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손대기 전에… 공무원들 너도나도 “명퇴”

2014.09.26 22:28 입력 2014.09.26 23:31 수정
김보미·이범준·이재덕 기자

57~59년생 위주 “정년 채우면 연금 깎인다” 술렁

올 경찰·교사들, 작년보다 2~3배 신청 ‘사상 최대’

1996년 7급 공무원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한 ㄱ씨(46)는 최근 발표된 한국연금학회의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토대로 은퇴 뒤 받게 될 연금을 계산해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ㄱ씨가 58세에 퇴직해 받을 연금액은 현행 제도라면 월 222만원이지만, 개혁안이 적용되면 210만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반면 내야 할 부담금은 30년간 1억8134만원에서 2억418만원으로 13% 오른다. 퇴직금이 52%가량 오른다고 해도 수령할 총액이 4661만원 줄어들고, 여기서 재정안정화 기여금으로 1265만원을 추가로 내야 하기 때문에 개혁안이 도입되면 8210만원을 손해 보게 된다.

정부부처 ㄴ주무관(58)도 정년 2년을 앞두고 고심하고 있다. 1984년 10급 공무원으로 시작할 당시 월 11만원을 받은 ㄴ씨는 길게는 3년씩 임금이 자주 동결되면서 31년차인 현재 월 240만원을 받는다. 60세 퇴직 이후 연금을 월 230만~240만원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자녀 결혼자금과 노후계획을 짜왔지만 연금개혁이 이뤄질 경우 수령액은 월 200만원 수준으로 줄어든다. ㄴ씨는 “2년 남았는데 지금 그만둘까 고민 중”이라며 “월급이 적고 산재보험도 없는 대신 보상 차원으로 받는 연금인데 ‘세금 빼앗는 도둑’ 취급을 받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가 부담은 대폭 늘리고, 혜택은 줄이는 쪽으로 공무원연금 개혁에 나서자 공무원들의 명예퇴직 신청이 줄을 잇고 있다. 정년을 채우더라도 연금이 크게 줄어들면 손해라고 판단해 미리 퇴직하려는 공무원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연금 손대기 전에… 공무원들 너도나도 “명퇴”

특히 교사와 경찰 조직은 동요가 심각하다. 경향신문이 26일 입수한 교육부의 명예퇴직 현황을 보면 올해 명예퇴직을 신청한 교원은 1만3376명으로 지난해(5946명)보다 124% 증가했다. 특히 지난 8월 신청자 수가 8212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744명)보다 3.7배나 늘어났다. 공무원연금 개혁 풍문이 5~6월부터 돌기 시작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경찰도 올 들어 8월 말까지 명퇴 신청자가 1573명이다. 연말까지 2500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돼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와 산하기관도 지난 9월 현재까지 188명이 명예퇴직을 신청해 이미 지난해 연간 신청자 수(106명)를 넘어섰다. 서울시 자치구 박모 주무관(45)은 “퇴직이 얼마 남지 않은 1957~1959년생 공무원들이 특히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앙부처도 술렁이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29명이던 명퇴자 수가 올해는 9월 현재 38명으로 급증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2~3년 뒤에 퇴직하려던 직원들이 앞당겨서 나가는 것 같으며 정부의 연금개혁 조치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연금 개혁이 현실화되면 공직사회에 파장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