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북방정책’ 언급하며 양승태 ‘대표 업적’ 몰두한 행정처...결과는?

2018.08.01 11:45 입력 2018.08.01 11:57 수정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의혹을 받고 있는 법원행정처가 최대 현안인 상고법원 도입이 어려워지자 ‘출구전략’으로 양 전 대법원장의 다른 업적 마련을 검토한 것으로 드러났다. 행정처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사례를 들며 ‘대표 업적’ 마련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행정처가 대법원장의 ‘보위 조직’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행정처가 대표 업적으로 추진한 ‘소통정책’은 결국 ‘뒷조사’로 귀결됐다.

지난해 9월 퇴임식 자리에서의 양승태 전 대법원장. 경향신문 자료사진.

지난해 9월 퇴임식 자리에서의 양승태 전 대법원장. 경향신문 자료사진.

대법원이 지난 31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 추가로 공개한 196건 문건 중 ‘(151127)상고법원 추진 연착륙 방안’ 문건에 이 같은 내용이 기재돼있다.

2015년 11월27일 작성된 해당 문건은 양 전 대법원장 당시 행정처의 최대 숙원사업이었던 상고법원 도입이 청와대의 반대로 사실상 어려워진 상황에서 만들어졌다. 행정처는 “(상고법원) 입법추진 좌절 시 법원 내·외부에 불어올 후폭풍과 충격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 체계적이고 치밀한 대응전략(출구전략) 수립이 필요하다”며 작성 취지를 문건에 설명했다.

행정처는 상고법원 입법추진이 중단될 경우 ‘CJ(Chief Justice·대법원장)’의 리더십 약화될 수 있다며 이에 대응하는 방안 중 하나로 “(양 전 대법원장의) 임기 종반에 추진돼야 할 비전·정책의 적극 발굴·추진”을 제시했다. 당시는 양 전 대법원장의 임기가 만료되는 2017년 9월까지 약 1년10개월 남은 상황이었다.

행정처는 양 전 대법원장의 대표 정책으로 ‘소통 정책’을 언급하며 이를 완성해갈 것을 기재했다. ‘국민과의 소통’ 분야의 경우 “행사 중심의 소모적 형태를 지양하고, 스마트한 소통 정책의 완성형태를 연구해 현 CJ(대법원장) 임기 이후에도 지속 가능한 소통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행정처는 법원 내부의 소통 정책으로는 ‘사법행정위원회’에 법원 구성원들의 절차적 참여를 보장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를 두고 “상고법원 추진 과정에서 쌓인 법관들의 불만을 해소하는 효과도 클 것”이라고 평가했다.

노태우 ‘북방정책’ 언급하며 양승태 ‘대표 업적’ 몰두한 행정처...결과는?

행정처는 이 같은 대표 정책과 업적 마련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노태우 전 대통령 사례를 들었다. 노 전 대통령이 재직 당시 이른바 ‘물 대통령’ ‘레임덕 정권’으로 불렸으나, 대표 업적으로 ‘북방정책’을 남겨 이후 역사적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이었다. 행정처는 “지도자는 퇴임 후에 내세울 수 있는 대표적인 업적이 있어야 한다”며 “이를 통해 훗날 역사적인 평가를 제대로 받을 수 있다”고 적었다.

재판지원 등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행정처가 이처럼 양 전 대법원장의 ‘업적 마련’을 중점적으로 검토한 것을 두고 사실상 대법원장 보위조직으로서 기능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행정처가 대표 업적으로 추진한 ‘소통 정책’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태에서 드러난 내용과 상반된 것이었다. 양 전 대법원장 시절 행정처는 상고법원 추진에 반대하는 글을 쓴 차성안 판사 등을 뒷조사해 ‘소통’보다는 ‘압박’ 전략을 취했다. 행정처는 또 2016년 출범한 사법행정위에 참여할 법관 후보들의 동향과 성향을 뒷조사한 것으로 대법원 추가조사위원회 조사 결과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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