 당연히 음식도 다르다. 이번엔 뭘 먹을까? 여행자가 고민할 정도로 맛집도 많다.

제주 첫 프랑스 레스토랑 ‘밀리우’의 한우 스테이크

제주 첫 프랑스 레스토랑 ‘밀리우’의 한우 스테이크

■ 해비치호텔 밀리우

27일 문을 연 제주 최초의 프랑스식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이다. 로컬푸드도 많은데 웬 호텔 음식? 그렇게 생각하는 게 당연하다. 제주에 가면 시장통에서 꽁치김밥도 사 먹을 수 있고, 바닷가 횟집의 물회에 반할 수도 있다. 한데 뭔가 제대로 된 정찬을 먹고 싶다면, 혹시 연인과 기념일에 뭔가 다른 음식을 먹고 싶다면? 밀리우도 괜찮다. 꽤 좋았다.

호텔의 셰프는 윤화영씨다. 프랑스 국립고등조리학교를 수석 졸업했다. 요즘 가장 잘나가는 셰프 중 하나다. 2004년 프랑스의 오텔 드 크리용에서 요리사로 출발했다. 이 식당은 미슐랭 별 하나에서 두 개까지 올라갔다. 피에르 가니에르 파리, 알랑 성 데라스 등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에서 경력을 쌓았다. 부산의 메르씨엘이라는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을 운영 중이다. 미식가들 사이에서는 소문이 자자하다. 해비치호텔의 이민 대표가 그를 스카우트했다. 이 대표도 음식을 잘 안다. 이 대표는 웨스틴 조선호텔 총주방장 출신으로 업계 최초로 CEO까지 올랐다.

음식이 나왔다. 웰컴음식인 아뮤즈부쉬에 이어 첫 번째 차가운 앙트레(전식)는 남도스타일이다. 제주에서 난 애플망고, 경상도의 제피(산초), 전라도의 유자를 썼다. 두 번째 따뜻한 앙트레는 자몽에 구운 야채, 염소 치즈크림이다. 메인은 두 종류. 생선요리는 농어, 육류는 제주산 한우 스테이크다.

“뭘 추천하실래요?” 이민 대표는 한우가 낫겠다고 했다. 결국 두 가지 다 맛을 봤다. 생선도 좋았고, 스테이크도 훌륭했다. 디저트는 구좌읍 고모님 농장의 블루베리 타르트다. 고모님 농장? 실제로 윤 셰프의 고모 농장에서 따온 블루베리를 썼단다.

밀리우는 요리하는 게 다 보이는 오픈 키친으로 설계됐다. 오픈 키친은 세계적인 트렌드다. 이탈리아 여행 중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을 간 적이 있는데, 식사가 나올 무렵 커튼이 올라가더니 주방에서 요리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쉴 새 없이 움직이며 분주히 요리하는 모습까지도 ‘구경거리’인 것이다. 밀리우는 저녁에만 운영한다. 값은 세금·봉사료 포함 8만9000원이다. 파인다이닝은 대개 10만원이 훌쩍 넘는다. 특급호텔 뷔페도 요즘 9만5000원에서 10만원까지 한다. 이 대표는 “서울에선 사실 접대 때문에 호텔 파인다이닝을 이용하는데, 제주도에서는 제 돈 주고 사 먹어야 한다는 걸 고려했다”고 말했다. 새장처럼 생긴 독립 테이블 5개에 바사이드까지 합쳐 정원은 40명이다. (064)780-8328

