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대학’ 목맨 초·중·고생, 공부 잘할수록 사교육·재수 많아

2014.01.03 06:00

학벌이 왜곡하는 교육

학벌 사회는 사교육을 어릴 때부터 촉발시키고, 상위권 학생들을 더 재수생으로 만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사교육은 초·중·고교에서 ‘보충학습’이 아닌, ‘더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한 수단’으로 바뀌어 경쟁이 과열되고 있고, 취업과 사회생활에 학벌이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까닭에 상위권 학생들도 재수를 마다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팀이 통계청의 ‘2010년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재분석해 최하위권 학생 기준으로 성적별 사교육 비용과 시간을 조사해 봤다. 그 결과 성적이 좋을수록 사교육에 더 많은 비용과 시간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노동시장 신호와 선별에 기반한 입시체제의 분석과 평가’ 보고서의 표지.

한국개발연구원(KDI) ‘노동시장 신호와 선별에 기반한 입시체제의 분석과 평가’ 보고서의 표지.

▲ 보충학습 시간·비용 학업 성적과 비례
상위 10% 학생들 중 무려 40.2%가 재수

초등학교에서 성적 최하위(학교 성적 81~100%) 학생보다 성적 하위(61~80%) 학생은 3개월 동안 8만원을, 성적 중위(31~60%) 학생은 14만원을, 성적 상위(11~30%) 학생은 21만원을, 성적 최상위(10%) 학생은 23만원을 더 쓰는 것으로 조사됐다. 예컨대 최하위 학생이 3개월간 20만원의 사교육비를 쓴다면, 성적 최상위는 23만원이 더 많은 43만원을 쓴다는 뜻이다. 중학생 역시 최하위 성적과 비교해 하위·중위·상위·최상위 성적으로 올라올수록 3개월간 사교육비가 각각 16만원, 25만원, 35만원, 41만원씩 상승했다. 일반계 고교생들도 최하위 성적과 비교할 때 하위·중위·상위·최상위 성적으로 올라가면서 각각 4만원, 9만원, 17만원, 15만원씩 사교육비를 더 쓰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교육 비용 증가는 사교육 시간이 늘어나는 것과도 맥을 같이한다. 초등학교에서는 성적 최하위 학생보다 하위 학생은 1시간, 중위는 1.5시간, 상위·최상위 학생은 약 2시간씩 사교육을 더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학교에서도 최하위 학생보다 하위는 2시간, 중위는 3시간, 상위·최상위 학생은 약 4시간의 사교육을 더 받았다. 일반계 고교도 성적 최하위 학생보다 하위와 중위 학생은 약 1시간, 상위와 최상위 학생은 약 2시간의 사교육을 더 받았다. 이런 추이는 학교에서 성적이 뛰어난 학생일수록 보다 많은 사교육을 받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보고서는 “사교육이 성적 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보충학습이 아니라 상위권 대학 진학을 위한 ‘학벌 경쟁’ 차원의 강화 학습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대학 ‘간판’이 중시되는 사회에서 고3생의 재수는 ‘합리적인 투자’로 치부될 정도가 됐다. 2011학년도 수능 응시자를 기준으로 전국 재수생의 비율은 21.6%에 이른다. 특히 서울지역에서는 재학생 10만6813명 중 49.3%인 5만2598명이 재수를 택했다. 이들은 대학에 진학해 공부하기 위한 기초지식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단지 더 좋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재수를 택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일수록 재수를 택하는 경향이 더 두드러지는 것이다.

수리영역 성적을 기준으로 분석할 때 상위 1~10% 학생 중 재수생은 무려 40.2%에 이른다. 수리영역의 최상위 등급 수험생 5명 중 2명은 재수생이라는 것이다. 반면 수리영역 성적이 하위 81~90%에 있는 학생 중 재수생 비중은 13.2%에 그친다. 외국어영역 역시 하위 9등급의 재수생 비율은 8%에 불과한 반면 1등급은 36.7%가 재수생이다. 외국어 영역에서도 성적 상위 학생일수록 재수생의 비중이 높은 셈이다.

보고서는 “개인적 입장에서 좋은 학벌이 가져다주는 혜택이 충분히 크기 때문에 당분간의 비용과 고통을 감내하면서도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대학교육이 인적 자원의 축적이기보다는 좋은 학벌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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