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면접 가이드]공적도구의 사유화

2003.06.01 18:59

‘공인(公人)으로서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 있는가’ 하는 식의 비난이 자주 들린다. 그리고 그 비난의 대상은 공직에 있는 사람에 국한되지 않는다. 전통적으로 공인은 국회의원, 장관 등 대체로 국가기관의 직위에 있는 사람을 의미했다.

그러나 오늘날 공인에는 스포츠 스타나 방송 연예인 등이 포함될 정도로 그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이런 현상을 잘 음미해보면, 공인은 사회적으로 많은 영향을 미치는 영역에 종사하는 사람이나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사람들이라고 정의해 볼 수 있다. 이러한 공인에게는 보통 사람들보다 높은 도덕성이 요구된다. 왜 그럴까. 공인이 그 지위에 오르는 데에는 그 자신의 능력이나 자질이 그만큼 뒷받침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공인이 공인으로서 자리할 수 있기 위해서는 공인 자신의 개인성(능력과 자질) 이전에 사회적 여건이 마련되어야 한다. 따라서 공인은 어느 누구보다도 사회의 혜택을 누리는 존재다. 공인에게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것은 이런 까닭이다.

예컨대 빌 게이츠가 일반인으로서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의 재산을 형성한 것은 단지 그의 재능이 출중해서가 아니라, 그가 운영하는 회사의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지단이나 베컴, 호나우두와 같은 축구 스타가 엄청난 돈을 벌어들일 수 있는 것은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가능하다.

만약 사회와 대다수의 사람들이 어느날 갑자기 컴퓨터 사용을 거부하고 축구에 무관심해 버린다면 그들은 현재와 같은 지위를 유지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이치를 안다면 공인으로 인정된 사람들이 갖추어야 할 최고 덕목이 무엇인지 분명하다. 그것은 겸손이다. 공인은 그에 합당한 일을 수행함으로써 자신을 공인으로 만들어준 사회와 사람들에게 봉사해야 한다. 그들의 지위를 이용해서 보통 사람들을 희롱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그러나 부지불식간에 그런 희롱이 너무도 난무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희롱이 개인적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집단적 차원에서도 저질러지고 있다.

신문과 방송이 그 대표적 사례이다. 최고 발행 부수를 내세워 안하무인격으로 자신의 생각을 앞세우는 신문사나, 최고의 시청률을 빌미로 황당한 드라마를 계속 방영하는 방송사가 지금 엄연히 존재하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공적 도구(기구)의 사유화를 발견하게 된다.

공인들이 그들의 존립 기반인 공적 영역의 도구를 사유화하는 것은, 고양이가 주인에게 생선을 맡겠다고 자청하는 것만큼이나 위험한 일이다. 우리는 최근 역사에서 그런 일을 너무도 자주 목도해왔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그런 일이 반복되고 있다.

공인과 공적 영역의 도구는 과거처럼 공무원과 공직의 관계에 국한되지 않다. 이제는 거의 모든 사회적 영역이 공적 영역이 되고 있으며, 따라서 그만큼 공인이 늘어가고 있다. 그러나 공인이 얻을 수 있는 혜택은 누리되 공인으로서의 의무를 외면하고 그 지위를 악용하려는 사람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이들에 의해서 공적 도구가 사유화되고 있는 것이다.

1. 대중 매체의 사유화는 어떤 위험성을 갖는가. 사례를 들어 설명해 보라.

2. 연예인을 공인이라고 볼 수 있는 근거를 말해 보라.

3. 소위 공인에 의해서 공적 도구(제도, 법 포함)가 사유화되는 경우를 설명해 보라.

〈최윤재 klogic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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