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

외부 폭풍 막으려는 검찰의 ‘자구책’ 정부 입장과 큰 간극

2017.08.08 22:23 입력 2017.08.08 22:33 수정

문무일 총장이 밝힌 개혁방안

<b>“사과드립니다”</b> 문무일 검찰총장이 8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대회의실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한 뒤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사과드립니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8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대회의실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한 뒤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문무일 검찰총장(56)이 8일 검찰개혁안을 직접 발표한 것은 ‘내부에서의 혁신’으로 ‘외부로부터의 개혁’을 최소화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새 정부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개혁 이행에 속도를 내자 선제적으로 자구책을 내놓은 것이다. 그러나 문 총장이 내놓은 개혁안은 형사사법체계의 전면 개편을 추진하는 정부·여당의 입장과 간극이 커 향후 충돌도 예상된다.

■ 기존 제도와 큰 차이 없는 개혁안

문 총장이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한 개혁안의 핵심은 수사심의위원회 도입과 특수부 축소다. 수사심의위는 주요 사건 수사·기소 여부를 외부 전문가들이 심의하는 제도다. 문 총장은 “검찰이 국민 불신을 받는 내용은 수사 착수 동기나 과잉 수사, 수사 지체 등에 대한 것”이라며 “이런 부분까지 외부 점검을 받고 문제가 있으면 최대한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사심의위는 본질적으로 2010년 도입된 검찰시민위원회와 큰 차이가 없다. 검찰시민위는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 사건의 기소에 관해 외부 의견을 반영하고 있다. 수사심의위는 기존 검찰시민위의 역할에 수사 부문에 대한 감독을 추가하는 셈이 된다. 게다가 검찰시민위 자체가 그간 검사 의견대로 결론 나는 경우가 많아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수사심의위 역시 위원 인선과 운영 등에서 투명성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한계가 명확할 수밖에 없다.

문 총장은 아울러 일선 검찰청 특수부를 축소하겠다고 약속했다. 검찰총장 직할부대로 불리는 대검 부패범죄특별수사단과 범죄정보기획관실은 폐지 대신 리모델링을 선택했다. 문 총장은 이들 기관의 운영에 대해 “가급적 발동되는 일이 적었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검찰이나 사회 상황에 비춰 어떻게 될지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의 수사권이 경찰로 넘어가게 된다면 검찰의 자체 인지수사를 담당하는 이들 조직은 없어질 수밖에 없는 것들이다.

■ 경찰과 닮은꼴 검찰개혁위 설치

문 총장은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검찰개혁위원회도 발족하겠다고 밝혔다. 검찰개혁위는 ‘스폰서 검사’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창설되는 단골 기구 중 하나다. 문 총장 스스로도 “검찰개혁위가 작년에도 이름은 약간 다르지만 있었다”면서 “금년에도 개혁위를 별도로 만들어서 확대 개편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회 원로나 명망가 중심으로 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했다. 이 같은 인적 구성 예고는 변화보다 현상 유지에 방점이 찍혀 있음을 보여준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찰개혁위가 공수처 설치나 수사권 조정 등의 사안에서 검찰의 대응방안 등을 논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 같은 문 총장의 행보는 함께 개혁 문턱에 서서 치열한 경쟁을 하게 될 이철성 경찰청장(59)과 판박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 청장도 청와대로부터 ‘인권 경찰’로의 탈바꿈을 요구받자 지난 6월16일 “2015년 집회·시위 과정에서 유명을 달리하신 고 백남기 농민과 유가족분들께 깊은 애도와 함께 진심 어린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히며 경찰개혁위원회를 발족시켰다.

과거 부당한 법집행에 대해 사과한 뒤 자신들 조직에 우호적인 전문가들을 섭외해 개혁위원회를 꾸린다는 발상에서 문 총장과 이 청장의 모습이 겹쳐진다.

문 총장은 검사·수사관 비리에 대한 감찰·수사도 외부 점검을 받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 대목에서도 “사회 원로가 되신 분들로 하여금 기록을 직접 보시게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 검찰의 방어카드 통할까

지난달 19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올해 안에 공수처 설치에 필요한 관련 법령을 정비하는 한편 인권친화적 경찰 확립과 연계해 수사권 조정안을 만들어 내년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문 총장이 전임 총장들과 달리 “검찰이 국민 대표들로부터 직접 통제받는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며 국회 방문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도 이 같은 검찰개혁의 바람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문 총장은 취임 전부터 줄곧 “검찰이 정치적 중립을 지킬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말하고 있다. 이날도 “검찰이 바르게 서려면 가장 중요한 건 정치적 중립”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와 정치권에 검찰을 흔들지 말아달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여기에는 자신들의 뜻과 어긋나는 검찰개혁을 자제해달라는 뜻도 포함돼 있는 듯하다. 문 총장이 경찰과 국회 방문에 이어 기자간담회까지 열어 연일 ‘깜짝 행보’를 하고 있지만 외부에서 몰아칠 개혁의 폭풍은 점점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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