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 대부분이 사교육… 주로 영어에 집중”

2013.07.01 21:26

영유아사교육포럼 토론회

영어유치원부터 놀이학교·학원·학습지·교구까지 영·유아 사교육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육아정책연구소가 지난해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한국의 0~5세 영·유아의 총 사교육비는 2조7000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0.22%에 달한다. 영·유아를 둔 부모들의 81%가 보육·교육비를 지불한 경험이 있고, 평균 21만7800원을 낸 것으로 파악됐다. 영·유아 1인당 지출하는 보육·교육비에서 사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48.3%를 점했다. 한국 부모들은 영·유아 교육비의 절반을 사교육에 쓰고 있는 셈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전국 2500가구를 조사해 2010년 12월 발표한 보고서에서도 영·유아 사교육을 하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99.8%에 달했다.

하지만 영·유아 사교육에 대한 관심은 그간 초·중·고교 사교육보다 적었던 게 현실이다. 통계청이 조사하는 사교육비에도 영·유아 교육 부분이 제외돼 있을 정도로 현황 파악조차 제대로 돼 있지 않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영유아사교육포럼’을 발족한 이유도 그것이다. 윤지희 사교육걱정 공동대표는 “초·중·고교 사교육 문제에만 집중했는데 이제 본격적으로 영·유아 사교육 문제에 뛰어들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포럼의 첫 활동으로 지난달 25일 오후 2시 서울 용산구 사교육걱정 사무실에서는 영·유아 사교육의 전반적 실태를 살피는 토론회가 열렸다. 8명의 전문가 패널과 20여명의 시민이 모여 열띤 토론을 벌였다.

차성현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이 지난달 25일 서울 용산구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사무실에서 열린 ‘영유아 사교육 포럼 1차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제공

차성현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이 지난달 25일 서울 용산구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사무실에서 열린 ‘영유아 사교육 포럼 1차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제공

▲ 유치원·어린이집 ‘특별활동’ 논란
참여하는 영유아는 비용 부담
안 하자니 대체 프로그램 없어

▲ 정부 도입 초등 연계 ‘누리과정’
되레 조기교육·선행학습 조장

유치원·어린이집의 ‘특별활동’은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지점이었다. 특별활동 자체를 사교육으로 보는 관점과 이외의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서 특별활동비도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갈렸다. 특별활동을 선택하지 않았을 경우 대체 프로그램이 없어 아이가 낮시간에 혼자 방치되는 문제, 특별활동이 아이를 위한 것이 아니라 유치원·어린이집이 부수입을 얻을 수 있는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문제도 지적됐다. 최정은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연구위원은 “특별활동비를 지원하면 오히려 사교육 규모를 키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지원을 받으면 그 돈이 절약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사교육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임미령 수도권생태유아공동체 이사장은 “반일제와 종일제로 구분되던 것이 누리과정 도입과 유아교육법 개정 후 기본과정과 방과후과정으로 바뀌었다”며 “방과후과정을 넣음으로써 민간업체들이 방과후과정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하고, 초등학교에 대한 준비교육이라는 이미지도 강해졌다”고 말했다. 서울 성동구 도선어린이집 김이주 원장은 “특별활동을 하지 않으려면 분명한 대체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며 “우리 어린이집에서는 영어교육 대신 밥상머리 교육이나 ‘우리말부터 배울래요’라는 말하기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학부모들을 설득했다”고 말했다.

영·유아 사교육의 핵심이 ‘영어’라는 데는 대다수의 참석자들이 공감했다. 서문희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영·유아 사교육의 75%는 영어”라며 “과거에 미술 중심의 특별활동을 많이 했다면 지금은 영어가 중심이고 음악과 체육을 보조적으로 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송인수 사교육걱정 대표는 “초·중·고교 학생들은 수학에 대한 부담이 가장 큰 것으로 파악되는 반면 영·유아 단계에서는 영어에 대한 부담이 가장 큰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정부가 영어유치원을 집중적으로 관리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누리과정에 대한 부정적 측면도 제기됐다. 정부가 초등학교와 누리과정의 연계성을 강조하다 보니 조기교육이나 선행학습을 조장한다는 것이다. 김희연 세종대 교육대학원 유아교육과 교수는 “다양성 속에서 영·유아 사교육을 걱정해왔던 것이 영·유아 교육을 국가가 주도하는 것으로 환원시키는 결과를 낳았다”며 “누리과정이 도입되면서 국가가 세운 기준, 국가가 주도하는 정책에 맞추고 의존하면 영·유아 교육의 질이 향상되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고 지적했다.

사교육걱정은 이날 토론회에 이어 이달에 3차례 연속토론회를 개최한다. 2일에는 유치원·어린이집 내의 특별활동 실태, 16일에는 영어유치원 등 반일제 학원 실태, 23일에는 학습지·교구 등의 개별적인 교육상품 실태를 살피는 연속 토론회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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