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꿈꾸는 학교 우리끼리 토론하고 교육감께 건의했어요

2011.08.01 21:14

서울시 고등학교 학생대표 리더십 캠프를 찾아

“학교에 와서 잘하는 아이들 것을 베낀 친구들이 집에서 자기 힘으로 열심히 한 친구들보다 수행평가 점수가 높은 경우도 있어요. 선생님에 따라 기본점수도 0점에서 26점까지 천차만별이고요.”

“수행평가 비중을 무조건 의무화할 것이 아니라, 과목 특성에 맞게 다양화할 필요도 있는 것 같아요. 예·체능은 70~80%가 되는 것이 맞지만, 수학은 솔직히 10%만 되도 상관없지 않을까요?”

“선생님들이 평가하기 쉬운 수행평가가 아니라 체험과 참여 위주의 학생 중심 수행평가라면 좋겠습니다.”

지난달 27일 서울 군자동 세종대학교에서 열린 ‘서울 고등학교 학생대표 리더십 캠프’에서 학생들이 조별 토론내용을 발표하는 보고대회 시간을 가지며 다른 조의 발표를 지켜보고 있다. | 서울시교육청 제공

지난달 27일 서울 군자동 세종대학교에서 열린 ‘서울 고등학교 학생대표 리더십 캠프’에서 학생들이 조별 토론내용을 발표하는 보고대회 시간을 가지며 다른 조의 발표를 지켜보고 있다. | 서울시교육청 제공

서울 지역에 많은 비가 내렸던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군자동 세종대학교 광개토관에서는 각 강의실마다 10~20명의 고등학생들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교육과학기술부 지원으로 서울시교육청이 학생자치활동을 활성화하고 학생 대표들의 리더십을 키우기 위해 마련한 ‘서울 고등학교 학생대표 리더십 캠프’. 이틀간 열린 이 행사에는 고등학교 1~3학년 학교별 대표 2명씩 600여명이 참가했다. 첫날은 학생자치활동과 관련한 주제별 토론과 정책 제안, 학생참여위원회 보고 등 학생활동 중심의 행사들이 진행됐고, 둘째날은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을 주제로 학생들의 리더십 함양에 초점을 맞춰 리더십에 대한 강의와 토론이 진행됐다.

첫날 오전에는 분반토의가 한창이었다. 입시제도와 차별, 집중이수제, 수행평가, 고등학생의 하루 등 14개 주제로 나눠 진행된 행사는 주제 자체도 학생들이 정했고, 각 학생들이 원하는 토론에 참가했다.

한 강의실에서는 ‘즐거운 공부와 수행평가’에 대해 토론이 이뤄지고 있었다. “끝반으로 갈수록 과제를 준비할 시간이 많아 성적이 좋아진다. 공정성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우리 학교의 경우는 수학문제를 제비뽑기로 정해 친구들에게 말로 설명하는 수행평가가 있는데 공부도 열심히 해야 하고 기억에도 많이 남는다”는 등의 생생한 얘기에 학생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모두가 진지한 태도로 토론에 임하고 있었다. 토론 중간중간 사회자가 “교육감에게 건의할 내용이니 불평만 말할 것이 아니라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좋겠다” “수행평가 자체를 폐지하자는 것이냐, 개선하자는 말이냐” 등의 말로 토의의 맥을 잡기도 했다.

조별 보고대회를 마친 학생들이 곽노현 서울시교육감과 함께 손을 들어올리고 있다. | 서울시교육청 제공

조별 보고대회를 마친 학생들이 곽노현 서울시교육감과 함께 손을 들어올리고 있다. | 서울시교육청 제공

같은 시간 건너편 방에서는 입시제도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었다.

