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국정 현장검토본 감수” 두 달 새 ‘빈말’로

2015.10.12 06:00

결정 후 배포까지 1년3개월

집필기간 1년 확보도 어려워

일선학교 검토 시간도 없어

정부가 12일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방침을 밝힐 예정이다. 주무장관인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8일 끝난 국정감사 내내 “아직 검토 중”이라는 말과 “내 소관이 아니다”라는 식의 무책임한 태도로 미적대다가 마지막에 총대를 메는 것이다. 국정교과서는 추진하기로 했지만 무리한 국정화 일정상 교육부가 몇 달 전 스스로 밝힌 국정교과서 제작 절차도 뒤집을 것으로 보여 교육 현장의 반발과 혼란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정교과서 로드맵 뒤집기

지난 7월30일 교육부는 ‘교과용도서 개발체제’ 개선안을 발표하며 국정교과서 추진 개선 사항으로 ‘현장검토본’(기존 실험본)을 감수하고 적용하는 절차를 밝혔지만, 최근 역사교과서의 국정 도입 논의에선 현장검토본 얘기를 빼고 있다. 2017년 현장 배포에는 턱없이 부족한 교과서 집필기간을 보충하기 위한 ‘절차 뒤집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교육부 “국정 현장검토본 감수” 두 달 새 ‘빈말’로

교육부는 7월 발표한 ‘교과용도서 개발체제 개선 방안’에서 국정도서는 기존 절차인 실험본 연구학교 적용 앞에 현장검토본 감수 절차를 더하고, 현장검토본 적용 방식도 ‘연구학교, 교사연구회, 전문가 검토’를 함께 추진해 오류 감수와 심의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오류 없고 질 높은 교과서를 위해 개발 방식을 바꾸겠다”며 한 조치였다. 지난달 초 교육부 고위 관계자도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결정되면 현장검토를 위해 한 학기 빨리 집필이 끝나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교육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11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국정교과서로 가게 되면 집필기간 1년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 학기 전 현장검토본을 연구학교에 배포하기 위해선 집필기간 1년을 확보할 수 없다. 국정화 여부 결정이 임박한 교육부에선 최근 향후 일정과 관련해 현장검토본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교육부는 “7월 개선안에서 밝힌 실험본은 초등학교 국정교과서에 한정된 이야기”라며 “중등 교과서는 연구학교를 안 거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7월 당시 교육부가 밝힌 개선 방안에는 국정교과서가 초등에만 한정됐다는 내용이 없어 결과적으로 교육부가 원칙을 바꾸는 셈이 된다.

국정교과서 전환 시 졸속 제작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교육부가 2017년 3월부터 교재를 쓰기 위해서는 11월 행정예고 후 1년3개월밖에 여유가 없다. 집필기간 1년을 확보하겠다는 교육부 방침대로라면 3개월 동안 심의·수정·발행까지 다 마쳐야 한다. 교육부의 ‘교과용도서 구분고시 방안 정책연구’에 따르면 국정교과는 ‘계획·위탁(3개월)→연구·집필(8개월)→심의·수정(11개월)→생산·공급(2개월)’ 등 모두 2년이 걸린다. 교육부 관계자는 “일반 절차상 그런 것”이라며 “국정제가 결정되면 집필·심의기간 일정을 다시 잡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분주했던 교육부의 휴일

11일 새누리당과 정부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위해 당정협의를 열었다.

정부에서는 황 부총리와 교육부 김재춘 차관, 김관복 기획조정실장 등이 참석해 역사교과서 국정화의 마지막 예비 절차를 밟은 셈이다. 황 부총리는 그러나 이날까지도 고시 시점에 대해 답하지 않았다. 황 부총리는 이날 당정협의 후 “고시 시점에 대해서 의견 교환을 했느냐”는 물음에 “그런 건 없었다”고 강조했지만 이날 오후 7시 교육부는 ‘역사교과서 발행체제 개선 방안 발표’를 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추석 연휴 이전부터 지난 8일까지 이어진 국감에서도 황 부총리는 “국감이 끝나면 조속한 시일 내에 구분고시를 할 것” “국정화와 검정제 강화 모두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검토 중이다. 아직 결재가 난 일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해 야당 의원들의 격한 반발로 국감 파행이 계속됐다. 결국 청와대 지침에 여당이 바람 잡은 국정화를 교육부가 총대 메고 발표하는 모양새가 됐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