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혼자 책임지고 법원 떠난 임종헌…본격 수사 땐 윗선 누군지 밝힐까

2018.06.11 06:00 입력 2018.06.11 06:01 수정
이범준 사법전문기자

임종헌 지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 기자회견 보고 착잡한 기분이었을 것”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 관계자들도 요즘에는 임종헌 전 실장과 연락이 잘 닿지 않는다고 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종종 연락이 와서 대법원 돌아가는 상황을 물었지만 다들 정보가 떨어지면서 그마저 뜸해졌다고 한다. 임 전 실장은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에 책임을 지고 법원을 떠난 유일한 인물이다.

임 전 실장은 양승태 대법원장의 숙원 사업인 상고법원을 달성하려 행정처를 총동원했다. 이 계획이 실현되면 양승태 대법원장은 상고법원 재판장 자리를 무기로 차관급인 고등법원 부장판사들까지 통제할 수 있었다. 2015년 임 전 실장이 찾아낸 장애물이자 승부처는 우병우 민정수석이었다. 당시 보고서에는 “사법부 관련 정책에 대하여는 민정수석에게 힘을 실어줘, 사실상 의사결정권한이 민정수석에게 이양된 상태”라고 돼 있다.

하지만 우 전 수석은 대법원의 상고법원에 비협조적이었다. 행정처 보고서에는 “우병우 민정수석의 비공식 발언-VIP에게 상고법원 판사에 대한 지명권을 달라, 그러면 상고법원 도입에 찬성할 수 있다”고 적혀 있다. 우 전 수석이 상고법원 자체를 반대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설령 찬성하더라도 인사권을 가져가 대법원이 원하는 알맹이를 빼버릴 우려가 있었다. 우 전 수석을 설득하려면 특단의 대책이 필요했다. 이런 시점에 재판거래를 의심케 하는 문건이 다량 생산됐고, 이 문건 생산을 지시한 임 전 실장이 직접 청와대에 들어간 것이다.

임 전 실장은 그래도 일이 안 풀리자 2015년 11월에 자신이 직접 작성한 문건에서 청와대를 강하게 비난한다. “상고법원 추진이 BH의 비협조로 인해 좌절될 경우 사법부로서도 더 이상 BH와 원만한 유대관계를 유지할 명분과 이유가 없다는 점을 명확히 고지해야 함.” 재판거래 의혹을 더욱 짙게 만드는 이 문건은 누구에게 보고됐을까.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행정처 관계자들은 임 전 차장이 앞으로 시작될 수사에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하고 있다. 임 전 차장의 한 지인은 “자신은 무관하다는 양 전 대법원장 기자회견을 보면서 착잡한 기분이었을 것”이라면서 “최종 책임자가 자기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그 위라고 해야 할지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했다. 임 전 차장 위로는 처장이던 박병대 전 대법관과 고영한 현 대법관이 있고, 그 위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