‘방주 할머니 식당’의 검정콩 콩국수와 삼채만두

‘방주 할머니 식당’의 검정콩 콩국수와 삼채만두

■ 방주 할머니 식당

세상의 여러 분야에서 요리만큼 창조적인 분야도 없다. 프랑스 식당만 창조적인가? 아니다. 로컬푸드도 시시각각 변한다. 조천읍 교래리까지 찾아간 것은 주민들에게 꽤 유명한 식당이 있다고 해서다. 두부, 삼채만두, 검정콩국수, 고사리 비빔밥, 보쌈 등 제법 다양하다. 이중 3개를 맛봤다. 먼저 두부다. “두부가 꽤 고소하네!” 함께 간 동료의 반응이 좋다. 삶은 삼채를 함께 내놨다. 삼채? 삼채는 히말라야에서 나는 채소인데, 사포닌이 인삼보다 많다는 플래카드를 벽에 붙여놨다. 취나물처럼 생겼는데, 조금 질긴 편이다. 그래도 먹을 만했다. 두 번째 삼채만두. 삼채에 싸놓은 만두는 속이 부드럽다. 만두소는 뭘까? “두부, 돼지고기를 넣었어요.” 괜찮다. 세 번째는 검정콩국수다. 면은 노란색, 콩국수에 마치 허브를 넣은 것처럼 잘게 부서진 것들이 보였다. 주인은 껍질째 넣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면 색깔은 왜 노랗죠?” “단호박을 넣었어요.” 셋 다 좋았지만 콩국수가 제일 나았다. 콩국이 압권이었다. 면은 웬만한 국수보다 더 쫄깃쫄깃했다. 두부 8000원, 삼채만두 1만원, 검정콩국수 7000원. (064)783-1253

‘늘봄흑돼지’의 흑돼지 구이와 멸치장

‘늘봄흑돼지’의 흑돼지 구이와 멸치장

■ 늘봄흑돼지

제주 하면 흑돼지다. 메르스로 제주 음식점들이 텅텅 비었다는데 제주시 한라대학로에 있는 이 집은 점심때 차댈 곳이 없어 5분쯤 기다렸다. 토박이들이 많이 찾는 집이란다. “에스컬레이터까지 있는 대형 식당인데?” “제주 사람들이 잔치하고 회식할 때 많이 와요.” 흑돼지 고기가 엄지손톱보다 두껍다. 1.3㎝가량 된다. 칼집을 잘게 넣었다. 참숯은 조약돌처럼 보였다. 제주식으로 멸치장을 함께 석쇠에 올렸다. 멸치젓을 물에 희석시켜 고추 등으로 양념한 뒤 석쇠에 함께 올려 찍어먹는 ‘제주 스타일’이다. 고기는 좋았다. 후식으로 톳냉면을 시켰는데, 면발이 부드럽긴 하지만 특산품이라는 외엔 별로였다. 흑돼지 1인분 1만6000원, 톳냉면 6000원. (064)744-9001

창문 너머로 바다가 보이는 공천포 카페 ‘숑’

창문 너머로 바다가 보이는 공천포 카페 ‘숑’

■ 공천포 카페 숑

제주도엔 카페가 참 많다. 비 오는 날이면 창문 너머로 바다가 보이는 작은 카페에서 차 한 잔 하고 싶어진다. 하필 제주에 도착한 날, 비가 오락가락했다. 공천포에도 카페가 많다. 카페 숑 앞에는 체인이 삐져 나온 자전거가 한 대 세워져 있었다. 카페 벽을 노랗게 칠했다. 테이블은 모서리에 붙여 콘솔인지 테이블인지 헷갈리는 것까지 합쳐서 모두 5개. 테이블마다 스탠드 등이 놓여 있다. 주인은 30대 남자, 점잖아 보였고, 5년 전에 내려왔다고 했다. 대들보는 크고 단단한 원목이 아니라 각진 나무막대였다. “창고를 개조했나봐요?” “원래 공천포횟집이었어요.” “카페 이름이 송이 아니라 왜 숑이죠?” “아내 별명이 숑이에요.” 창문 너머 바다는 잿빛이었다. 젖은 등대가 처량해 보였으나 안은 아늑했다. 여성 2명이 젖은 바다를 앞에 두고 책을 읽고 있었고, 다른 두명은 와플을 먹으며 바다를 바라봤다. 아메리카노 3500원. 내비게이션에는 안 나온다. 공천포횟집 바로 옆이다. 화요일 휴무. (070)4191-0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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