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워지는 서울’생태계 변했다

2001.03.01 00:34

도시 온난화 현상으로 서울시 연 평균 기온이 해마다 크게 올라가고 이에 따라 생태계에도 직접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8일 서울시가 발표한 서울시 산림지역 식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량리 등 서울시내 24개 지점에서 조사된 1999년 서울시 연평균 기온은 13.2도로 최근 30년 평균 기온 11.8도에 비해 1.4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난방열, 자동차 가스 배출량이 많은 1월의 경우 지난 30년 평균 기온은 영하 3.4도였으나 99년은 영하 0.8도로 기온 차이는 무려 2.6도가 났다. 2월은 1.8도, 3월은 2.2가 각각 높았다.

청량리의 강북 도심지를 제외하면 대체로 한강 이남 지역의 기온이 한강 이북 지역 기온보다 높게 나타나 산지가 없는 지역에서 온난화 현상이 더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도시 온난화 영향으로 도시 기온이 높아질 경우 나타나는 가중나무가 시가지 지역이 아닌 산림 지역에서도 관찰되는 등 서울시 생태계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서울시내 산림 지역에서 가중나무가 관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중나무 서식이 확인된 산림 지역은 남산, 관악산 줄기인 국사봉, 구로구 천왕산, 강서구 용왕산, 성동구 달맞이 공원, 강동구 일자산 등이다. 〈분포도〉

서식 면적은 3.7ha로 서울시 전체 면적의 0.01%에 해당한다. 가중나무는 도시 온난화 진행 상태를 반영해주는 식물로 독일 베를린 등 선진국가에서는 가중나무 식생 규모 변화를 도시온난화 진행 속도의 척도로 삼고 분포 비율을 해마다 정밀하게 조사하고 있다.

또 이번 조사에서 서양등골나무, 개망초, 망초, 돼지풀 등 토양이 건조해진 곳에서 잘 자라는 것으로 알려진 귀화식물군도 도심 곳곳에서 군락을 이뤄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도심 개발 가속화로 서울시내 도시 토양 상태가 급속히 악화되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산림 식생 조사를 맡은 이경재 서울시립대교수(도시생태학)는 “가중나무가 산림 지역에서 관찰된 것은 서울시 생태계에 부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음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현상”이라며 “서울시 생태계 보전을 위해 녹지를 보존하고 도시 개발을 최대한 억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 나타난 서울 산림지의 수종은 아카시아, 물오리, 현사시 나무 등 속성 조림수가 산림 전체의 42.1%로 분포 지역이 가장 넓었고 자생종인 참나무류 34.5%, 소나무 13.3% 등이었다. 그러나 산림 보전이 잘 이뤄진 곳에 분포하는 서어나무, 물박달나무, 느티나무, 오리나무, 산벚나무, 물푸레나무 등은 2%에 불과했다.

서울시는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앞으로 3년간 서울시내 산림 지역에 대한 정밀 생태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이번 서울시 산림지역 식생조사는 99년 3월부터 2000년 9월까지 2차례에 걸쳐 서울시립대 등 수도권 7개 대학이 서울시와 공동으로 진행했다.

〈최병태기자 cbt@kyunghyang.com〉

■가중나무란

가중나무는 가죽나무라고도 불리며 중국이 원산지인 귀화식물이다. 낙엽교목으로 보통 높이 20m의 크기이다. 6월이면 백록색 꽃이 피고 9월에 열매가 난다. 뿌리는 위궤양, 이질 등의 약으로도 쓰인다. 해발 100~400m 지역의 산과 들에 분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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