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렁이는 공직사회

“연금 30% 깎인단 말에 ‘멘붕’… 9급 출신 공무원들은 노후 어려워”

2014.09.26 22:18 입력 2014.09.26 22:21 수정

‘미래 보장’ 공직 장점 사라져… 공무원의 질 떨어질 우려도

지자체·교육직 등 명퇴 급증… 예산 부족해 수용률은 급감

‘더 내고 덜 받는’ 것을 뼈대로 한 정부의 공무원연금 개편 구상이 윤곽을 드러내면서 공직사회가 거세게 술렁이고 있다. 연금이 줄어들 것을 우려하는 공무원들이 앞다퉈 명예퇴직을 신청하고 있다. 연금개혁이 공직사회의 사기 저하는 물론 공공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자조도 나오고 있다. 젊은 공무원들의 불안감도 심각하다.

26일 오후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업무를 마친 공무원들이 퇴근하고 있다. 정부가 공무원연금 개혁에 나서자 명예퇴직하려는 공무원들이 크게 늘어나며 공직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 서성일 기자

26일 오후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업무를 마친 공무원들이 퇴근하고 있다. 정부가 공무원연금 개혁에 나서자 명예퇴직하려는 공무원들이 크게 늘어나며 공직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 서성일 기자

연금개혁에 대한 공무원들의 불만은 전방위적으로 터져나오고 있다. 정부세종청사에 근무하는 한 국장급 공무원은 “50대에 가족을 서울에 두고 세종시로 출퇴근하고, 국회에 시도 때도 없이 불려가 욕먹는 것도 서러운데, 관피아라고 퇴직 후 취직을 막아놓고 연금까지 깎으면 어쩌란 말인가”라며 “먹고살 길만 있다면 공무원 관두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하면서 유능한 정부, 좋은 정부 서비스를 가지려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소리”라고도 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40대 주무관은 “연금이 34%나 깎인다는 말을 듣고, 직원들은 한마디로 멘붕(멘털붕괴) 상태”라면서 “직원끼리 모이면 ‘공무원이 봉이냐’며 분통을 터뜨리는 일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 직원은 “특히 9급으로 입사한 하위직들은 지금도 연금이 월 180만원 정도인데, 더 깎이면 생계가 어렵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의 한 직원은 “그동안 연금이라는 미래 보장이 있어 공무원들이 청렴함을 유지할 수 있었는데 앞으론 그런 동기도 약해지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고용노동부에서 지난해 29명이던 명예퇴직자 수가 올해 38명으로 대폭 늘어나는 등 일부 중앙부처에서는 공무원들의 이탈이 현실화하고 있다.

공무원의 질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일부에선 ‘급여가 많은 고참 교원이 나가고 젊은 교원을 채용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는데 경력직과 젊은 교원이 같이 근무해야 교육의 질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서울시내 자치구 관계자는 “젊은 7~9급 직원들은 대기업 고액연봉보다는 안정성을 선택했는데 실제로 연금제도가 바뀌면 공무원 선호도도 떨어지고 질도 저하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경찰공무원 3년차로 미혼인 이모씨(30·여)는 “연금이 개편되면 공무원 가치도 떨어질 텐데 지금도 박봉이라 제대로 선이나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특히 교원들의 명예퇴직이 급증하면서 예산 부족 때문에 명예퇴직 희망자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태도 빚어지고 있다. 올해 교원 명예퇴직 신청자가 1만3376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이지만 퇴직이 확정된 교원은 33.1%인 2715명에 불과하다. 교육부 관계자는 “명예퇴직 신청자가 예상외로 늘어나면서 예산이 부족한 데다 일부 시·도교육청이 명예퇴직 예산을 다른 곳에 전용하는 바람에 수용률이 크게 낮아졌다”고 말했다.

자치단체 공무원들의 명예퇴직 신청도 56세 이상자들을 중심으로 크게 늘었다. 서울시의 경우 지난해 명예퇴직자(106명) 중 56~59세는 80명이었으나 올해는 26일 현재 퇴직자 188명 중 142명에 달했다. 서울 중구는 명예퇴직 신청자가 지난해 11명에서 올 들어 16명으로 늘면서 3억1200만원의 명예퇴직 수당 지급을 위해 예산을 추가로 편성하기도 했다.

전용천 전국공무원노조 대변인은 한국연금학회와 새누리당이 발표한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대해 “일부 고위직들의 사정을 공무원 전체에 적용해 강도 높은 개혁을 강요하니 일선 공무원들이 반발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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