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기강’ 왜곡시킨 윤석열의 인사…검찰 내부서도 “꼭 이래야만 하나”

2022.05.06 21:31 입력 2022.05.06 22:39 수정

공직기강비서관 발탁된 이시원

간첩조작 사건 검증 소홀로 징계

윤, 검찰도 사과했던 과거 외면

‘공직기강’ 왜곡시킨 윤석열의 인사…검찰 내부서도 “꼭 이래야만 하나”

화교 출신 탈북자가 서울시 공무원으로 일하다 간첩으로 몰렸다. 국가정보원은 증거를 조작하거나 취사선택했고, 검찰은 적법절차를 거쳐 증거를 확보했다고 재판에서 거짓말을 했다. 2019년 검찰총장이 대국민 사과까지 했던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이다.

검찰 스스로 과오를 인정한 이 사건은 옛 검찰의 권한남용과 무너진 공직기강을 증거하는 흑역사로 남는 듯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이 사건을 다시 소환했다. 이 사건 수사·기소 검사였던 이시원 변호사(50·사진)를 공직사회 기강을 다잡는 책임자로 임명한 것이다.

검찰의 모든 권한이 유우성씨를 간첩으로 조작하는 데 동원됐다. 검찰은 보완수사를 하며 국정원의 조작된 증거를 밝혀내지 못했고, 인권침해 소지에 눈을 감았다. 검찰은 공소유지를 하며 조작된 증거를 옹호했다. 증거조작이 드러나자 다른 혐의를 적용해 유씨를 재판에 넘겼다. 조작사건 수사가 시작되자 수사 검사들을 무혐의 처분했다. 검찰의 보완수사권, 기소권, 공소유지, 기소독점 등의 권한이 총체적으로 남용된 사건이라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사건의 시작은 2012년이다. 유씨를 수사한 국정원과 검찰은 이듬해 탈북자 정보를 북한에 넘긴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증거조작 논란은 1심부터 불거졌다. 국정원과 검찰은 유씨가 북한에서 찍은 사진이라며 사진을 여러 장 제출했다. 그런데 중국에서 촬영한 사진이었다. 아이폰으로 촬영한 사진은 데이터값에 위치 정보가 남는데, 국정원과 검찰은 이 정보조차 확인하지 않았다. 유씨는 1심에서 간첩 혐의에 대해 무죄를 받았다.

본격적인 증거조작 논란은 2심에서 불거졌다. 검찰의 공소사실과 직접 관련이 있는 중국·북한 출입경(출입국) 기록이 문제가 됐다. 검찰은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항변했다. 당시 공판검사였던 이시원 변호사는 기록 입수경위를 설명하며 “대검찰청 명의의 공문이 갔고, 정보협력 차원에서 출입경기록이 우리 쪽으로 전달됐다”며 “(변호인들 주장은) 대검찰청이 공문을 시행해서 회신받은 공문도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중국 주한대사관 영사부는 변호인 제출 기록이 합법적인 서류이고, 검사가 제출한 기록은 위조된 것이라고 회신했다.

검찰은 진상조사팀을 꾸렸다. ‘비공식 경로’로 문건을 입수해 검찰에 전달한 국정원 직원, 국정원 협조자, 주선양 대한민국총영사관 영사 등이 재판에 넘겨졌다. 다만 이 변호사 등 검사 2명은 “증거위조에 관여한 바 없고, 위조 정황을 알면서 제출한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은 이들에게 정직 1개월 징계만 내렸다. 문재인 정부 검찰과거사위원회가 활동을 개시하자 이 변호사는 2018년 7월 사표를 냈다.

증거조작이 밝혀진 후에도 검찰은 좀처럼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유씨의 간첩 사건 공소유지를 맡은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당시 이현철 부장검사)는 2014년 4월 항소심 선고가 임박하자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공소장의 피고인 성명을 유우성에서 ‘리우찌아강’으로, 등록기준지를 ‘서대문구’에서 ‘외국(중국)’으로 변경했다. 중국 사람임을 드러내기 위한 조치라고 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당시 이두봉 부장검사)는 2010년 3월 검찰이 한 차례 기소유예했던 대북송금 혐의와 사기 혐의를 추가 적용해 유씨를 기소했다. ‘별건 기소’ ‘보복 기소’였다. 대법원은 지난해 검찰이 유씨를 대북송금 혐의로 기소한 것은 공소권 남용이라고 판단했다. 검찰의 공소권 남용을 이유로 소를 기각한 대법원 첫 판결이다. 유씨는 당시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으로 ‘보복 기소’를 주도한 이두봉 인천지검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고, 공수처가 이를 입건해 고발인 조사를 앞두고 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2019년 대국민 사과를 했다. 그러나 이듬해 검찰은 무혐의 처분했다. 이 변호사의 공직기강비서관 임명을 두고 검찰 반응은 엇갈린다. 한 검찰 간부는 “깜짝 놀랐다. 꼭 이랬어야 하는가 싶다”며 “다른 것도 아니고 공직기강이다. 국민을 너무 우습게 보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반면 검찰 내부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던 검사라는 시각도 있다. 간첩조작 사건을 보는 검찰의 정서와 분위기를 반영한다.

유씨 측 변호인은 6일 “벼룩도 낯짝이 있어야 한다”며 “새 정부가 공정하고 정의로운 정부로 출범하기 위해서는 이시원 전 검사의 ‘공직기강비서관’ 임명은 철회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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