“저희 반에 역사에 대한 것은 사소한 것까지 다 아는 역사박사 친구가 있어요. 그런데 가고 싶은 대학 사학과의 과목별 가중치 평가 기준으로는 진학을 할 수가 없다는 거예요” “제 친구 중에도 성적 때문에 하고 싶은 꿈을 포기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이런 점을 보완한다고 입학사정관제를 만들었는데, 결국 성적이 절대적인 기준이 되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성적 외의 요소와 장래에 꽃 피울 잠재능력을 평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중학교 때 국·영·수는 못했지만 기술·가정, 체육을 정말 잘했어요. 여기에 프라이드를 가졌는데 고등학교에 오니 다른 애들이 나를 인정해주지 않더라고요. 국·영·수만 잘해야 하는 현실이 교육문제의 축소판 같아요.”

이날 오후엔 각 조별 토의 내용을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에게 보고하는 시간이 있었다. 짧은 시간에 연극과 랩, 영상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한 학생들의 창의력이 빛난 자리였다.

곽노현 교육감은 “여러분 참 대단하다”면서 “여러분과 친구들의 목소리가 학급회의와 학교회의를 통해 학교현장에 반영되어야 한다”고 학생자치의 중요성을 당부했다.

캠프에 참가한 대현고 학생회장 이정호군(18)은 “특성화 고등학교 친구들은 만날 기회가 없었는데, 여러 학교의 친구들과 만나 다양한 교육문제와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 좋았다”면서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친구들이 많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이 군은 “고3이라 바쁘지만, 중학교 때부터 교육문제에 관심이 많았고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일도 교육제도를 개선하는 것이라 의미 있는 캠프였다”고 덧붙였다.

무학여고 학생회장인 김세원양(17)은 “둘째날 하루 종일 리더십 강의가 예정돼 지루할 줄 알았는데 공부, 대인관계 등 다양한 주제로 리더십을 바라보며 회장으로서가 아니라 개인으로서도 리더십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캠프는 ‘학생자치’라는 취지에 맞게 행사 2주 전 사전 워크숍을 시작으로 기획, 준비, 진행 등 모든 과정에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리더십 캠프에서 학생들이 풍물 공연을 펼치고 있다. 이날 행사는 학생들이 기획에서 진행까지 모든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가했고 학생 기자단이 취재와 사진 촬영도 담당했다. | 서울시교육청 학생굳센뉴스기자단 제공

리더십 캠프에서 학생들이 풍물 공연을 펼치고 있다. 이날 행사는 학생들이 기획에서 진행까지 모든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가했고 학생 기자단이 취재와 사진 촬영도 담당했다. | 서울시교육청 학생굳센뉴스기자단 제공
▲ 주도적 삶 ‘셀프 리더십’… 누구에게나 도움

학생대표 리더십캠프 이틀째 행사를 진행했던 한국청소년리더십센터는 “리더십은 리더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개개인과 사회를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자기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는 주도적 삶을 위해선 셀프리더십이 필요하고, 상호적 리더십의 바탕인 ‘승승의 생각’이 확산되면 사회 전체로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성권 책임연구원은 “어렸을 때부터 리더십을 습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고의 전환을 끊임없이 훈련하는 것, 직간접 경험을 많이 쌓고, 일기쓰기 등 하루를 반성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다음은 청소년리더십센터에서 말하는 ‘성공하는 청소년들의 7가지 습관’.

1. 자신의 삶을 주도하라. 적극성과 자신감, 긍정적인 생각을 키워준다.

2. 끝을 생각하고 시작하라. 이루고 싶은 꿈을 찾고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3. 소중한 것을 먼저 하라. 효과적인 시간관리를 하는 습관과 능력을 심어준다.

4. 둘 다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라. 많은 친구를 사귈 수 있고 사회성을 높여준다.

5. 내가 먼저 이해하고 남은 다음에 이해시켜라. 공감적 경청과 의사소통 능력을 키워준다.

6. 시너지를 내라. 신뢰와 열린 사고로 협동의 열매를 맺게 한다.

7. 끊임없이 쇄신하라. 지속적으로 자신을 관리 계발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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