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노갑 사법처리 검찰 ‘옥쇄작전’

2002.05.01 18:17

검찰이 1일 출두한 권노갑 전 민주당 상임고문에 대한 ‘옥쇄작전’에 들어갔다. 권전고문은 이날 검찰에 출두, “부정한 돈을 받은 적이 없다”며 억울함을 강조했지만 검찰은 이미 ‘이중 방어막’을 친 상태여서 사법처리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저항하는 권고문=권전고문은 이날 검찰조사에서 시종일관 “억울하다”며 자신의 무관함을 애써 강조했다고 한다.

권전고문은 검찰에 출두하면서 “진승현씨는 얼굴도 본 적이 없다”며 “금감원 조사 무마가 불법인 줄 알면서 내가 돈을 받을 사람이냐”고 반문, 자신의 무관함을 강조했다.

검찰조사에 대해 나름대로 철저히 준비했다는 인상도 짙게 풍겼다. 권전고문은 “김은성 전 국정원 2차장이 진씨 돈을 전달했다는 날은 ‘최규선씨와 관련된 나쁜 소문’을 보고받은 자리였을 뿐 돈을 주고 받은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권전고문이 1년6개월 전의 상황을 날짜와 함께 이상하리만치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다는 얘기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믿기에는 석연찮은 구석이 많다.

◇검찰의 옥쇄작전=검찰은 권전고문의 강력한 저항에도 불구하고 다소 여유있는 모습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재수사’나 ‘특검’ 얘기가 나오지 않도록 이번 기회에 완전히 손을 보겠다”면서 검찰의 수사의지를 강조했다. ‘정치9단’으로 통하는 권전고문도 검찰이 확보해 둔 ‘이중허리’ 앞에는 버틸 수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우선 진승현씨와 김은성 전 차장의 진술과 구체적인 증황증거가 뒷받침돼 있다. 진씨와 김전차장은 2000년 7월 직접 권전고문의 집으로 찾아가 금감원 조사 얘기를 꺼내며 5천만원을 권전고문에게 줬다고 진술했다. 진씨가 권전고문의 비서를 지낸 최택곤씨를 통해 추가로 건넨 5천만원 역시 결국 권전고문의 수중에 떨어졌다는 것이 검찰의 잠정 결론이다. 만의 하나 김전차장이나 최택곤씨가 ‘배달사고’를 내면서 진승현씨의 돈을 중간에서 가로챘을 때를 대비, 비장의 정치자금 카드도 준비하고 있다. 검찰은 그러나 “별다른 물증도 없이 사람을 부르겠느냐”며 이같은 가능성을 일축했다.

◇탄력받는 검찰수사=검찰수사는 이제 첫단추를 뀄다고 볼 수 있다. 권전고문만 해도 진승현씨 돈을 받은 것 외에 문제의 핵심인 정치자금 출처조사가 기다리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권전고문의 정치자금에 대한 수사과정에 뭉칫돈이 발견되면 선을 긋지 않고 수사하겠다”면서 “아직은 수사 초기단계”라며 이번 수사가 자칫 정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진승현 게이트 수사 역시 전혀 새로운 양상이다. 그동안 굳게 입을 닫았던 진씨와 김은성 전 차장이 서서히 입을 열고 있어 이번 사건의 파장을 쉽게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권전고문 외에 “전·현직 의원 ㅈ·ㅇ·ㄱ씨가 진씨의 돈을 받았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는 것도 이같은 배경에서다. 검찰은 “(진씨의) 차 트렁크까지 조사했지만 (리스트는) 나온 게 아직 없다”고 부인했으나 검찰수사가 진행될수록 리스트의 존재 가능성은 신빙성을 얻고 있다.

〈박문규기자 park003@kyunghyang.com〉


추천기사

기사 읽으면 전시회 초대권을 드려요!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