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채 상병 사고 직후 ‘신속 이첩’ 요청… 수사 의지 있었다

2024.04.24 21:07 입력 2024.04.24 21:09 수정

해병대 수사관 상세 진술

해병대원들이 지난해 7월19일 경북 예천군 내성천 일대에서 수색 중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동료 대원을 찾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 크게 보기

해병대원들이 지난해 7월19일 경북 예천군 내성천 일대에서 수색 중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동료 대원을 찾고 있다. 연합뉴스

수사단에 ‘지체 땐 경북청이 직접 수사 착수할 수밖에’ 재촉
이종섭 전 장관, 보류 지시…이첩 당일 자료 순순히 돌려줘

지난해 7월19일 해병대 채모 상병이 집중호우로 실종된 시민을 수색하는 작업 도중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직후 경찰이 해병대 수사단에 ‘신속한 이첩’을 요청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충분한 수사 의지가 있었다는 뜻이다. 그랬던 경찰이 사건을 이첩받은 당일 국방부 검찰단(군검찰)이 자세한 설명 없이 수사자료를 돌려달라고 요구하자 순순히 내준 경위에 의문이 집중된다.

24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해병대 수사단 관계자들은 지난해 8월 군검찰의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 항명 사건 조사에서 경북경찰청 측으로부터 ‘사건을 신속하게 이첩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과정을 상세히 진술했다.

해병대 A수사관은 “사망사고가 발생하고 다음날인가 (경북청에서) 전화가 와서 ‘다음주 초반에는 사건을 넘겨주면 좋겠다. 사건이 지체되면 경북청에서 (수사에) 착수할 수밖에 없다’는 내용으로 전화가 왔다”고 했다. 그는 “처음엔 7월 5주차 후반에는 관련 기록을 인계하는 것으로 정해져 있었다가 한 번 연기돼 8월2일 오전에 인계하는 것으로 이야기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이 사건을 신속히 이첩하라고 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A수사관은 “추측하자면 이 사건은 언론에서 주목을 하고 있었던 터라 경찰도 ‘넘길 사건이면 빨리 달라’는 취지였던 것으로 생각된다”며 “당시 확인도 안 됐는데 뭘 착수하려고 하는지 개인적으로 의아하게 생각했었다”고 답했다.

해병대 수사단의 최모 1광역수사대장도 군검찰 조사에서 “7월20일 (채 상병 시신) 검시 때까지만 해도 (경북청 측은) 오히려 사건이 너무 빨리 넘어오는 것을 걱정하고 있었는데, 7월24일 통화 시에는 신속하게 이첩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다음주 중 인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하자 (경북청 측은) 이번주까지 받고 싶다는 의사를 표명했다”고 말했다.

다만 국회 설명 일정 때문에 8월2일 이첩하는 것으로 정했다고 했다. 경북청 측이 해병대 수사단에 사건 이첩 시기를 여러 차례 확인하며 신속한 이첩을 요청했고, 실제 해병대 수사단이 수사결과 자료를 넘긴 8월2일이라는 날짜도 경북청 측과 논의한 결과라는 것이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한 인사는 경향신문에 “안전조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있는 사건으로, 국민적 관심사가 높아 경찰이 수사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며 “증거도 없어지지 않으려면 (경찰이) 사건을 신속하게 받아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7월31일 사단장 등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자로 본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결과 자료 이첩을 보류하라고 지시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 전 장관 지시 이후 군검찰은 박 대령 항명 사건을 수사하기 시작했고 경북청으로부터 수사자료를 회수했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이 수사자료를 받아 재검토한 끝에 3주가량이 지난 8월24일에야 경찰에 사건을 다시 이첩했다. 조사본부는 사단장 등을 제외한 2명만 혐의자로 판단했다.

결과적으로 사건 이첩 시기도, 내용도 이 전 장관 지시로 인해 바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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