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장 선거개입’ 수사청탁 유죄·후보자 매수 무죄, 왜?

2023.11.29 19:43 입력 2023.11.29 19:47 수정

법원이 29일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1심 선고공판에서 문재인 정부 및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의 혐의를 일부는 유죄, 일부는 무죄로 판단했다. 법원은 김기현 전 울산시장(현 국민의힘 대표)에 대한 청와대의 하명수사 의혹과 관련해 송철호 전 울산시장과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 청와대 민정수석실 관계자들이 조직적으로 공모했다며 유죄를 인정했다. 청와대가 송 전 시장의 당선을 위해 공약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김 대표에게 불리한 상황이 되도록 정부 정책 발표 시점을 조정한 의혹, 청와대가 송 전 시장을 민주당 후보로 만들려고 경선 경쟁 후보를 매수한 의혹은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청와대-경찰 ‘하명 수사’ 있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으로 기소된 송철호 전 울산시장이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3부(김미경 허경무 김정곤 부장판사)는 이날 선고공판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송 전 시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으로 기소된 송철호 전 울산시장이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3부(김미경 허경무 김정곤 부장판사)는 이날 선고공판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송 전 시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연합뉴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1-3부(재판장 김미경)는 송 전 시장이 황운하 민주당 의원(당시 울산지방경찰청장)에게 ‘김기현 수사를 해달라’는 청탁을 넣었다고 봤다. 또 송 전 시장이 측근인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과 공모해 문해주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에게 ‘울산광역시장 비리개요’ 문건을 전달했다고 판단했다. 민정수석실을 통해 경찰에 수사 청탁을 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윤장우 전 민주당 울산시당 정책위원장의 진술을 핵심 근거로 들었다. 송 전 시장의 선거캠프 전신인 ‘공업탑 기획위원회’ 멤버였던 윤 전 위원장은 검찰에서 “당시 송 전 시장이 황 의원을 만나기로 했다는 말을 듣고 (내가) 김기현 관련 자료를 챙겨가 보라고 한 적이 있고, 이후 송 전 시장이 황 의원과 만나 이야기가 잘 됐다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황 의원은 김 대표 측의 비위 정보를 인지하게 된 건 송 전 시장 때문이 아니라 울산경찰청 홍보담당관을 통해서라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문재인 정부 청와대 관계자들이 송 전 시장 측에서 받은 김 대표 관련 비위 첩보를 내부 보고체계를 통해 경찰에 전달했다고 판단했다. 문 전 비서관이 첩보를 재가공해 ‘지방자치단체장(울산광역시장 김기현) 비리 의혹’ 문건을 만들어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에게 보고했고, 백 전 비서관은 이를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에게, 박 전 비서관은 반부패비서관실 행정관을 통해 경찰청에 전달했다는 것이다.

백 전 비서관 등은 이러한 행동이 ‘통상 업무’였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규정상) 감찰 권한을 갖지 않은 현직 시장에 대해 비위 첩보를 수집, 작성해 수사기관에 인편으로 넘기는 게 통상적 업무라면, 대통령비서실에서 권력을 이용해 정치인이나 민간인을 사찰하고 수사를 의뢰하고 있다는 의미인데, 이는 허용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대의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선거제도와 국민들의 참정권을 직접적으로 위협한 중대한 범죄행위로서, 국가기관의 정치적 중립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하고 국민들에게 커다란 충격을 안겨주어 그 비난가능성이 매우 크며 죄책 또한 무겁다”고 했다.

또 “국민 전체를 위해 봉사해야 할 경찰조직과 대통령비서실의 공적 기능을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사적으로 이용하여 국민들의 투표권 행사에 영향을 미치려 한 피고인들의 선거개입 행위에 대하여는 엄중한 처벌로 다시는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할 공익상의 필요가 매우 크다”고 했다.

공약 지원 혐의는 “증거 부족”, 경쟁후보 매수 혐의는 “진술 신뢰 어려워”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으로 기소된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이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3부(김미경 허경무 김정곤 부장판사)는 29일 선고공판에서 이른바 ‘하명 수사’에 나선 혐의로 기소된 황 의원에게 총 3년을 선고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으로 기소된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이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3부(김미경 허경무 김정곤 부장판사)는 29일 선고공판에서 이른바 ‘하명 수사’에 나선 혐의로 기소된 황 의원에게 총 3년을 선고했다. 연합뉴스

재판부는 청와대가 송 전 시장의 당선을 위해 공공병원 관련 공약을 지원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봤다. 검찰은 청와대가 송 전 시장이 공공병원 공약을 만들 수 있도록 정보를 지원하고, 청와대와 송 전 시장이 김 대표의 핵심 공약이었던 ‘산재모(母)병원’ 사업이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 탈락했다는 사실을 선거 직전 공표하도록 공모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송 전 시장이 장환석 전 청와대 균형발전비서관을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이 과정에서 꼭 ‘공약 지원’과 관련한 공모가 이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무엇보다 이진석 당시 청와대 사회정책비서관이 보건복지부에 검토하라고 지시했던 공공병원 설립안과 송 전 시장이 공약으로 내세운 공약에 차이가 크다고 했다.

재판부는 정부가 2018년 지방선거 직전 김 대표의 공약인 산재모병원 사업이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탈락했다고 발표한 것도 청와대와 송 전 시장의 공모에 따른 것으로 보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산재모병원 건립 예정지였던 울주군 측도 예타 탈락 발표를 미뤄달라고 요구하는 등 다른 배경이 있었다는 것이다.

청와대가 송 시장의 단수 공천을 위해 내부 경선 후보자를 매수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핵심 증인인 임동호 민주당 전 최고위원의 진술을 신뢰하기 힘들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임 전 위원은 한병도 민주당 의원(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이 본인에게 전화해 ‘자리 거래’를 시도했다고 증언했으나, 공소장에 적힌 날짜에 통화내역이 확인되지 않은 데다 임 전 위원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다고 판단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으로 기소된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3부(김미경 허경무 김정곤 부장판사)는 이날 선고공판에서 이른바 ‘하명 수사’에 개입한 혐의를 받은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에게는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으로 기소된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3부(김미경 허경무 김정곤 부장판사)는 이날 선고공판에서 이른바 ‘하명 수사’에 개입한 혐의를 받은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에게는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연합뉴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