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 바랐지만 끝내 주검으로…’ 문경 화재 고립 소방관 2명 순직

2024.02.01 06:02 입력 2024.02.01 19:29 수정

화재가 발생해 수색작업을 하던 소방관 2명이 순직한 경북 문경시 육가공공장이 1일 화재로 인해 무너져 있다. 권도현 기자

화재가 발생해 수색작업을 하던 소방관 2명이 순직한 경북 문경시 육가공공장이 1일 화재로 인해 무너져 있다. 권도현 기자

경북 문경 육가공공장 화재 현장에서 투입됐다가 고립된 구조대원 2명이 숨졌다.

경북소방본부는 화재현장에서 고립된 문경소방서 119구조구급센터 소속 김수광 소방교(27)와 박수훈 소방사(35)의 시신을 수습했다고 1일 밝혔다.

소방당국은 이날 오전 1시1분쯤 경북 문경시 신기동 신기제2일반산업단지 한 육가공공장에서 인명 수색을 하다 고립된 구조대원 1명의 시신을 수습해 병원으로 이송했다. 이후 3시간여 뒤인 오전 4시14분쯤 화재로 무너진 건물의 3층 바닥 위에서 또 다른 구조대원의 시신을 수습했다.

두 구조대원이 발견된 곳은 서로 5~7m 거리에 떨어진 지점으로 무너진 건물의 잔해가 많이 쌓여 수색과 구조에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고 소방당국은 설명했다. 앞서 두 구조대원은 출동 지령을 받고 현장에 8분 만에 도착했고, 건물 안에 공장 관계자 등 구조 대상이 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내부로 진입했다. 소방당국은 구조대원들이 내부 진입 당시까지만 해도 인명 검색 상황이 나쁘지 않았다고 전했다.

1층 주 출입구를 통해 4인1조로 건물 안으로 들어간 구조대원들은 발화 지점으로 추정되는 3층에서 인명을 검색하다가 급격히 연소가 확대하는 화마를 피하지 못했다.

지난 31일 오후 7시47분쯤 경북 문경시 신기동의 힌 육가공업체에서 불이 나 소방당국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소방청 제공.

지난 31일 오후 7시47분쯤 경북 문경시 신기동의 힌 육가공업체에서 불이 나 소방당국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소방청 제공.

소방당국은 이들이 탈출을 위해 3층 계단실 입구까지는 다다랐으나 미처 내려오지는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건물 3층 바닥면이 무너지면서 2층 높이까지 내려앉았으며, 이에 두 대원이 추락했을 수도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화재 원인과 사고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합동 감식을 할 예정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먼저 수습된 시신의 신원을 김수광 소방교로 추정했으나, 정확한 신원 확인을 위해 유전자 검사 결과가 필요하다.

경찰은 경북경찰청 형사과장을 팀장으로 하는 강력범죄수사대 2개 팀과 과학수사대, 문경경찰서 형사팀 관계자 등 30명으로 수사전담팀을 구성했다. 수사전담팀은 화재 현장에서 폐쇄회로TV를 분석하고 공장 관계자 등을 불러 화재 원인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합동 감식은 화재로 인한 공장 건물 훼손이 심해 안전 진단 후 실시할 방침이다.

경북도소방본부는 고인들의 고향인 구미·상주소방서와 경북도청 동락관, 문경소방서 등 4곳에 오는 5일까지 분향소를 운영한다. 영결식은 오는 3일 경북도청 내 동락관에서 엄수될 예정이다. 경북도는 경북도청장으로 장례를 치르기로 했다.

빈소는 문경장례식장에 차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순직 구조대원들에게 1계급 특진과 함께 옥조근정훈장을 추서했다. 고인들의 유해는 국립대전현중원에 안장될 예정이다.

화재가 발생해 수색작업을 하던 소방관 2명이 순직한 경북 문경시 육가공공장이 1일 화재로 인해 무너져 있다. 권도현 기자

화재가 발생해 수색작업을 하던 소방관 2명이 순직한 경북 문경시 육가공공장이 1일 화재로 인해 무너져 있다. 권도현 기자

김 소방교는 2019년 7월, 특전사 중사 출신인 박 소방사는 2022년 2월에 임용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두 소방영웅의 영전에 삼가 명복을 빌고 유족 여러분께도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지난 밤 안타깝게도 김수광 소방교, 박수훈 소방사 두 소방대원이 순직하셨다. 비보를 듣고 가슴이 아파 잠을 이룰 수 없었다”고 밝혔다.

불은 전날인 지난달 31일 오후 7시47분쯤 발생했다. 불길은 공장 건물 4층 튀김 기계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소방당국은 인근 8∼11개 소방서에서 장비가 총동원되는 대응 2단계를 발령해 화재 진압에 나섰다. 47대의 장비와 331명의 인력이 투입됐다.

불이 난 건물은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진 연면적 4319㎡, 4층 높이 건물로 2020년 5월 사용 허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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