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비권·신문권 법리논쟁 가열… 한명숙 재판으로 촉발

2011.02.08 03:01
이범준 기자

“진술거부땐 신문 못해” 판사가 검찰 공개 반박

법정에서 피고인이 진술 거부 의사를 밝혔는데도 검사가 신문을 계속할 수 있을까. 2009년 3월 한명숙 전 총리 재판에서 불거진 이 문제로 전국 형사법정은 조용한 날이 없다. 수 많은 법정에서 재판부·검찰·변호인이 목소리를 높여 싸움을 벌이고 있다. 결국 법원과 검찰이 논란을 종결짓기 위한 법리전에 나섰다.

백강진 수원지법 부장판사는 이번주 발간되는 법률전문지 ‘법조’ 2월호에 이완규 대검찰청 형사2과장의 지난해 8월호 기고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사법연수원 23기 동기인 두 사람은 법원과 검찰의 대표적인 브레인이다. 이들은 헌법 12조2항이 보장한 피고인의 진술거부권(묵비권)이 검사의 신문권까지 제한하는 것인지를 두고 논전(論戰)을 벌였다.

백 부장판사는 “피고인이 법정에서 진술거부 의사를 밝히면 검사는 더 이상 신문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백 판사는 “피고인의 묵비는 증거가 되기를 거부한다는 뜻인데, 검사가 계속 신문하는 것은 헌법이 금지한 진술강요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백 판사는 “(검찰의 신문 가능 주장은) 범죄자의 묵비권이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는 데 방해가 된다는 19세기 사고에서 탈피하지 못한 탓”이라며 “오히려 진술거부로 인해 자백 위주가 아닌 객관적 증거에 의한 유죄 입증의 효과가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이 부장검사는 “대답도 하지 않는데 신문을 계속해서 무슨 도움이 되느냐고 하는데, (대답 없는) 신문이라도 피고인의 표정이나 태도를 재판부에 보여주고 나아가 피고인이 마음을 바꿔 대답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묵비 상황에서) 신문을 계속할지 여부는 (판사가 아닌) 신문권자(검사)의 권한”이라고 했다. 이 검사는 “1970년대 권위주의 시대 이래로 피고인의 권리가 확대되면 좋은 것이라고 생각해지만 더 이상 군사독재정권 치하가 아니다”라며 “이제 공정한 재판은 검사와 피고인의 균형을 도모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백 부장판사는 글을 마무리하며 “익숙한 것과 결별하는 것은 쉽지 않다. 국민은 법률가들에게 헌법상의 권리를 더욱 충실하게 보장해달라고 촉구하고 있다”고 적었다. 이 부장검사 역시 글을 맺으며 “재판이 진실발견이자 인권 보호의 장이 되려면 검사와 피고인·변호인 사이에 공정한 균형이 이뤄져야 한다. 해석상의 논란이 있는 부분은 입법으로 확정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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