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증거조작 “고의성 없다”며 솜방망이 든 검찰

2014.05.01 22:00
장은교 기자

감찰 결과, 관련 검사들 정직 1개월·감봉 3개월 권고

거짓말한 사실 인정하면서도 ‘최소한의 책임’만 물어

사상 초유의 간첩 증거조작 사건에서 ‘검찰의 책임’은 검사 두 명이 한 달간 쉬고 한 명이 3개월 동안 월급을 덜 받는 것으로 정리됐다. 위조증거가 법정에 제출된 것이 검찰 수사로도 확인된 만큼 재판의 당사자인 검찰이 이 사건을 어떻게 책임질지 관심이 모아졌다. 그러나 검찰은 해당 검사들에게 ‘최소한의 책임’을 묻는 것으로 끝냈다.

대검찰청은 1일 증거조작이 확인된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 간첩사건의 공판검사 두 명에 대해서는 정직 1개월, 부장검사는 감봉 3개월에 처하는 징계안을 법무부에 청구했다. 검찰은 “위조된 증거인지 몰랐다”는 검사들의 주장을 인정했다. 지난 2월 증거위조 의혹이 불거진 뒤 검찰은 처음엔 “그럴 리 없다. 국가정보원을 믿는다”고 했다가, 위조 사실이 드러나자 “국정원에 속았다”고 입장을 바꿨다. 검찰은 앞선 증거조작 수사에서 ‘무혐의’ 처분으로 이미 검사들의 책임을 덜어줬고, 이번 감찰을 통해 “고의성은 없었다”는 점을 재확인해줬다.

검사들은 법정에서 여러 차례 위조서류가 중국 지린성 공안청에 공문을 보내 정식으로 받은 것처럼 거짓말을 했다. 같은 내용의 의견서도 여러 차례 냈다. 검찰은 이런 사실을 다 인정하면서도 “국정원이 받아온 것이니 공식적으로 취득한 것이라고 믿었다”는 검사들의 진술을 있는 그대로 받아줬다.

검찰은 이날 언론브리핑에서 검사들의 억울함을 대변하려 애썼다. 대검 감찰본부 관계자는 “검사가 법정에 낸 의견서의 내용이 허위로 밝혀졌는데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를 두고 수사해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의견서는 ‘준비서면’ 비슷한 것…”이라며 공문서로 볼 수 없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한 중견판사는 “검사가 법정에 제출할 목적으로 만든 의견서는 공문서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검사들이 국정원 합동신문센터에서 유씨가 간첩이라고 진술한 여동생 가려씨가 가혹행위를 당한 의혹을 눈감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검찰은 가려씨에 대한 추가조사 없이 검사들의 진술만을 듣고 “문제없다”고 결론내렸다. 검찰은 “가려씨에게 진술서를 받는다 해도 지금까지 나온 내용과 다를 게 있겠느냐”며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한 국정원 직원들이 가혹행위가 없었다고 증언했다”고 설명했다. 가혹행위의 당사자로 지목된 국정원 직원들이 한 진술을 “가혹행위가 없었다”는 판단의 근거로 삼았다는 뜻이다.

감찰본부는 이번 징계에서 제외된 이진한 당시 서울중앙지검 2차장에 대해서는 “규정상 차장은 공소제기와 공소장변경, 상고 여부만 결정한다”며 “제출증거에 대해 보고를 받은 사실이 없어 책임을 물을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중요 사건의 수사결과 발표는 보통 공소제기의 책임자인 차장검사가 직접 한다. 그러나 이번 감찰결과를 통해 검찰은 증거조작처럼 문제가 발생했을 때 차장검사는 책임질 필요가 없다는 전례를 남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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