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기능식품 불편한 진실

건강기능식품, 믿습니까?

2015.07.31 22:22 입력 2015.08.01 01:54 수정

‘약이 되는 음식’에 열풍… 메르스 한 달, 매출 31% 껑충

‘효능 없다’ 불편한 진실… 안전성 등 선택은 소비자 몫

“비타민C를 매일 복용하시기 바랍니다. 아침에 2g, 저녁에 2g씩 드십시오. 시중에는 1g짜리 알약이 판매됩니다. 좀 넉넉하게 사두시고 매일 4알씩 드십시오. 좀 더 안심하고 싶으신 경우에는 점심에도 두 알을 드시기 바랍니다. (중략) 메르스가 완전히 물러갈 때까지입니다.”

“의사들끼리 돌리는 문자랍니다. 메르스 3차 감염이 확인됐습니다. 성인보다 아이들이 걱정입니다. 비타민C, 비타민B복합제, 비타민D, 초유, 프로바이오틱스, 아연 더 많이 먹게 하십시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로 위기감이 고조되던 지난 6월 카톡 등 SNS와 e메일 등으로 퍼진 내용들이다. 실제 의사가 쓴 것도 있고, 출처를 알 수 없는 유언비어도 있다. 거론된 영양제들의 효과에 대한 의학적 근거는 없었다.

메르스 공포에 휩싸인 많은 시민들이 약국이나 건강기능식품 매장으로 달려갔다. 비타민제뿐만 아니라 클로렐라, 홍삼 등 면역력을 키워 메르스 예방에 좋다고 알려진 건강기능식품들이 불티나게 팔렸다. 메르스 사태 직전 전국을 들끓게 한 ‘가짜 백수오 사건’의 충격도 열풍을 꺾지 못했다.

롯데백화점은 6월 한 달간 건강기능식품 매출액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31.5%나 늘었다고 밝혔다.

[건강기능식품 불편한 진실]건강기능식품, 믿습니까?

한국인의 건강기능식품 사랑은 유별나다. 예부터 보양식을 챙기던 문화가 건강기능식품 소비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승원 서울대 의대 가정의학과 교수는 “한국인들은 보약이니 비방이니 하면서 건강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주는 음식에 대한 전통적 믿음이 강했다”며 “건강기능식품의 과도한 소비는 이 같은 문화적 배경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계산한 2013년 건강기능식품 시장규모는 1조8000억원에 육박한다. 업계가 추산한 액수는 이보다 훨씬 많아 4조6300억원에 달한다. 현재 식약처 허가를 받고 시판되는 건강기능식품 품목은 1만4281종이다.

소비자들이 ‘약이 되는 음식’으로 믿고 사 먹는 건강기능식품은 정말 효능이 있는 것일까. 또 먹어도 안전할까.

국제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의학 학술지들에 실린 ‘메타분석’ 결과는 ‘불편한 진실’을 드러낸다. 비타민제, 오메가3 보충제 등 많은 건강기능식품이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메타분석은 지금까지 나온 동일한 주제의 모든 임상시험 연구 결과들을 종합 분석하는 방법이다. 의학계에선 ‘과학적 근거 수준이 가장 높은 연구방법’으로 인정받고 있다. 명승권 국제암대학원대학교 암관리정책학과 교수는 “어떤 건강기능식품도 건강에 도움된다는 확실한 근거가 없고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론도 있다. 건강기능식품 판매업체 ‘에스더포뮬러’를 운영하는 여에스더 대표는 “비타민C 보충제만 해도 50년 이상 연구가 잇따랐지만 아직도 그 효능에 대해 갑론을박이 지속되고 있다”며 “무엇보다 약이 아닌 식품인 건강기능식품을 두고 질병 예방이나 치유, 사망률을 분석한 메타분석 결과로 무조건 먹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생활습관 개선으로 건강을 지킬 것인가, 건강기능식품에 몸을 맡길 것인가.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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