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 농민 사망’ 관련 구은수 전 서울경찰청장 무죄

2018.06.05 22:17 입력 2018.06.05 22:18 수정

“당시 도심 곳곳서 시위 과열” 1심, 감독상 과실 없다 판단

현장지휘관 등 3명 징역·벌금

“하급자에 책임 전가” 비판도

‘백남기 농민 사망’ 관련 구은수 전 서울경찰청장 무죄

민중총궐기 집회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지휘·감독을 소홀히 해 농민 백남기씨를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기소된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60·사진)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구 전 청장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현장 지휘관과 살수 요원들은 징역형과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하급자에게 책임을 떠넘긴 판결”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재판장 김상동 부장판사)는 5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구 전 청장에 대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해자(백씨)가 사망한 것에 대한 지위감독상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구 전 청장에게 금고 3년을 구형한 바 있다.

백씨는 2015년 11월 민중총궐기 집회 당시 머리 부분에 직사로 발사된 물대포를 맞고 의식을 잃은 채 병원에 실려갔으나 결국 깨어나지 못하고 317일 만에 숨졌다.

재판부는 서울 도심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진 집회의 대응을 총괄하던 구 전 청장이 백씨에 대한 직사살수 상황을 구체적으로 알기 어려웠다며 무죄 이유를 설명했다. 구 전 청장이 민중총궐기 집회에 앞서 현장 지휘관들에게 살수차 안전 사용 지침 등을 준수하도록 거듭 강조한 사실도 유리한 사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집회 당시 현장 지휘관이던 신윤균 전 서울경찰청 제4기동단장(51·총경)에게는 벌금 1000만원을, 살수차 조작 요원인 한석진(40)·최윤석(29) 경장에게는 각각 징역 8월과 집행유예 2년,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시위가 진정되고 있는 단계였음에도 신 전 단장 등 현장 지휘부가 “아끼지 말고 (물대포를) 쏘라”고 지시해 백씨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지적했다. 살수차 요원들에 대해서는 “반복된 교육훈련을 받았음에도 ‘직사살수 시 가슴 이하를 겨냥한다’는 지침을 준수하지 않았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빨간 우의를 입은 자의 가격으로 백씨가 사망했을 수 있다’는 신 전 단장 측 주장은 “백씨의 머리에 강한 충격을 줄 만한 가격이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국민에게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힌 공권력에 대한 경고와 피해자·유족에 대한 위로를 고려했다”며 이들에 대한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유족들은 반발했다. 백씨 유족을 대리하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성명을 내고 “가장 큰 지휘책임을 부담해야 할 구 전 청장에 대한 무죄 선고는 ‘지위가 높을수록 책임과 거리가 멀어지는’ 기존 판결의 문제를 그대로 답습한 것”이라며 “국민의 목숨을 앗아간 자에 대한 형사처벌도 고작 벌금형에 그쳤다”고 비판했다. 검찰은 “사건 당일 상황지휘센터에서 폐쇄회로(CC)TV로 시위 현장 상황을 구체적으로 파악하면서, 현장 지휘관에게 무전기로 ‘쏴’ ‘쏴’ 하면서 백남기 농민 등 시위대를 향한 살수를 적극 독려한 구 전 청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재판부 판단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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