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만·안봉근 ‘뇌물수수’ 체포
검찰, 돈 용처 등 본격 수사 착수
조윤선·남재준 집 등 10곳 압색
검찰이 국가정보원에서 특수활동비를 상납받은 혐의(뇌물수수)로 박근혜 전 대통령(65)의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는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51)과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51)을 체포하고 조윤선 전 정무수석(51)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박근혜 정부 국정원장이던 남재준(73)·이병기(70)·이병호(77) 전 원장 자택 등도 압수수색했다. 청와대로 전달된 국정원 돈이 어디로 흘러갔느냐에 따라 검찰 수사의 파장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는 31일 국정원 간부에게 돈을 상납받은 혐의로 이 전 비서관과 안 전 비서관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두 전 비서관과 조 전 수석,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원장 자택 및 사무실 등 10여곳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2013~2016년 청와대로 간 국정원 특수활동비가 40억원 이상인 것으로 파악했다. 특수활동비는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수집이나 사건 수사에 쓰는 예산으로 영수증 처리를 안 해도 되지만 목적과 다르게 쓸 경우 국고손실죄 등이 적용된다. 검찰은 박근혜 정부 국정원이 보수단체 등을 지원한 ‘화이트리스트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특수활동비가 청와대에 전달된 단서를 포착했다. 박근혜 정부 국정원에서 인사와 예산을 총괄한 이헌수 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64)도 검찰에서 수차례 조사를 받으며 관련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전 비서관과 안 전 비서관을 상대로 돈을 받은 경위와 사용처 등을 추궁한 후 이들의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두 사람은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48·구속)과 함께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이·안 전 비서관은 지난해 12월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의 청문회에 불출석한 혐의로 지난 7월 불구속 기소됐다.
조 전 수석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관여 혐의로 구속 기소돼 지난 7월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났지만 이번에는 화이트리스트 관여와 뇌물수수 혐의로 피의자 조사를 받게 됐다. 남 전 원장 등도 국정원 돈이 청와대로 가는 상황을 보고받았는지 등을 조사받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 안팎에서는 박근혜 정부 청와대 참모들이 받은 국정원 돈이 정치자금으로 쓰였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