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검찰 수사 ‘간첩 사건’ 또 무죄

2014.09.05 20:17 입력 2014.09.05 21:17 수정

법원 “피의자 조서 적법 절차 안 거쳐” 증거 인정 안해

유우성씨 사건과 유사… 검찰, 판결에 반발 즉각 항소

북한의 지령을 받고 탈북자 납치 등 간첩 활동을 하려 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일명 ‘직파 간첩’ 사건의 홍모씨(41)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검찰과 국가정보원이 홍씨가 탈북자로 위장한 간첩이라며 제시한 핵심 증거들을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유우성씨(34)에 이어 또다시 간첩 사건에 무죄가 선고되면서 검찰의 공안 수사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6부(김우수 부장판사)는 5일 국가보안법상 목적수행·간첩·특수잠입 혐의로 구속기소된 홍모씨에게 “홍씨는 반국가단체의 구성원으로부터 지령을 받고 위장 탈북해 국내에 침투한 ‘보위부 공작원’이 아니라 단순한 북한이탈주민에 불과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사건의 특성상 홍씨가 국정원과 검찰에서 한 자백 진술이 유일한 직접 증거들인데 이들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고 정황 증거만으로는 유죄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검찰이 홍씨를 상대로 제1회 피의자 신문 조서를 작성할 때 진술거부권, 변호인조력권 등에 관해 형식적으로만 알리는 등 ‘고지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의자의 권리가 고지되지 않았거나 고지됐어도 불분명·불충분했다”며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작성된 조서가 아니므로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제2~8회 신문 조서도 증거로 인정받지 못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박준영 변호사는 “ 진술거부권이나 변호인조력권 등을 실질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도록 수사당국이 정확하게 알려주고 이해하도록 해 줘야 한다는 차원에서 중요한 판결”이라고 말했다.

국정원 합동신문센터에서 작성한 홍씨의 자필 진술서, 의견서, 반성문의 증거능력도 모두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법 지식을 갖추지 못한 탈북자인 홍씨가 심리적인 불안감과 위축 상태에서 이런 문서들을 작성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법원이 사소한 흠결을 가지고 전체 진술의 증거능력을 부정했다”면서 곧바로 항소장을 법원에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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