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회장 첫 공판 재판장 “탄원서 그만”

2006.06.01 18:29

1일 서울중앙지방법원 417호 대법정.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의 첫 재판이 열린 법정은 재판 시작(오전 10시) 30여분 전부터 발디딜 틈 없이 붐볐다. 외아들인 정의선 기아차 사장과 현대차 임직원 200여명은 긴장된 표정으로 방청석을 메웠다. 특히 정사장의 얼굴은 재판 내내 ‘홍당무’처럼 발갛게 상기돼 있었다.

10시를 조금 넘긴 시각, 재판장이 “피고인 정몽구”를 호명하자, 정회장은 하늘색 바탕에 진청색 줄무늬가 들어간 수의를 입고 흰색 운동화를 신은 채 법정에 들어섰다. 이른바 ‘빠삐용 수의’로 불리는 파란색 줄무늬 수의는 서울구치소 병사동에서 입는 옷이다. 정회장은 고혈압 등으로 인해 일주일 전부터 병사동으로 이감됐다.

긴장한 탓일까. 정회장은 재판 시작부터 실수를 했다. 재판장이 주민등록번호를 묻자, 정회장은 못 알아들은 듯 준비해 온 A4 용지 두장을 주섬주섬 펼쳐들고 본적과 주소를 읽었다.

결국 재판장이 정회장의 주민번호를 불러주며 “맞죠”라고 물어야 했다. 정회장의 “네”라는 대답으로 피고인 확인 과정이 마무리됐다. 정사장의 얼굴은 더 벌겋게 달아올랐다.

정회장은 공손한 태도로 재판에 임했다. 재판장과 검찰을 향해 “감사합니다”란 말을 많이 했다. 검찰과 변호인의 모두(冒頭)발언이 날카롭게 오갔지만, 정작 정회장은 어눌한 말투로 간단하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깊이 반성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쉽게 말을 잇지 못하고 자주 웅얼거렸다.

재판이 끝날 무렵 재판장은 변호인측에 ‘특별당부’를 했다. “진정서가 너무 많다. 1t 트럭 한두 대 분량의 진정서가 접수돼 있는데 둘 곳이 없다”며 “진정서 접수를 줄여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변호인은 “관련기관에 협조를 구하겠다”고 대답했다.

공판이 끝나자 정회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하고, 법정 왼편 문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아버지의 쓸쓸한 뒷모습을 지켜보던 정사장은 굳은 얼굴로 총총히 법정을 빠져나갔다. 다음 공판은 오는 12일 열린다.

〈이영경기자 samemind@kyunghyang.com〉


추천기사

기사 읽으면 전시회 초대권을 드려요!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