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이 재판하는 초유의 사태 막는다

2019.03.08 21:25 입력 2019.03.08 22:07 수정

사법농단 판사 재판 배제

기소된 판사와 후배 접촉 차단
후속 인사이동·사건 재배당에
사무분담 조치도 곧 이뤄질 듯

김명수 대법원장이 8일 사법농단 가담 혐의로 기소된 판사들을 재판업무에서 배제한 것은 사법부 불신 심화 우려 때문이다. ‘피고인’에게 재판받는 유례없는 상황과 기소 판사들의 후배 판사들에 대한 접촉 가능성을 차단한 조치로 볼 수 있다. 김 대법원장은 검찰 기소 후 사흘째인 이날 앞서 정직 징계를 받은 판사 2명을 제외한 6명에 대해 오는 15일부터 8월31일까지 ‘사법연구’를 명했다.

앞서 법원 안팎에서는 기소 판사들에 대해 김 대법원장이 빠른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았다. 이날 김 대법원장 처분이 발표되기 전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법원노조)는 법원 내부전산망인 코트넷에 “사법농단의 주범인 양승태를 비롯해 법정에 세워진 전·현직 법관은 14명에 이른다. 비위사실이 통보된 법관들도 그 죄가 가볍지 않다”며 “김 대법원장은 연루 법관 전원을 즉시 업무에서 배제하고 징계절차에 착수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산하 ‘사법농단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태스크포스’도 지난 6일 “대법원은 징계절차에 착수하고 징계시효가 끝난 법관에 대해서는 재판업무 배제 조치라도 할 수 있도록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법연구 장소를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 등지로 정한 것은 판사 간 대면 접촉을 제한하려는 조치다. 기소 판사 중 임성근·신광렬·이태종 부장판사는 현재 서울고법에서 민사부를 각각 담당하고 있다. 서울고법과 이들이 재판을 받게 될 서울중앙지법은 함께 서울법원종합청사를 사용한다. 기소 법관들이 쉽게 후배 법관들을 접촉해 자신의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 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6명의 법관들에 대한 재판업무 배제 조치에 따라 후속 인사발령과 빈자리를 채우기 위한 재판부 배치(사무분담) 변경, 사건 재배당 등 조치도 이어진다. 대법원 관계자는 “수석부장판사인 조의연 부장판사 자리는 대법원이 인사발령을 내고 나머지는 소속 법원에서 사무분담 변경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27일자로 각 정직 6개월과 정직 3개월 징계처분을 받은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방창현 전 전주지법 부장판사는 정직 기간이 끝나면 추가 재판업무 배제 조치가 이뤄진다. 방 부장판사는 이달 말 정직 기간이 종료된다.

대법원은 검찰이 기소하지는 않았으나 비위사실을 대법원에 통보한 법관 58명에 대해서도 신속하게 징계 청구, 재판업무 배제 여부 등을 결정하겠다고 했다.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실의 비위사실 재조사부터 징계위원회까지 절차를 고려하면 징계하는 데 오랜 시일이 걸릴 듯하다. 징계절차를 거치는 사이 징계시효 3년이 도과되는 경우도 나올 수 있다. 징계 확정 전이라도 김 대법원장이 추가로 재판업무 배제 조치 등을 빠르게 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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