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교수들과 사전 논의 정황 포착…피의자 소환
성적 특혜 준 의류학과 이인성 교수도 영장 청구
이대 지원 내역 분석…박 대통령 ‘연결고리’ 추적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55)이 최순실씨(61) 딸 정유라씨(21)의 이화여대 입학·학사 부정을 총괄하고 그 과정에 직접 개입한 정황을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포착했다. 특검이 18일 최 전 총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하면서 이대 입학·학사 비리 수사는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특검은 최씨와 친분이 있는 최 전 총장이 정씨에게 특혜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정부 지원이 이뤄졌는지 살펴보고 있다. 이 과정에 박근혜 대통령이 개입했는지를 규명하는 것이 특검 수사의 최종 목표다. 특검은 이날 정씨가 수강한 3과목에서 성적 특혜를 준 혐의(업무방해)로 이인성 이대 의류산업학과 교수(54)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사정당국에 따르면 특검은 최 전 총장이 정씨가 이대에 입학하기 3개월 전인 2014년 12월 ‘예체능 회의’를 열고 정씨에게 학사 특혜를 주기 위한 사전 논의를 했다는 관련자 진술과 증거를 확보했다. 당시 회의에는 김경숙 전 신산업융합대학장(62·구속), 박승하 전 체육과학부 학과장(46)도 참석했다. 정씨는 그해 10월 합격해 다음해 입학을 앞둔 상태였다.
특검은 최 전 총장이 정씨가 수강하는 강좌 교수들에게도 정씨의 학점을 잘 주라고 구체적으로 지시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최 전 총장은 지난해 여름 계절학기 이인성 교수에게 “정씨 학점을 신경 쓰라”고 말했다. 실제로 정씨는 이 교수의 수업에 제대로 출석하지 않고도 학점을 받았다. 이 밖에도 최 전 총장은 지난해 1학기 의류산업학과 ㄱ교수에게 “정씨를 잘 봐주라”고 이 교수를 통해 지시했다. 지난해 2학기에는 과학교육과 ㄴ교수에게 “정씨를 챙기라”고 말했다.
최 전 총장은 2015학년도 체육특기자전형 입시 부정에 관여하고 정씨에게 학점 특혜를 주기 위해 부당하게 학칙 개정을 지시한 혐의(업무방해) 등을 받고 있다. 지난해 11월 교육부는 특별감사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최 전 총장을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특검은 검찰로부터 최 전 총장 관련 수사기록을 인계받아 수사를 진행해왔다.
특검은 류철균 이대 교수(51)와 남궁곤 전 이대 입학처장(56), 김 전 학장을 차례로 구속하며 최 전 총장을 향한 포위망을 좁혀왔다. 특검은 정씨에 대한 특혜가 ‘최 전 총장(승인)→김 전 학장(설계)→남 전 처장(집행)’ 구조로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최 전 총장은 지난달 열린 국회 국조특위 청문회에서 “최씨를 잘 알지 못했다. 정씨에게 학사 특혜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허위 진술해 특검에 위증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특검은 최씨가 최 전 총장과의 친분으로 딸 정씨의 입학·학사 특혜를 요청했는지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이규철 특검 대변인은 이날 “현재로서는 최 전 총장이 이대 의혹 관련 마지막 소환자”라고 밝혔다. 그러나 최 전 총장이 최씨와 수십차례 통화한 정황이 드러난 만큼, 최 전 총장의 ‘윗선’을 파악하는 수사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특검의 이대 비리 수사가 박 대통령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열려 있다. 특검은 정부가 이대에 재정지원을 한 내역을 최근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아 분석하고 있다. 이대는 박근혜 정부 들어 주요 대학 가운데 정부 재정지원 사업에 가장 많이 선정됐다. 특검은 김 전 학장 등 정씨 특혜 제공에 적극 관여한 교수들이 정부로부터 연구용역을 부당 수주했는지도 살펴보고 있다.
이대가 정씨의 입학·학사관리를 돕는 ‘대가’로, 박 대통령이 정부에 이대 지원을 지시했는지 여부가 향후 특검 수사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최 전 총장이 박 대통령과 면담하고 통화한 기록이 있는지도 조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