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친기업’ 넘어 생뚱맞은 ‘우상숭배’

2023.06.01 06:00

유니스트 야산에 4대그룹 창업주 ‘60m 거대 흉상’ 추진

김두겸 시장 “산업도시 이끈 기업인 예우”…250억 추경 편성
시민 “친노동 정책이 우선”…해당 그룹 “차라리 산업전시관을”

울산시가  추진하는 ‘기업인 거대 흉상’의 합성 이미지. 울산시 제공

울산시가 추진하는 ‘기업인 거대 흉상’의 합성 이미지. 울산시 제공

울산시가 친기업 도시 이미지 조성과 기업유치 차원에서 국내 4대 그룹 창업주들의 거대 흉상 건립을 추진하기로 했다. 시민단체는 “시민공감대 형성 없는 일방적인 정책”이라고 반발하면서 이를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울산시는 울주군 언양읍 유니스트 소유의 야산 4만여㎡에 현대·삼성·SK·롯데 등 국내 4대 그룹 창업주 중 2~3명의 거대 흉상을 내년 8월 준공 목표로 건립할 방침이라고 31일 밝혔다.

울산시는 부지매입비 50억원과 흉상 설계·제작비 200억원 등 250억원을 올해 2회 추경예산안에 편성했다. 또 사업근거가 될 ‘위대한 기업인 기념사업 추진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6월 중 울산시의회에 상정할 예정이다.

울산시는 전액 시비를 들여 금속 또는 석재를 사용해 높이 30~40m, 기단을 포함하면 최대 60m의 흉상을 세울 계획이다.

흉상 건립 대상은 울산에서 출생·거주했거나, 울산을 근거지로 기업을 창업해 국가와 지역 발전에 기여한 인물이다. 울산시는 기업인 기념사업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창업주 일가와 협의를 거쳐 최종 흉상 건립대상자와 구체적인 규모를 결정하기로 했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이날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산업도시 울산을 이끈 기업인을 예우해줄 필요가 있다”면서 “(흉상 건립은) 해당 기업의 탈울산 방지, 울산 재투자, 신규 기업유치에 도움이 되는 만큼 충분한 투자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는 “울산을 극장도시로 만들 거냐”며 반발하고 있다. 울산시민연대는 성명을 통해 “행정 공공성과 보편성의 가치가 보이지 않고 과도한 쇼와 이벤트, 선전과 홍보로 점철하고 있다는 점에서 울산 행정이 ‘극장’으로 전락하고 있는 모양새”라고 밝혔다.

이어 “예산편성 시 갖춰야 할 사업 타당성과 주민의견 수렴 등이 없고 사업발표부터 한 뒤 (흉상 건립 기업인) 당사자 측과 시민여론을 수렴하겠다는 거꾸로 된 예산행정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지훈 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재벌총수가 갖는 다양한 평가는 제쳐두더라도 경관을 해치는 방식으로 우상숭배 요소가 있는 거대한 흉상을 시민세금으로 조성하면 친기업 도시가 되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일반시민들도 대체로 “생뚱맞다”는 반응을 보인다. 박모씨(50)는 “이색관광 자원화와 친기업 도시 조성도 좋지만 과연 수백억원을 들여 창업주 흉상을 세우는 게 합당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모씨(55)는 “현장에서 땀흘리며 일하는 노동자들을 위한 친노동 친서민 정책을 먼저 마련하는 게 지자체의 도리가 아니냐”고 반문했다.

해당 대기업들은 창업주와 관련한 사안인 만큼 공식입장을 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 기업 관계자는 “울산시로부터 흉상 건립과 관련한 공문을 받은 게 없다”면서 “관광 자원화와 친기업 도시 이미지를 높이는 게 목적이라면 울산지역 기업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담은 산업전시관 같은 것을 만들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는 “흉상을 만들면 지속적인 유지보수 작업을 해야 하고, 흉상 주변에 여러 부대시설도 만들어야 하는 만큼 간단한 문제는 아닌 것 같다”면서 “기존 울산박물관 또는 향후 들어설 산업박물관 등에 기업창업주 코너를 만들면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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