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의 공식’ 답습한 스폰서 검사 특검

2010.09.27 00:24

28일 수사 결과 발표… 또 ‘특검 무용론’ 예상

내부 갈등에 ‘속빈 강정’, 의혹 못 캐 기소 적을 듯

전·현직 검사의 불법 자금 및 향응 수수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출범한 ‘스폰서 검사’ 특검이 55일간의 수사를 마치고 28일 결과를 발표한다. 민경식 특별검사는 전·현직 검사의 기소 범위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지만 의혹의 실체를 밝히는 데는 실패했다는 게 중론이다.

특검은 박기준·한승철 전 검사장 등의 기소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지만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소시효를 적용할 수 있는 접대 금액을 수십만~100만원 정도밖에 찾아내지 못했고, 이마저도 대가성 입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성 접대 의혹이 제기된 검사들에 대해서도 상대 종업원을 찾지 못했거나 명확한 진술을 확보하지 못해 수사가 벽에 부딪힌 상태다. 접대 내용이 담긴 진정을 묵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황희철 법무차관 역시 지금까지의 수사 결과로는 처벌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 스폰서 검사 특검, 무기력해진 까닭은 = 스폰서 검사 특검이 ‘속빈 강정’으로 전락한 데 대해 특검 안팎에서는 검찰 출신과 비검찰 출신 간의 불화를 원인으로 꼽는다. 판사 출신인 민경식 특검과 파견 검사들은 수사 대상과 방법을 놓고 충돌이 잦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민 특검은 전·현직 검사들이 대거 수사 대상에 포함되자 일부 수사를 검사 출신이 아닌 안병희 특검보에게 맡기기도 했다. 그러나 실무를 맡은 파견 검사 중 일부가 ‘별동대’처럼 행동하면서 예정과 달리 박기준 전 검사장에 대한 공개소환이 불발되는 등 수사가 차질을 빚었다.

결국 시간이 흐르면서 특검 수사의 초점은 검사가 아닌 검·경 하급 공무원에게만 맞춰졌다. 부산·경남지역 ‘스폰서 검사’ 실태를 폭로한 건설업자 정모씨와 그의 고향선배 등에 대한 수사는 부산지역 현직 경감과 경사에 대한 수사로 샜다. 강릉 지역 비리 수사에서도 검찰 수사관의 혐의를 입증하는 데 수사력이 집중됐다. 서울고검 사건도 강모·서모 전 계장을 구속한 것이 유일한 성과다.

황희철 현 법무차관을 제3의 장소에서 비밀리에 조사하면서 특검의 수사의지도 의심받았다. ‘예우 차원’이라고 해명했지만 ‘봐주기 수사’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실패의 공식’ 답습한 스폰서 검사 특검

◇ 역대 특검은 어땠나 = 역대 특검도 수사팀 내 검사와 비검사 출신의 융화에 따라 성패가 갈렸다. 1999년 ‘조폐공사 파업유도 의혹 특검’은 검사와 비검사 출신의 불화로 실패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김형태 특검보가 진형구 대검찰청 공안부장 등에 대한 직접 조사 여부를 놓고 파견 검사들과 갈등을 빚다 중도 사퇴했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측근 비리 특검’도 비슷한 케이스다. 당시 이우승 특검보는 농협의 대출사기를 수사하면서 계좌추적과 수사계획서 작성을 담당 검사에게 지시했으나 담당 검사는 수사의 본류가 아니라는 이유로 태업했고, 이 특검보는 이에 항의해 스스로 물러났다.

특검의 수사의지도 성패를 가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권력에 대한 무딘 수사라는 평가를 받는 대표적 예가 ‘BBK 특검’(2008년)이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BBK 주가조작, 도곡동 땅 차명보유 등 숱한 의혹이 제기됐지만 특검은 이 대통령을 한정식집에서 3시간 동안 조사한 뒤 무혐의 처분해 ‘꼬리곰탕 특검’이라는 비아냥에 시달렸다. 삼성 특검(2008년) 역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의 경영권 편법승계 의혹 일부를 규명했지만 삼성의 전방위적 로비 실체는 밝히지 못했다.

반면 ‘옷 로비 특검’(1999년)은 사직동팀(경찰청 조사과)과 검찰 등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를 벌여 이들이 사건을 조직적으로 축소·은폐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결국 김태정 법무장관이 현직에서 물러났다.

스폰서 검사 특검 이후 일부에선 또다시 ‘특검 무용론’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만큼 수사의 전문성을 확보하지 못한 특검이 제한된 기간 동안 권력형 비리의 실체를 파헤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시각이다. 그러나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특검 또는 특검을 넘어서는 발전적 대안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견해가 많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김선수 회장은 “특검은 본질적으로 검찰의 1차 수사가 끝난 뒤 제한된 기간 내에 조사를 하기 때문에 실질적 성과를 내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며 “검찰 수사와 별개로 독립적으로 수사하고 기소할 수 있는 상시적 형태의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나 상설 특검제 등의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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