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신저 단톡방’ 성폭력 단속 사각지대

2019.03.13 21:33 입력 2019.03.13 21:39 수정

내부 폭로자 도움 없이는

피해 규모 파악조차 어려워

정씨 영상물 피해자 10여명

피해 인지 여부도 불투명

<b>정준영 휴대전화 수리 업체 압수수색</b> 승리의 성접대 의혹과 정준영씨의 성관계 동영상 불법 촬영·유포 혐의를 수사하고 있는 경찰이 과거 정씨가 휴대전화 복구를 맡겼던 사설 포렌식 업체에 대해 13일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경찰이 압수수색을 하는 동안 취재진이 업체 바깥에서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정준영 휴대전화 수리 업체 압수수색 승리의 성접대 의혹과 정준영씨의 성관계 동영상 불법 촬영·유포 혐의를 수사하고 있는 경찰이 과거 정씨가 휴대전화 복구를 맡겼던 사설 포렌식 업체에 대해 13일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경찰이 압수수색을 하는 동안 취재진이 업체 바깥에서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강남 클럽 ‘버닝썬’과 관련한 각종 의혹이 그룹 빅뱅 멤버 승리(29), 정준영씨(30) 등 연예인들이 연루된 ‘단체대화방(단톡방) 성범죄’ 사건으로 번지고 있다.

승리의 성접대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 과정에서 정씨의 혐의도 드러났지만, 다른 소셜미디어에 비해 폐쇄성이 강한 모바일 메신저인 단체대화방은 초대되지 않을 경우 어떤 내용이 오가는지 알 길이 없어 사이버성폭력 수사에 있어서도 ‘단속 사각지대’로 꼽힌다.

카카오톡과 같은 모바일 메신저에서 이뤄지는 온라인 성폭력 문제는 대학가의 ‘단톡방 성희롱’ 사건으로 처음 불거졌다. 단톡방의 폐쇄적 특성 때문에 대학가를 중심으로 매년 ‘음담패설’ 수준을 넘어선 언어 성폭력이 반복됐다. 문제는 이런 단톡방 내 사이버성범죄의 경우 내부 폭로 등으로 유출되지 않는 경우 피해 규모조차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2015년 이후 10개월간 정씨가 단톡방에 공유한 불법촬영물 피해자는 10여명에 달하지만 이들이 본인의 피해 사실을 모두 인지하고 있는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사이버성폭력 처벌을 강화하라는 사회적 요구가 커지자 정부는 2017년 ‘디지털성범죄 피해 방지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공공장소에서의 불법촬영을 막는 데 집중된 현재의 대응 방안으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한 유포 등 다변화되는 온라인 성범죄 피해를 제대로 막을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지난 1월 말 발간한 ‘온라인 성폭력 범죄의 변화에 따른 처벌 및 규제 방안’ 보고서를 보면, 흔히 ‘몰카(몰래카메라)’로 불리는 은닉 촬영의 경우 공개된 장소는 물론 사적 공간에서도 확산하는 추세다.

연구원이 온라인에 유포된 불법촬영 영상·사진 650건을 모니터링해 분석한 결과, 지하철·공중화장실 등 다중이 이용할 가능성이 있는 공적 장소에서의 촬영(34.9%)보다 집이나 숙박업소 등 사적 장소에서의 촬영(42.3%)이 더 많았다.

연구원이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디지털성폭력아웃 등 피해자 지원 단체의 상담사례 342건을 유형별로 분석한 결과에서도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는 연인이나 성적 파트너 등 ‘친밀한 관계’가 전체의 45%로 가장 많았다. 연구원은 “데이트 폭력과 같은 관계적 폭력에 대한 처벌과 피해자 보호 등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장다혜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단체대화방은 개인 간 사적 대화라 정부 단속 등의 규제가 불가능하고 사생활 침해 우려도 있다”며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들이 적극적으로 성적 모욕이나 불법촬영에 대한 신고채널을 만들고 유포자 아이디(ID)를 차단하는 등 자정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이런 범죄가 적발됐을 때 강력한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형량을 상향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온라인 이용자들 스스로 ‘방관도 가해’라는 생각을 갖고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소비하는 남성 연대가 구조적인 폭력을 낳는다는 관점이 자리잡아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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