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폭력을 교정하기는커녕 폭력의 숙주가 되어 있다”

2012.02.01 22:07 입력 2012.02.01 23:14 수정

교육전문가 10명 설문

교육 전문가들은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실문화’부터 바로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학교폭력 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해 교사·학부모·대학교수·상담가 등 10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중순부터 심층 인터뷰를 했다.

이들 전문가는 “학교폭력을 단칼에 해결하겠다는 발상은 일을 그르친다”며 “무엇보다 학교 현장에서 문제 해결의 답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또 “당사자인 학생·교사·학부모가 문제 해결에 적극성을 갖고 학교의 인성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깨닫고 남의 아픔을 이해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문가들은 “가정교육을 문제 해결의 출발점으로 삼아 학부모의 참여를 끌어내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학교가 폭력을 교정하기는커녕 폭력의 숙주가 되어 있다”

정병오 좋은교사운동 대표는 “ ‘학생 있는 곳에 교사가 있어야 한다’는 대원칙이 교실문화를 바로잡는 첫 단추”라고 밝혔다. 그는 교사의 감시가 소홀한 쉬는시간·점심시간·청소시간에 학교폭력이 빈발하고 있다는 점을 예로 들면서 교사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교사·학생이 우선적으로 학교 질서를 바로 세우는 운동을 벌이되 심각한 사태는 교육청에서 중재·조정 전문가를 파견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라고 제안했다.

고유경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상담국장은 교실문화의 두 축인 학생과 교사를 위한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들이 말하게 하자’ ‘교사들이 지도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자’는 두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고 국장은 “학교 단위에서 자유로운 토론의 장을 마련해줌으로써 학생들이 스스로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실천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면서 “교사의 학생지도를 위해 교육당국은 학생지도 매뉴얼을 만들고 담임의 수업 부담을 줄여주는 배려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대유 경기대 교직학과 겸임교수는 ‘비폭력적 교실문화 만들기’를 위한 단계별 해법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우선 교사 양성 과정에 학교폭력 과목을 신설하고, 현직 교사를 대상으로 관련 연수를 집중 실시할 것을 주문했다. 이 같은 기틀 위에 학교는 학급 공동학칙 제정과 폭력문제 전담기구 상설화, 책임교사를 현행 학교장 지명제가 아닌 선출제로 전환할 것, 학생자치기구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김영삼 서울 성동글로벌경영고 교사는 “교사와 학교가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전문성을 키움으로써 학생과 학부모에게 확신을 주는 문화가 형성돼야 근본적인 치유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교사 연수와 갈등조정 전문가 양성교육을 당국에 주문했다.

이계삼 경남 밀성고 교사는 “교사와 학생의 대면접촉을 늘려야 한다”며 “학생들이 서로를 더 잘 알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를 위해 동아리 및 소집단 활성화 전략을 대책으로 제시했다.

새 학기를 앞두고 단기대책을 우선 마련해야 한다는 주문도 포함됐다.

정세영 서울 상봉중 교사는 학교폭력 최상위 그룹인 ‘일진회’의 실태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문제가 불거진 학교를 지원하고 치유와 예방에 성공한 학교의 사례를 공유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신학기 ‘무리짓기’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집단따돌림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신규 반 편성 직후 교실에서 일어나는 무리짓기를 통해 형성된 계급·서열이 집단 괴롭힘과 따돌림, 학교폭력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세부 실천방안도 다양하게 나왔다.

교사와 학생이 함께 참여해 평화로운 교실을 위한 학급규칙을 정하자(고유경·김영삼·정병오·조정실)는 대안이 주로 나왔다. 또 폭력 예방 및 인권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김건찬·김대유)는 의견이 있었다. 위계질서의 대물림을 차단할 수 있도록 일진과 학교 주변 우범자들의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정세영·최희영)는 주문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학교가 중심이 돼야 하지만 폭력 문제 해결을 위한 지역사회와 가정의 역할도 강조했다.

조정실 전국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회장은 “학교 밖에서 피해·가해 가족을 위한 치유 프로그램을 따로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측 학부모 모두가 사태 수습과 함께 아이를 보살펴야 하는 이중고를 겪지 않도록 이를 제도적으로 지역사회가 뒷받침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건찬 학교폭력예방재단 사무총장은 “폭력 예방을 위한 시민감사관제를 두되 이들 중 절반 이상을 외부 전문가로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야 학교 측의 은폐와 왜곡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김대유 교수도 이와 유사한 ‘학교폭력 예방 민간감시관제’ 도입을 제안했다.

김현수 관동대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말할 곳, 알아주는 이, 돌봄이 없는 가정과 사회가 학교폭력을 유발시킨다”면서 이를 어떻게 해소하는가에 대책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최희영 청소년폭력예방재단 위기지원팀장은 “학교폭력은 당사자들 각자의 자기중심적 시각에서는 해결되기 어렵다”고 했다. 최 팀장은 “가해자·피해자·학부모·교사들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는 것이 원칙이 돼야 하며 예방을 위한 인성교육이 가정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밝혔다.

■ 학교폭력 설문 대상 전문가

고유경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상담국장
김건찬 학교폭력예방재단 사무총장
김대유 경기대 교직학과 겸임교수
김영삼 서울 성동글로벌경영고 교사
김현수 관동대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이계삼 경남 밀성고 교사
정병오 좋은교사운동 대표
정세영 서울 상봉중 교사
조정실 전국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회장
최희영 청소년폭력예방재단 학교폭력SOS지원단 위기지원팀장(가나다순)


추천기사

기사 읽으면 전시회 초대권을 드려요!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