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본 ‘제주 접수’ 가속도

세금 환수·투자이민 요건 강화해 ‘먹튀’ 아닌 ‘상생’ 개발을

2014.09.29 22:18 입력 2014.09.30 12:29 수정

(하) 투자, 다시 설계를

제주에서 최근 논란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는 건물은 제주시 노형동에 조성 중인 초고층 건물 드림타워다. 중국 녹지그룹이 투자한 이 건물은 2만3301㎡ 부지에 오는 2017년까지 지상 218m, 지하 5층, 지상 56층으로 건립될 예정이다. 상가와 관광호텔, 콘도미니엄, 카지노가 들어선다. 2009년 김태환 제주도지사 당시 건축허가를 받은 이 건물은 고도가 지나치게 높아 경관과 일조권을 해칠 뿐 아니라 도심에 카지노가 들어서는 데 따른 부작용도 논란이 돼 왔다. 이 건물은 제주에서 가장 높은 연동 롯데시티호텔제주(89.95m, 22층)보다 2배 이상 높다. 논란이 증폭되자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고도를 낮추지 않으면 허가취소도 불사하겠다”고 압박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드림타워를 둘러싼 논란은 중국 자본의 제주 투자가 ‘구조조정’의 시기에 돌입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실적 쌓기에 급급한 마구잡이식 투자 유치 정책에서 벗어나 중국 자본이 제주와 상생할 수 있는 ‘투자 재설계’의 로드맵을 그려야 할 전환점을 맞은 것이다.

<b>제주 풍광 무시한 초고층 빌딩</b> 중국 부동산투자회사인 녹지그룹이 동화투자개발과 함께 제주시 노형동 일대에 짓고 있는 드림타워 공사현장(위)과 조감도(아래). 높이 218m에 지상 56층 규모의 초고층에 호텔, 콘도미니엄과 카지노가 들어설 이 건물을 두고 제주 지역사회에서 논란이 뜨겁다. |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제주 풍광 무시한 초고층 빌딩 중국 부동산투자회사인 녹지그룹이 동화투자개발과 함께 제주시 노형동 일대에 짓고 있는 드림타워 공사현장(위)과 조감도(아래). 높이 218m에 지상 56층 규모의 초고층에 호텔, 콘도미니엄과 카지노가 들어설 이 건물을 두고 제주 지역사회에서 논란이 뜨겁다. |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 중 소유토지 90%가 대규모 복합리조트로 개발
카지노에도 눈독… ‘도박의 섬’ 전락 우려 커져

지난 6월 현재 중국인이 소유한 제주 토지 592만2000㎡ 중 90%가량은 대규모 복합리조트로 개발될 예정이다. 지역경제 파급효과는 한정적인 반면 단기간에 개발이익을 회수할 수 있는 ‘먹튀’성 개발이라는 데 제주 주민들은 공포감을 갖고 있다.

‘중국 자본’이 카지노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도 부정적인 시선을 키운다. 이미 8개의 외국인 카지노가 운영되고 있는 제주에 드림타워, 제주신화역사공원, 제주분마이호랜드 등 중국 자본이 투자하는 새로운 카지노가 들어서려는 것이다. 제주가 ‘도박의 섬’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논란은 기우가 아니다.

정부와 제주도는 사람과 자본, 상품의 이동이 자유로운 국제자유도시로 제주를 육성한다는 방침 아래 규제 완화와 투자유치 정책을 추진해왔다. 일정 자본 이상을 투자하는 국내외 기업에 세금을 감면하는 투자진흥지구, 휴양시설에 5억원 이상을 투자한 외국인에게 5년이 지나면 영주권을 주는 부동산투자이민제가 도입됐다. 하지만 이 제도들은 투기성 개발이 범람하는 토양을 제공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국내기업인 (주)보광제주가 성산포해양관광단지를 투자진흥지구로 지정받아 수십억원의 세금 감면을 받은 뒤 일부를 중국계 기업에 되팔아 시세차익을 챙긴 사례가 대표적이다. 2018년까지 한시 운영 중인 부동산투자이민제는 국내 거주자격(F2) 비자 취득자가 8월 말까지 783명으로 늘어나긴 했지만 중국인을 겨냥한 ‘분양형 숙박시설 개발붐’을 유발한 요인이 됐다.

[중국 자본 ‘제주 접수’ 가속도]세금 환수·투자이민 요건 강화해 ‘먹튀’ 아닌 ‘상생’ 개발을

비판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중국 자본발(發) 난개발에 원희룡 지사가 최근 잇따라 제동을 걸고 나선 것에 제주 지역사회는 주목하고 있다. 원 지사는 “제주 투자가 부동산 매입과 숙박시설 분양에 치우치고 있으며 이는 제주 미래가치와 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카지노 관리감독기구를 연내 설치하기로 하는 한편 숙박시설을 기존 계획보다 3배 늘린 신화역사공원에 대해서는 시정을 요구했다.

제주지역에서는 ‘제주 투자의 재설계’를 놓고 활발한 논의가 벌어지고 있다. 투자진흥지구 대상업종을 재정리하고 투자가 미흡할 경우 세금을 환수하는 방안과 부동산투자이민제의 폐지 또는 대상요건 강화 등이 대표적이다.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그간 투자라면 내용은 따져보지도 않고 환영해온 정책이 후유증을 몰고 왔다”며 “투자자들이 제주와 공생하려는 의지가 없을 경우 갈등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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