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의회, 전면 무상급식 대신 저소득층 지원 확대

2010.12.21 22:26 입력 2010.12.22 10:37 수정

“결국은 눈칫밥 먹으라는 얘기죠”

“결국은 눈칫밥을 먹으라는 거죠. 내년 학기 초부터 벌어질 일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저립니다.”

강원도 농촌 중학교 교사인 ㅇ씨(48)는 최근 동료들과 회식자리에서 학교급식 얘기가 나오자 “이게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고 화부터 버럭 냈다. ㄱ교사(38)도 거들었다.

“왜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급식지원 대상자’라는 ‘주홍글씨’를 계속 달아주려고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갑니다.”

강원도청 앞 도로변에 21일 내년 전면 무상급식을 무산시킨 강원도의회를 규탄하는 시민단체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 최승현 기자

강원도청 앞 도로변에 21일 내년 전면 무상급식을 무산시킨 강원도의회를 규탄하는 시민단체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 최승현 기자

ㄱ교사는 “일부 도의원들은 국세청자료나 의료보험료 납부내역을 조회해 대상자를 선정하면 된다고 말하는데 그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이냐”며 언성을 높였다.

“그렇게 하려면 개인정보 연람 동의서를 다 받아야 하는데 과연 모든 학부모가 서명을 해주겠어요. 게다가 동의서를 다 받는다고 해도 자료를 받아 분석하는 데만 수개월은 족히 걸릴 겁니다.”

최근 강원도의회가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 대신 기존 저소득층 급식지원 대상자를 2배가량 확대하는 쪽으로 내년 예산을 의결하면서 일선 학교현장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는 반응들이다.

◇선정기준 논란 불가피 = 강원도의회는 지난 16일 본회의를 열고 강원도교육청의 학교급식 사업비 561억원을 무상급식 대신 기존 저소득층 자녀의 급식 지원을 확대하는 조건으로 통과시켰다.

의회는 강원도가 제출한 친환경무상급식 예산 91억7400만원도 전액 삭감했다. 대신 친환경 쌀 지원과 저소득층 지원 급식비 항목으로 각각 15억원과 25억원을 책정했다.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한나라당 소속 도의원들과 교육의원들이 무상급식을 무산시키고 저소득층 급식지원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예산안을 확정한 것이다. 농산어촌 저소득층 급식지원 대상자를 현행 15%에서 30%로, 도시지역은 10%에서 20%로 늘린다는 단서도 달았다.

올해 강원도 내에서 급식지원을 받고 있는 초·중·고 학생은 농산어촌 지역 1만2600여명, 도시지역은 1만3200여명 등 2만5900여명이다. 전체 학생 21만3300여명 중 12.1%가량이 저소득층으로 분류돼 급식지원을 받고 있는 셈이다.

강원도의회 결정으로 내년부터 추가로 2만5900여명의 대상자를 선정해야 한다. 그동안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수급권자와 차상위계층, 한부모가족지원법 등 관련 규정에 따라 급식지원 대상자를 선정해왔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별도의 기준을 마련, 추가 지원대상자를 선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구체적인 지원기준 마련이 어려워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강원도교육청 관계자는 “강원도의회에서는 도서·벽지 교육진흥법 등을 적용해 순차적으로 확대할 것을 권고했으나 일률적으로 2배씩 지원대상을 확대할 경우 지역별 형평성 문제 등으로 인한 학부모들의 반발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자치단체도 혼란 = 이뿐 아니라 그동안 강원도와 강원도교육청의 무상급식 추진 방침에 따라 대응투자를 준비하던 기초자치단체도 혼란에 빠졌다. 애초 전면 무상급식을 준비하던 원주시는 읍·면지역 초등학교 학생 전원에 대한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동지역 초등학교에 대해서는 친환경 식자재 구입을 확대 지원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횡성군도 강원도와 강원도교육청의 예산배정 결과를 지켜본 뒤 급식지원 범위와 부족한 예산에 대한 추가확보 여부 등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친환경 무상급식·무상교육 강원운동본부 유성철 집행위원은 “자치단체별로 지원대상이 다를 경우 주민들의 불만도 커질 것”이라며 “강원도 의회의 저소득층 지원확대 결정이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는 만큼 추경예산을 통해 무상급식이 실현될 수 있도록 촉구하는 활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승현 기자 cshdmz@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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