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재외국민 특례입학 악용 60여명 적발

2012.07.11 21:34 입력 2012.07.11 23:00 수정

주재원인 것처럼 서류 위조… 브로커가 국제학교 직접 운영

ㄱ씨(49·여)는 몸이 아픈 노인들을 돌보며 번 돈으로 중국에서 공부하는 아들을 뒷바라지했다. 아들은 중국에서 중·고등학교 과정을 마치고 2009년 대학 입시를 준비했다. ㄱ씨는 각 대학에 특별전형 중 하나로 국내 회사의 해외 주재원 자녀에게 주는 혜택이 있음을 알게 됐다. ㄱ씨는 같은 교회를 다니는 회사 임원에게 부탁해 아들이 중국에서 공부한 2004년부터 2009년까지 그 회사 중국 주재원으로 근무한 것처럼 재직증명서를 위조했다. 아들을 보러 가끔 중국에 갔기 때문에 관련된 출입국 기록을 꾸미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이를 이용해 ㄱ씨의 아들은 ㄴ대학에 합격했다.

ㄷ씨(47)는 중국 칭다오의 병원에 취업하면서 2005년 가족과 함께 중국으로 건너갔다. ㄷ씨의 아들은 9월에 새 학년을 시작하는 중국으로 전학을 가면서, 또래 한국 아이들보다 1년 늦게 대학 입시를 치를 상황에 처했다. 하지만 2009년 칭다오에서 한국인 학생들을 상대로 학원과 국제학교를 운영하는 입시 브로커 전모씨(36)를 만나면서 일이 쉽게 해결됐다. 전씨는 고3 과정을 거치지 않은 ㄷ씨의 아들에게 자신이 부교장으로 있는 사립 청도신육영학교의 졸업증명서와 성적증명서를 위조해줬다. 물론 성적은 우수하게 만들었다. 이들 증명서는 중국 주재 영사관의 승인까지 받아 ㄹ대학교에 제출됐다. ㄷ씨의 아들 역시 ㄹ대학에 합격했다.

서류를 위조해 자신이 중국에서 주재원으로 근무한 것처럼 꾸미거나 자녀가 중국에서 학교를 졸업한 것처럼 조작해 자녀를 국내 대학에 입학시킨 학부모 60여명이 검찰에 적발됐다. 칭다오에서 수년 동안 학부모들에게 특례 입학 부정을 알선한 브로커 전씨도 붙잡혔다.

그간 해외 특례 입학비리는 돈 많은 특권층에 해당되는 얘기였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요양 보호사부터 일용직 노동자, 시내버스 운전기사, 부동산 중개사, 자영업자 등 자녀를 좋은 대학에 보내고 싶은 ‘보통’ 사람들이 적발됐다.

이는 중국의 특성으로 이해할 수 있다. 중국은 물가와 학비가 비싸지 않고, 한국과 가깝다. 자녀에게 중국어를 배울 수 있게 하는 장점도 있다. 칭다오 같은 경우 인구 700만명 중 30만명이 한국인일 정도로 유학이 대중화돼 있다.

이번에 적발된 전씨는 이러한 점을 이용해 일찌감치 칭다오에 자리를 잡고, 브로커 역할을 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칭다오의 사립 청도신육영학교 교장에게 1년에 1억8000만원을 주고, 중국 당국의 허가를 받지 않은 채 ‘국제부’를 신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부에는 한 학년에 30~40명의 한국인 학생이 다녔다. 전씨는 학기를 다 채우지 못한 학생들에게 졸업·재학 증명서를 위조해주고 수백만원씩을 받았다.

ㅁ씨(51)는 친구 회사의 중국 지사에 근무한 것처럼 속여 2007년 큰딸을 ㅂ대학교에 입학시킨 것을 시작으로, 2009년 둘째딸, 2011년 막내아들까지 세 자녀 모두를 같은 방법으로 입학시켰다. 중국에서 액세서리 업체를 운영하는 ㅅ씨(53)는 중국 현지법인에 다닌 것으로 꾸며 2008년 쌍둥이 형제를 서울의 사립대 2곳에 나란히 입학시키기도 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한동영 부장검사)는 이 수사를 위해 지난 5월부터 전국 40여개 대학의 최근 5년간 재외국민 특별전형 합격자를 모두 조사했다. 35개 대학에서 학생 77명이 적발됐다. 모두 중국에서 학교를 다닌 경우였다. 서울의 유명 사립대를 포함해 이름이 알려진 대학들이 대다수였다. 검찰 관계자는 “학칙에 따라 다르겠지만, 많은 경우 해당 학생의 입학이 취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브로커 전씨와 학부모 이모씨(54)를 구속기소하고, 다른 학부모 60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11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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