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부른 만 5세 취학, 뒤늦게 “의견 수렴”

2022.08.01 20:56 입력 2022.08.01 22:54 수정

윤 대통령 “신속 강구” 사흘 만에…한 총리 “수요자와 소통” 수습

박순애 “다양한 시나리오 가능…사회적 합의 도출 과정 거칠 것”

<b>“철회하라”</b> 교육·보육·시민사회단체 활동가와 학부모들이 1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에서 취학연령을 만 5세로 하향하는 개편안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문재원 기자 mjw@kyunghyang.com

“철회하라” 교육·보육·시민사회단체 활동가와 학부모들이 1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에서 취학연령을 만 5세로 하향하는 개편안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문재원 기자 mjw@kyunghyang.com

한덕수 국무총리가 1일 초등학교 취학연령을 만 6세에서 5세로 낮추는 학제개편안에 대해 “국민들이 불안해하는 일이 없도록 교육 수요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경청해 관련 정책에 충실히 반영하라”고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지시했다고 총리실이 밝혔다.

박 부총리는 이날 2025년부터 4년간 취학연령을 당기는 방안에 대해 “시나리오의 하나이며 확정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흘 전 윤석열 대통령의 ‘신속 강구’ 지시로 학제개편에 속도를 내려던 정부가 교육계와 학부모 등이 강하게 반발하자 수습에 나선 모습이다.

한 총리는 박 부총리에게 “아이마다 발달 정도가 다르고, 학교마다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며 “교육 공급자와 수요자의 의견을 듣고,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보완책을 마련하고, 정책 결정과 실행의 모든 과정을 교육 주체들에게 투명하고 소상하게 설명하고 소통하라”고 지시했다.

박 부총리는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 앞에서 예정에 없던 약식브리핑을 열고 “학제개편 의견 수렴 과정이 선행되지 않아 여러 우려가 있다”며 “올해 연말에 시안이 만들어질 텐데 열린 자세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8월부터 전문가 간담회를 열고, 2만명 이상의 대국민 설문을 실시하며, 국가교육위원회 논의를 거치겠다고 밝혔다. 박 부총리는 2025년부터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만 5세로 낮추기 시작해 2029년까지 매년 순차적으로 앞당기겠다는 기존 발표안에 대해 “확정된 것처럼 전달된 부분이 있는 것 같은데 다양한 시나리오들이 가능하다”라고 선을 그었다.

앞서 박 부총리는 CBS 라디오에서 “너무 많은 우려 사항이 있고 선호도가 낮다면 1개월씩 (입학을) 당겨서 12년에 (걸쳐)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만 5세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돌봄 공백이 생길 것이란 우려엔 “초등학교 1·2학년은 저녁 8시까지 학교에서 돌봄을 보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 부총리가 지난달 29일 윤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하며 학제개편안을 발표한 뒤 논란이 커지자 사흘 만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 대선 공약과 국정과제에 없는 학제개편안이 ‘3년 뒤 추진’이라는 목표로 등장하자 교육계와 학부모들은 “졸속 추진”이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취학연령을 1년 앞당기는 방안을 신속히 강구하라”고 박 부총리에게 지시하며 비판을 키웠다.

교육 관련 단체들의 반발은 이어졌다. 40여개 교원·학부모단체들로 구성된 ‘만 5세 초등 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는 용산 대통령실 앞 기자회견에서 “영유아기부터 경쟁 교육으로 내몰며 교육과 보육체계를 붕괴시키고, 초등학교 교실 현장에 혼란을 초래하는 매우 잘못된 정책”이라며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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